북한은 2022년 4월부터 전술핵무기의 전방 실전배치 계획을 공표하고 이후 이를 실행에 옮기고 있다. 9월에는 남한에 대한 선제 핵 사용까지 정당화하는 법령을 채택했다. 그리고 남한의 주요 군사지휘시설과 공항, 항만 등을 타깃으로 하는 전술핵 모의 타격 훈련도 진행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북한의 오판에 의한 핵 사용과 핵전쟁을 막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한국의 자체 핵 보유다. 한국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면 북한은 김정은을 비롯한 지도부가 직접 공격받는 극단적 상황이 아니고서는 한국에 핵무기를 사용할 수 없다. 하지만 한국에 핵무기가 없는 상황에서는 북한이 유사 시 핵무기를 사용할 수도 있다. 따라서 여기서 한국의 자체 핵 보유 필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핵무기로 북한과 전쟁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다.
일부 극우 세력의 핵무장 담론은 북한을 군사적으로 공격하고 제압하는 상황까지 고려하고 있는데, 이는 남북한의 공멸을 가져올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입장이다. 따라서 합리적인 보수와 진보의 핵자강 담론은 핵을 보유하되 외부로부터 심각한 군사적 공격 또는 핵공격을 받기 전까지는 먼저 핵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핵 선제 불사용No First Use, NFU’ 원칙을 채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25쪽, <제1장 한국이 핵자강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이유> 중에서
남북한 간에 군사적 충돌이 발생했을 때 북한이 한국의 동부 지역을 전술핵무기나 소형화된 핵무기로 공격할 가능성을 고려해야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만약 북한이 처음부터 한국의 서해안 지역에 핵무기를 사용하면 중국도 피해를 입을 수 있어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 둘째, 북한이 한국의 동해안 지역에 핵무기를 사용하면 한미가 북한의 동해안 지역 도발원점을 타격한다고 하더라도 평양의 북한 지도부는 타격을 입지 않으면서 한국에는 상당히 큰 민심의 동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해 북한은 미국이 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을 항복시킨 방법을 고려하고 있을 수 있다. 미국은 일본을 항복시키기 위해 처음부터 수도인 도쿄를 핵폭탄으로 공격하지 않고,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만 원폭을 투하했다. 하지만 핵무기의 위력에 충격을 받은 일본은 마침내 항복을 선언했다. 이처럼 북한은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지방 도시들을 먼저 핵무기로 공격함으로써 한국 정부의 항복을 받아내려 할 수 있다.
-68~69쪽, <제3장 북한의 대남 핵 위협과 한국의 안보 위기> 중에서
현재 자체 핵 보유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는 매우 약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므로 현 정부에서 자체 핵 보유까지 가는 것을 기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그래도 현 정부가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을 통해 한국이 일본과 같은 수준의 핵잠재력을 확보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성과를 거두는 것이 될 것이다. 현재, 한국핵자강전략포럼과 같은 전문가 집단이 출범해 핵자강 여론을 계속 확산시키고 있고, 많은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60% 또는 70% 이상이 자체 핵 보유를 지지한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으므로 차기 정부가 핵자강을 추진한다면 이는 매우 큰 힘이 될 것이다. 핵자강에 대해서는 당분간 초당적 협력이 어렵겠지만, 여야 정치인들이 핵자강의 필요성을 이해하게 된다면 초당적 협력의 가능성은 훨씬 커질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한국의 핵자강에 대해 반대 입장이지만, 만약 2024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나 그와 유사한 성향의 정치인이 당선된다면 한국 정부는 큰 어려움 없이 핵무장의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핵자강에 우호적인 해외 전문가들이 아직은 소수지만 계속 늘어나고 있어 차기 정부가 핵자강의 필요성을 더욱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해외 전문가들과의 네트워크를 강화하면 그들의 영향력이 더욱 확대될 수 있을 것이다.
-107~108쪽, <제5장 핵자강 추진을 위한 대내외 조건과 체크리스트> 중에서
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 미한정책국장은 2023년 4월 〈뉴스핌〉과 특별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위협이 현실화하고 있는 상황이므로 미국 정부도 결국 한국의 핵무장을 인정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콧 스나이더는 한국의 자체핵무장에 대한 한미 간 논의 전망에 관해 질문을 받고 “나는 이 문제에 대한 논의가 장기화하기를 기대합니다. 한미 양국 정부의 현재 주요 초점은 미국이 했던 약속의 신뢰성을 한국에 보장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확장억제’를 조정해서 강화하는 것입니다. 미국은 또한 한국이 독자적인 핵무장을 추구하면 그에 따른 비용과 대가가 엄청날 것이라는 점을 확실히 해 두고 싶어 합니다. 내 견해로는 핵확산금지조약NPT의 붕괴와 다름없는 이 문제에 대한 미국의 시각은 결국 한국의 독자적인 핵무기 개발을 지지하는 방향으로 바뀔 것입니다. 하지만 이 문제는 오랜 기간 논의의 대상이 될 것입니다.”라고 답변했다.
대략 1년 전만 해도 미국에서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 문제에 대해 논의하는 전문가는 극소수에 불과했고, 당연히 주요 싱크탱크들에서는 진지하게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그러나 2022년 하반기부터 워싱턴 D.C.에서도 이 같은 논의에 대한 금기가 깨지기 시작했고, 이제는 핵무장에 반대하는 전문가들조차 이 옵션을 한미 간에 비공개리에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변화된 입장을 보이기 시작했다.
-151~152쪽, <제8장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에 대한 국제사회 설득 방안> 중에서
“한국은 지금까지 핵비확산체제 수호국으로서의 위치를 공고히 지켜 왔다. 일례로 한국은 포괄적안전조치협정의 추가의정서까지 적용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한국 내 민간 원자력 프로그램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강도 높은 사찰을 받고 있다. 한국은 2012년 핵안보정상회의를 개최하기도 했으며, 핵물질 및 여타 방사능 물질을 안전하게 관리하는 데 리더십을 발휘해 왔다. 더욱이 한국은 수십 년 이내에 향후 원자력 기술 수출 시장 점유율을 20%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선언한 바 있으며, 원자력 기술 수출을 위해서라도 경제제재 리스크를 떠안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다르게 말하면, 이는 어디까지나 비확산체제가 한국의 국익에 부합한다는 가정하에서만 유효한 현실일 뿐이다.
만일 한국 정부가 국익을 위해 핵무기 개발이 필요하다고 결정할 경우, 북한이 2003년에 그러했듯 핵확산방지조약NPT의 10항을 근거로 90일의 통지 기간을 거쳐 NPT 탈퇴를 선언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한국에 대한 원자력 기술 수출 제재 역시 높지 않은 강도에서 그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영리하게도 원자력 산업에서 미국과 프랑스, 일본 등 유력한 국가들과 협력 관계를 맺고 있으므로 이 협력국들이 아랍에미리트UAE 및 여타 국가 내에서 한국과 함께 진행하고 있는 파트너십을 통해 지속적으로 이득을 누리기 원한다면 자국에까지 해를 끼치게 될 정도로 한국에 강력하게 제재를 밀어붙일 가능성은 높지 않기 때문이다.”
-177~178쪽, <제10장 한국의 핵자강에 대한 Q&A>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