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직접 눈으로 봐야만 보이는 부분도 있는데.”
사진으로만 남기지 말고 마음에 담을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
- 1장. 꽃봉오리가 터질 무렵
막 솟아난 힘이 가지 쪽으로 힘차게 뻗어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아무래도 내가 꽃을 피우기 시작한 모양이다.
“와아.”
가게에 들어서던 손님이 창문 너머로 마당을 바라보다가 감탄사를 터뜨리자 히오가 우쭐거리며 선언하듯 목소리를 높였다.
“개화가 시작됐어요. 올해의 벚꽃이 폈어요.”
- 1장. 꽃봉오리가 터질 무렵
“미야코 씨는 꽃의 기분까지 아시는군요.”
미야코는 글쎄, 하며 잠시 생각하고 나서 대답했다.
“뭐랄까, 꽃이 가르쳐주거든. 곧 꽃이 필 거야, 물을 마시고 싶어, 하면서.”
“목소리가 들려요?”
“관심을 가지면 알 수 있어. 히오 씨도 그렇잖아.”
- 2장. 푸른 벚나무
과자를 사고 차를 준비하고 마당을 청소한다. 두드러진 성장은 눈에 보이지 않을지라도 그렇게 똑같은 일상을 반복하면서 카페를 유지하고 손님을 맞이하며 하루하루를 이어가는 것 자체가 느리게 성장하는 인생이건만, 히오가 그 사실을 깨달으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듯하다.
- 2장. 푸른 벚나무
“저건 무슨 나무예요?”
“벚나무예요. 산벚나무요.”
그렇구나, 하고 장단을 맞추더니 “그럼 봄철에는 엄청 예쁘겠어요.” 하며 꽃이 핀 내 모습을 상상하는지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예에. 근데 조금만 지나면 또 한 번 멋진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조금만 지나면요?”
“예. 단풍이 정말 곱게 물들거든요.”
히오는 내 나뭇잎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단풍? 벚나무도 단풍이 드나요?”
벚나무는 꽃이 전부가 아니다. 봄에는 더없이 사랑스러운 눈길로 바라보고 꽃이 지는 걸 아쉬워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다 꽃이 피지 않는 시기에는 땅에 심어져 있는 나무가 벚나무라는 사실마저 잊어버린다. 화사함을 뽐내는 시기가 아니더라도 계절마다 다른 멋이 있다. 사시사철 매력을 발산하는 것이다.
- 3장. 단풍의 독백
외할머니가 지켜낸 벚나무가 오늘을 살아가는 나와 그 꽃을 바라보는 사람들 앞에서 또다시 꽃을 피운다. 나는 끝이 없는 이 순환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값진 기적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싶어졌다. 어떠한 시련이 찾아와도 극복하고 다시 살아나는 재생의 기적.
- 5장. 다시 봄, 새순이 돋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