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내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은 바로 외할머니다. 할머니의 말씀과 행동을 통해 나는 근심과 걱정, 절망과 지독한 열등감에서 벗어났다.
유치원 시절부터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많이 당했다. 그렇지만 아버지는 ‘원수도 사랑하라’고 가르치는 분이셨고, 어머니는 늘 ‘너를 돌아보라’고 말씀하시는 분이었다. 힘들 때마다 나는 늘 혼자였고 외로웠다. 나는 점점 내성적이고 열등감에 찬 사람으로 변했다. 나로 살아간다는 게 버겁고 고달팠다.
할머니가 내 삶에 들어오면서 나는 조금씩 안정을 되찾았고 내면이 치유되었으며 자존감을 회복했다. 90년 가까운 인생을 살면서 할머니는 한 번도 자기를 자책하거나 주눅들지 않으셨고 누군가에게 부당한 이익을 갈취하지 않으셨다. 단 한 번도 ‘여자는 이래야만 한다’는 삶을 살지도 않으셨다. 할머니는 할머니 자신의 인생을 살아내셨다.
“꼭 꽃이 될 필요는 없어. 너는 한 알의 씨앗이란다. 뿌리를 잘 내리고 네가 원하는 모습으로 살아내렴. 네 자신으로 사는 것이 네 삶에 주는 가장 큰 선물이란다.” 할머니가 내게 항상 하셨던 말이다. 그 말이 내 인생을 뚫고 들어온 후, 나는 사람으로서의 도리를 알게 되었다. 할머니가 가르쳐준 인생의 지혜를 통해 나는 비로소 나 자신의 인생을 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