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란 흰 종이 위에 널브러진 검은 글자들을 최대한 많이 머릿속에 쓸어 담은 최종 결과가 아니라, 나의 몸 구석구석을 관통하는 깨달음의 과정이며 여정이다. _002 체독(體讀)
처절한 밥벌이에도 함부로 침몰하지 않는 독서, 치열한 바쁨에도 함부로 잠식되지 않는 독서에 대한 기대와 기도가 야독이다. _004 야독(夜讀)
열혈(熱血), 열망(熱望), 열애(熱愛), 열변(熱辯)… 열을 내고 열을 받으면 사람의 머리와 가슴이 뜨거워지고 더 깊이 몰입하고 더 짙게 감동한다. 책과 함께하는 열독의 순간, 열정의 순간, 격정의 순간을 경험하는 것 또한 축복이고 기쁨이다. 그 순간의 감동을 잊지 못해 늘 책 주변을 서성이게 된다. 푸른 청춘을 충동질하는 새빨간 열정의 독서를 열렬히 응원한다. _054 열독(熱讀)
소박하지만 소중한 독서의 가냘픈 시작을 너무 윽박지르거나 민망해하지 말고 스스로를 조용히 기다리고 응원해주자. 시간이 쌓이고 노력이 쌓여 독서가 두터워지면 그 어떤 외투보다 따뜻하고 품위 있게 나를 감쌀 것이다. _060 소독(素讀)
독서는 넓은 의미에서 늘 번독(讀)이다. 우리는 늘 자신의 언어로 번역해서 책을 읽게 되기 때문이다. 나에게 내장되어 있는 말로 바꾸고, 나에게 저장되어 있는 감각으로 치환하고, 나에게 중요한 순서와 강도로 변환시켜야 읽을 수 있다. _080 번독(翻讀)
독서는 깨어짐이다. 돌덩이처럼 굳어진 스스로를 깨고 또 깨는 일이다. 어설픈 확신과 속단을 깨고, 편협한 이념과 선입견을 깨고, 끝없는 무지와 무관심을 깨고, 나약한 나태와 게으름을 깨고, 옹졸한 오만과 편견의 벽을 깨야 독서까지 닿을 수 있다. 이토록 많은 것에 가로막혔기에 처음부터 끝까지 책을 읽어내는 일은 꽤나 어려운 일이다. 책을 끝까지 독파한다는 것은 지극히 고단하고 고달픈 일이다. _092 독파(讀破)
시를 배운다는 것은 눈물을 배운다는 뜻이며, 책을 읽는다는 것은 다른 존재의 삶에 공감하는 법을 배운다는 뜻이다. 독서는 눈물을 읽고, 눈물로 읽고, 눈물로 남는 일이다. _111 누송(淚誦)