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으로 보아 온 처마곡선을 설계의 대상으로 바꾸다 /
한옥의 처마곡선은 흔히 건축의 인상을 결정하는 아름다운 외형선으로 설명되어 왔다. 《한국건축 처마곡선 설계방안 연구》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처마곡선을 실제로 어떻게 설정하고 작도하며 부재의 치목으로 연결할 것인가를 묻는다. 저자는 처마곡선을 입면의 앙곡이나 평면의 안허리곡 하나로 보지 않고, 귀솟음·외경각·처마 내밀기와 들림값, 건물 규모와 장단비, 홑처마와 겹처마, 층수와 장연 물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입체적 설계 결과로 설명한다. 한국·중국·일본의 처마곡선 특징을 비교해 기본 개념을 정리한 뒤, 평면·입면·사면의 관계와 기준점·기준선, 변화량 지표를 통해 처마곡선을 도면 위에서 검토할 수 있는 대상으로 전환한다.
대목의 경험을 도면과 수치, 치목표로 연결하다 /
핵심은 현장에서 축적된 대목 기술을 설계자가 공유할 수 있는 작도 체계로 정리한 데 있다. 저자는 조선 후기 사랑채 형식의 홑처마 모델과 강화 학사재, 평창 백덕재, 경복궁 근정전을 사례로 삼아 건물의 장단비와 처마 구성에 따라 안허리곡과 앙곡의 변화값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핀다. 특히 근정전에서는 실측자료를 바탕으로 상·하층, 장변·단변, 초매기·이매기의 변화량 지표를 구분하고, 이를 이후 부재 작도의 기준으로 활용한다. 이렇게 설정한 처마곡선을 추녀와 사래, 선자연과 선자부연, 평연과 부연, 갈모산방과 평고대의 상세도와 치목표로 단계적으로 옮겨 가면서, 하나의 처마선이 여러 부재의 내밀기와 들림, 접합 관계를 통해 완성되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설계도와 실제 치목 사이를 잇는 실무적 기준 /
저자가 이 책을 통해 지향하는 바는 목수의 경험을 대신하는 획일적인 공식이 아니다. 오히려 경험적 기술을 기준점과 기준선, 변화량 지표, 나이매기기 좌판과 눈금표, 부재별 상세도와 치목표로 공유할 수 있게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평연과 부연처럼 수량이 많은 부재는 나이매기기 방식으로, 선자연과 선자부연은 위치별 변화값으로, 갈모산방과 평고대는 귀처마부 곡률과 처마선의 연속성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각각 구체화된다. 저자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설계 의도와 실제 치목 결과 사이의 오차를 줄이고, 처마곡선을 보다 정확하게 시공할 수 있다고 결론짓는다. 전통건축 설계자와 문화유산 수리기술자, 대목, 전통 목조건축 교육 현장에서 처마곡선을 설계와 시공의 공통 언어로 다루기 위한 실무적 참고 자료로서 훌륭한 가치를 지니며, 그밖에 해당 분야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도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