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어느 날 갑자기 무너진 세상
전쟁이 우리에게서 빼앗아 가는 것들
모두가 잠든 새벽, 사이렌 소리가 요란하게 울리고 폭발음과 함께 벽이 흔들렸습니다. 아빠는 다급히 가족을 깨워 대피소로 뛰었습니다. 격렬한 공격이 한바탕 지나가고 잠시 조용해진 틈을 타 가족은 바깥으로 나왔습니다. 세상이 온통 망가져 있었어요. 집은 부서지고 거리에는 흙먼지가 자욱했지요. 피난이 시작되고 가족도 기차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아빠가 기차에 타지 않는 거예요. “아빠는 왜 안 가?” 동생이 묻자 “아빠는 다음 기차로 따라올 거야.” 하고 대답하며 엄마는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엄마와 아이들은 새롭게 정착할 곳을 찾아 낯선 곳을 옮겨 다녔습니다. 하지만 가족을 따뜻하게 맞아 주는 곳은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여행’은 자꾸만 길어졌지요. 오랜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머무를 곳이 생겼고 엄마도 일자리를 구했습니다. 위태로웠던 생활도 차츰 안정을 되찾아 갔습니다. 그런데 아빠는 언제쯤 올까요?
아빠는 헤어지기 전 아이에게 유리병에 든 젤리를 건넸습니다. ‘곧 다시 만나자.’는 약속처럼 말이에요. 아이는 젤리를 늘 곁에 두고 바라봅니다. 어쩌면 아이에게 젤리는 언젠가 아빠가 꼭 돌아올 거라는 변함없는 믿음일지도 몰라요. 그래서 새해를 맞이하는 불꽃놀이를 보며 “아빠 언제 와?”라고 묻는 동생에게 “걱정하지 마. 곧 오실 거야.” 하고 큰 소리로 말해 줄 수 있었겠지요.
《아빠 언제 와요?》에서 전쟁으로 무너진 세상은 잿빛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빛이, 희망이 사라진 것처럼 말이에요. 무아 작가는 사람을 대신해 아이들에게 친숙한 동물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웠어요. 전쟁의 참혹함을 화면에 거칠게 담는 대신 독자들이 안타까운 곰 가족의 이야기에 집중하도록 했습니다. 또 등장하는 동물들의 겁에 질린 표정, 슬퍼하거나 혼란스러운 표정을 섬세하게 그려 냈습니다. 전쟁이 우리에게서 무엇을 빼앗아 가는지 차분하면서도 깊이 있게 보여 주고 있지요.
전쟁, 내전, 난민 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은 세계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가 꼭 해야 할 일입니다. 소중한 이들과 우리 삶을 지켜 나가기 위한 일이기도 하지요. 《아빠 언제 와요?》는 어른이 아닌 아이의 관점에서 전쟁의 아픔을, 또 그 속에서 피어나는 희망을 이야기하는 그림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