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게 자꾸 웃음이 났다.
이제야 알 것 같아서.
너에게 바통을 완벽하게 건네는 법을.”
▶우리가 꼭 챙겨야 할 소중한 마음에 대한 이야기
▶최고의 마음 박사가 될 수 있는 마음 챙김 동화책
친구의 사랑에 관한 조마조마한 마음
“도대체 이게 몇 번째야!” 운동장 한편에서 새된 외침이 메아리쳤다. 이어달리기 마지막 주자인 종우는 오늘도 ‘민주’가 건네는 바통을 눈앞에서 놓쳤다. 소문난 달리기 에이스 종우의 어처구니없는 실수에 민주는 답답할 따름이다. 다른 이어달리기 주자들은 연필을 건네듯이 아주 가볍게 바통을 패스하고, 빌려준 물건을 돌려받듯이 자연스럽게 바통을 받는다. 이런 주자들의 모습을 좇는 데 열중하는 민주의 눈에는 종우의 증상이 보이지 않는다. 지진이라도 난 듯 흔들리는 눈빛, 굳어지는 손놀림, 어색하기 짝이 없는 웃음. 민주 앞에 서면 나타나는 종우의 증상은 ‘좋아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을 처음 가져 본 아이들은 모든 것이 낯설다. 긴장되고, 어색하고, 마음과는 반대로 상대에게 말이 투박하게 나가기도 한다. 그러다가 이 마음을 끝내 숨길지 혹은 상대에게 전할지 고민하고, 나아가 그 방법을 생각하는 데 골몰한다. 종우는 끝내 바통을 새로 잡는 방법과 함께 자신의 마음을 전하는 법을 발견한다. 일방적인 선언이 아닌, 자신의 마음을 조심스럽게 표현하는 종우.
평소의 자신만만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수줍고 정중하게 마음을 건네는 종우 앞에서 이제 민주의 선택만이 남았다. 종우에게 패스하는 바통에 자신의 마음을 얹어 건넬지는 결승선에 가까이 다다라서야 알 수 있을 것이다. 독자들 역시 바통을 주고받는 행위를 통해 마음을 주고받는 법을 깨닫는 〈너에게 건네는 바통〉 이야기의 결승선에 다다르면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좋아하는 마음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지, 또 건네받는 마음과 같거나 다른 내 마음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지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
가족의 소중함에 대한 아릿아릿한 마음
시간의 흐름과 함께 희미해지는 생명이 있는가 하면 또 그 한가운데에서 새롭게 탄생되는 생명이 있다. 〈돌절구 합창단〉은 이러한 생명의 순환 속에서 소중한 것을 지켜내려는 아이의 마음을 그린다.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아픈 할머니와 세월의 흐름과 함께 제 기능을 잃어버리고 쓰레기통으로 전락한 할머니의 돌절구. 어떤 점에서 이들의 운명이 닮았는지 모르는 어린아이임에도 주인공 ‘은서’는 대문 앞에 버려진 돌절구 앞에서 도무지 발을 뗄 수 없다.
돌절구를 집으로 가져온 은서에게 엄마는 “쓸모없는 물건을 왜 가지고 왔는지 모르겠다며 또다시 핀잔”을 주지만 은서는 보란 듯이 돌절구를 멋지게 꾸민다. 할머니가 좋아하는 부레옥잠을 돌절구에서 기르기 시작한 은서의 애정과 비례해 부레옥잠은 멋지게 자리를 잡아간다. 하지만 부레옥잠의 꽃을 기대하고 있는 은서에게 찾아오는 것은 재난 같은 폭우다. 넘치는 빗물에 몇몇 부레옥잠은 소실되지만, 이내 그 한가운데에서 새로운 생명, 즉 돌절구의 새로운 가족인 올챙이가 탄생한다.
“마른 풀잎 색의 단순했던 물고기가 네 다리를 가진 반짝이는 초록 생명체가 되는 과정”을 지켜왔던 은서에게 개구리들은 ‘개골개골’로 시작하는 노래를 선물한다. 넘치는 생명력의 소리 가운데서 은서가 생각하는 것은 여전히 돌아오지 않는 할머니다. 무엇보다 이 노래를 좋아할 할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실어 보내는 은서의 귀에는 어느새 개구리들의 노랫소리와 함께 할머니의 콧노래가 들려온다. 마침내 돌절구 합창단이 완성되는 순간이다.
자신의 양심에 관한 아슬아슬한 마음
“잠깐만 보고 넣어 둬도 괜찮겠지?” 하고 생각하던 ‘하진’이의 가벼운 마음은 얼떨결에 스마트폰 “도둑”이 되면서 계속해서 무거워진다. 자신은 도둑이 아니라고 속으로 생각하지만, 친구들의 추궁과 의심의 눈초리 등 아슬아슬한 상황 속에서 쉽게 고백하지 못하고, 설상가상 학교에 엄청난 도난 사건이 발생한다. 마침 그날 교실을 마지막으로 빠져나갔다는 이유로 또다시 아이들의 의심을 받는 하진은 인쇄실에서 본 할아버지를 의심하기에 이른다. ‘범인은 반드시 범행 장소에 돌아온다’는 속설을 떠올리고 인쇄실에 숨어든 하진의 눈앞에 다가오는 흙이 잔뜩 묻은 낡은 신발. ‘쿵’ 하고 둔탁스러운 소리만 남기고 재빨리 사라진 발걸음.
“다 알고 있어요. 할아버지가 도둑인 거.” 신발을 힌트 삼아 폐지 할아버지를 뒤쫓은 하진의 당돌한 발언에 할아버지는 담담하게 사정을 풀어놓는다. “날은 춥고 하는 수 없이 학교에 몇 번 들어가 종이란 종이는 죄다 훔쳐 나왔지. 수백 장은 될 것이야.” “전쟁으로 폐허가 된 동네에서 우리 집 흙벽도 허물어져 갔지. 학교에서 가져온 종이를 흙벽에 바르며 그 겨울을 힘겹게 버텨 냈단다.” 할아버지는 수십 년이 지나도 그 잘못을 잊지 않았다. 그리고 폐지 줍기를 통해 버는 돈으로 종이를 사서 계속해서 학교에 가져다 둔 것을 알게 된 하진이는 부끄러워진다. “오히려 진짜 도둑은 내가 아닐까?” 이제 하진이가 마음이 빚을 덜어낼 차례였다.
〈빚 갚는 도둑〉에서는 시간이 지날수록 무거워지는 마음으로 괴로운 하진이와 무거운 폐지를 싣고 나르지만 가벼운 발걸음을 내딛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이야기 내내 나란히 등장한다. 교차되는 서로의 무게감 속에서, 나아갈 길을 몸소 보여주는 어른의 모습과 그로 인해 비로소 자기만의 양심 나침반을 갖게 되는 아이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 수상내역
▶제46회 샘터 동화상 수상작품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