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와 대만에서 먼저 주목받은 책
대만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 호서대가독 수상작
볼로냐 라가치상 수상 작가 린샤오베이 그림
그림 작가 린샤오베이는 2022년 화이트 레이븐스에 선정되고, 나미콩쿠르 일러스트레이션상, 산케이 아동출판문화상, 2023·2024 볼로냐 라가치상 The Braw Amazing Bookshelf, TIBE Book Prize, 대만 오픈북 어워드를 수상하는 등 어린이 문학에서 주목받고 있는 작가다. 린샤오베이 작가는 무심한 듯 자유롭고 단순한 터치로 인물의 표정과 움직임을 표현한다. 담대한 그림체는 이야기가 그 자리에 정지해 있는 것이 아니라 생생하게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 작품을 쓴 천펑웨이는 초등 교사로 아이들과 가장 가까이에서 호흡하고 있는 작가다. 작가는 아이들이 자라며 느끼는 모든 위기와 그를 통한 성장을 이해하고 응원하고자 한다. 앞으로 아이들의 겪게 될 모험을 어떻게 하면 다정히 격려할 수 있을까? 또한 그 마음을 아이들이 읽고 싶어 할 이야기로 담을 수 있을까? 『어디에도 없는 학교』는 이러한 고민에 대하여 작가 자신이 써 내려간 대답이다.
모든 환상이 현실이 되는 곳
일상과 마주 닿은 판타지를 그리다.
어린이거나, 어린이였던 이들은 누구나 자신만의 판타지를 가지고 있다. 등교하기 힘든 나머지 날아다니는 의자를 타고 학교에 가고 싶다고 상상했던 어떤 어른처럼. 『어디에도 없는 학교』는 이 말도 안 되는 상상을 실감 나게 펼쳐, 독자들에게 상상을 현실로 바꾸는 카타르시스를 준다.
어디에도 없는 학교에서는 털보 아저씨가 개울에 통나무로 만든 배를 띄운다. 아이들을 통나무 비행선에 태우고 굽이친 개울을 내달려 학교에 데려다주기 위해서다. 학교 정문에 위치한 도서관은 마치 놀이공원에 온 듯 거대한 대관람차의 모습을 하고 있다. 학교는 파도로 만들어진 미끄럼틀로 빙 둘러싸여 있다. 파도 미끄럼틀을 타면 교실로 빠르게 들어갈 수 있는데, 여섯 개의 교차로가 있어 아이들은 교실에서 가장 가까운 길을 선택해서 그곳으로 내려간다. 벼랑 위에 있는 매점은 거스름돈을 안 준다는 원칙 덕에 암산과 계산을 스스로 해야 하지만,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곳이다.
이곳은 한 번쯤 상상했던 모든 것이 그 자체로 현실이 되는 판타지의 세계다. 학교에 관한 다른 동화와의 차별점은 여기에서 비롯한다. 일상을 비추어 보고자 상상력을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일상이 된 판타지 속에 독자들을 던져 놓는다. 독자는 어떠한 메시지나 교훈을 받아야 할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 이 학교에서 어떤 가르침을 받고 학습해야 할지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다. 그저 어디에도 없는 학교의 학생인 웅재를 따라 학교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기만 하면 된다. 그 체험이 바로 이 책이 독자에게 주고 싶은 유일하고 중요한 가치이다.
모두의 마음속에 반짝이는
장난기를 찾아서
어디에도 없는 학교의 가장 독특한 점은 ‘사람’이다. 권위는커녕 실제로 존재하는지 의견이 나뉠 만큼 베일에 싸인 교장 선생님, 못하는 아이를 재촉하지 않고 마냥 천천히 하라고만 하는 느릿느릿 담임선생님.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뭐든 뚝딱뚝딱 고쳐 내는 골동품 할아버지까지.
어디에도 없는 학교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이처럼 각자 모두 다른 모습이지만 어린아이들부터 교장 선생님에 이르기까지 장난기가 가득하다. 아무런 의도가 없는 사소한 대화, 의미 없지만 재미있는 장난, 서로를 향한 대책 없는 호의와 호기심은 어린이들이 가진 반짝이는 특성이다. 어디에도 없는 학교의 어른들과 아이들이 어떤 장벽도 없이 서로 장난을 주고받는 모습은 독자들에게 따스한 행복감을 준다. 시간이 지나더라도 잃지 말아야 하는 소중한 것들은 어쩌면 어린이들의 모습 속에 있는지도 모른다.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2년 전 우연히 발견한 어디에도 없는 학교는 분명히 존재했노라고. 어디에도 없는 학교는 ‘찾을 수 없는 산’에 있다. 찾을 수 없는 산을 찾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가는 길은 책에 나와 있으니 도전해 볼 만하다. 방문객들이 길을 헤매지 않도록 웅재가 그린 지도도 책에 넣어 두었으니 우리 모두 무사히, 곧 어디에도 없는 학교에서 만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