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시 봉황동으로 옮긴 후, 1년은 쉬고 1년은 집수리를 했다. 코로나 시기와 겹쳤던 이 기간은 침잠하여 생각도 가다듬고 우리 몸도 점검하는 시기였다. 텅 빈 공간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형성되어있는 사고방식과 형상을 해체하고 다시 정립하는 시간이었다.
- 20쪽
도면을 그리지는 않았으나 우리가 원하는 형태의 집을 마음에 새기고 찾아나섰다. 집은 작아도 마당은 넓었으면 했다. 마당에는 커다란 나무가 한 그루쯤 있으면 좋겠고 빨간 벽돌 이층 건물에 반지하실이 있으면 좋겠어! 반지하는 책방 겸 서원을 하고 1층은 우리 밀로 빵을 굽는 식탁을 만들고 2층은 게스트하우스를 하는 거지! 그리고 대문쯤에 옛 화장실이 남아있다면 거기를 한뼘미술관의 시작점으로 하자고 했다.
– 33~34쪽
우리가 하는 이 행위는 철거라기보다는 해체에 좀 더 가까웠다. 철거가 부숴서 없애버리는 것이라면 해체는 지금 그대로를 지속할 수 없어서 다시 세우기 위한 작업이고, 그런 작업이 되어야 하니까. 즉, 다른 모습으로 가기 위한 해체였고 재구성을 위한 시간이었다. 우리는 먼지를 뒤집어쓰면서 해체를 이어나갔다.
– 69~7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