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들은 퍼실리테이션을 회의뿐 아니라 수업과 학급 운영에도 적용했다. 이러한 결과는 퍼실리테이션 때문에 일어난 일이 아니다.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은 교육을 해보고 싶은 선생님들 철학의 힘이었다. 모든 학교 구성원에게 예의를 갖춰 대하고 믿으면서 걸어가는 선생님들의 따듯함 때문이다. 이 책은 그런 기록이다. 그윽한 풍미를 간직한 학교, 존재로 환대받는 학교를 꿈꾸는 분들의 부엌 한쪽에 놓여서 땀과 웃음을 묻혀가는 레시피처럼 쓰였으면 행복하겠다. 6쪽
퍼실리테이션은 학교에서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교직원 회의, 교육과정 평가회, 학급회의, 수업 등 다양한 활동의 장에서 퍼실리테이션을 활용하면, 교육공동체 구성원의 자발적인 참여 속에 만들어지는 창조적인 결과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학생들이 직접 계획하는 현장체험학습 사례를 살펴보자. 15쪽
적절한 퍼실리테이션 도구와 절차를 학교 현장에 적용한다면 더욱 효과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학교에 퍼실리테이션이 필요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학교 구성원이 원하는 목적과 결과를 명확히 하여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구성원의 힘과 지혜를 모을 수 있다. 둘째, 모두 평등하게 존중받으며 적극적인 참여를 할 수 있도록 기회를 보장한다. 셋째, 꼼꼼하게 설계되는 과정을 통해 집단 지성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다. 넷째, 유용한 도구와 기법을 통해 구성원이 원하는 목적을 원활하게 달성하고 모두가 만족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17쪽
학교 회의, 다모임, 수업 등에서 이루어지는 학교 퍼실리테이션 활용 분야는 매우 다양하다. 아래 사례들을 보면 우리가 학교에서 평소 하는 많은 활동들이 퍼실리테이션 활동 분야라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퍼실리테이션에 대해 이해하고 있다면 보다 의미있는 교육활동에 다가갈 수 있다. 19쪽
퍼실리테이션을 통해서 학교 회의, 학부모와의 첫 만남, 학급 약속 만들기 등을 진행하려면 기본적인 퍼실리테이션 진행 과정을 알고 있어야 한다. 기본적인 진행 과정을 이해하고 상황과 목적에 따라 조금씩 변형해서 사용하면 원하는 결과를 효과적으로 얻을 수 있다. 아래 과정은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기본적인 5단계 퍼실리테이션 과정이다. 이 과정대로 퍼실리테이션을 진행하면 원하는 목적과 결과물을 쉽게 달성할 수 있다. 5단계 퍼실리테이션 과정은 다음과 같다. 25쪽
결정하기는 모은 의견 중에 목적에 부합하고, 실천할 수 있는 의견을 선택하는 과정이다. 예를 들면, ‘학급 약속 정하기’에서 목적은 안전하고 평화로운 학급을 만드는 것이다. 이때 학교 규칙에 어긋나는 ‘9시 이후 등교하기’가 학급 약속으로 결정된다면 안전하고 평화로운 학급이라는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 목적에 부합하는 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학교 규칙 안에서 학급 약속을 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실천 가능한 제안은 구성원 모두가 실제 실천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학급 약속 중 ‘수업 끝나고 청소하고 집에 가기’라고 제안했다면 학생들이 수업 끝나고 청소하고 갈 수 있는 상황이 되는지 판단해 보는 것이다. 46쪽
2단계 마음 열기. 마음 열기는 이미지카드로 진행했다. 이미지카드를 학습공동체 구성원 전체가 볼 수 있도록 책상 위에 펼쳐 두고 2가지 질문에 해당하는 그림을 골랐다. 첫 번째 질문은 “최근 내가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두 번째 질문은 “나에게 전문적학습공동체란?”이다. 이미지카드를 통해 전문적학습공동체 구성원들이 평소 우리 공동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서로의 생각을 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되도록 했다. 59쪽
마음 열기에는 치밀한 계획이 필요하다. 자연스럽게 회의 주제로 연결되도록 마음 열기를 구성한다. 예를 들면, 2월 교육과정 함께 세우기 첫날 회의에서 ‘네임텐트’ 마음 열기 활동을 준비하여 새로운 전입 교원과 기존 교원이 자연스럽게 자기소개를 하며 서로를 알아갈 수 있도록 유도한다. 12월 교육과정 평가회에서는 ‘6×6 주사위 게임’ 마음 열기 활동으로 서로 묻고 대답하며 1년을 성찰하는 시간을 갖도록 한다. 64쪽
의견 내기. 교육과 관련하여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낱말을 선택하여 학교 구성원의 생각을 꺼내도록 돕는 과정이다. 두 가지 핵심 질문을 칠판에 제시하고 동시에 진행한다. 한 가지 질문에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 낱말 하나를 포스트잇 한장에 쓴다. 이때 한 개의 질문에 중요하게 생각하는 낱말을 2~3개 고를 수 있다. 다만 한 개의 낱말을 하나의 포스트잇에 쓰도록 안내한다. 나중에 비슷한 낱말끼리 분류하기 위해서다. 두 가지 질문에 대한 가치 낱말이 겹친다면 하나로 쓸 수 있다. 89쪽
결정하기. 교과 융합 수업을 위한 계획서를 작성하였다면 교사 전체가 함께 공유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좋다. 〈갤러리 워크〉를 통해서 어떤 교과 융합 수업이 있는지 확인하고 공유하는 시간을 가진다. 칭찬 한 마디와 실제 실천을 꼭 할 수 있도록 응원의 메시지를 남겨준다. 137쪽
지난해 학급에서 자신에게 일어났던 행복한 순간과 힘들었던 일을 떠올린다. 각자 그 ‘순간(또는 사건)’과 ‘이유’를 포스트잇에 적어본다. 모둠에 준비된 이젤패드에 자신의 이름을 적고 붙여본 뒤 친구들에게 자세히 사건을 설명하고 이유를 말한다. 이때 학생들은 공감의 표현으로 끼어들어 말하거나 맞장구를 치지 않고 침묵으로 경청한다. 눈빛으로 공감해도 좋다. 오롯이 한 학생이 자신의 이야기를 잘 풀어놓을 수 있도록 듣는 분위기가 중요하다. 176쪽
학부모들이 교실에 들어서는 순간, 다른 학부모들이 오기를 기다리는 순간, 자리에 앉아서 담임교사의 이야기를 기다리는 순간들이 짧은 것 같지만 길게 느껴지고 어색한 침묵이 감돌기도 한다. 칠판에 마음 열기와 관련된 활동을 미리 적어서 안내하면 좋다. 〈네임텐트〉를 이용하여 학부모들이 자기소개를 할 수 있도록 하자. 네임텐트 만들기는 이 책의 앞부분에 자세히 나와 있다. 우선 준비된 A4 용지를 책상마다 놓아두자. 글씨가 잘 보일 수 있도록 필기구는 유성매직이나 네임펜이면 좋다. 네임텐트의 가운데는 학부모의 이름을 적게 하고 네 귀퉁이에는 다음의 질문에 해당하는 것을 적도록 안내한다. 227쪽
온택트 퍼실리테이션 도구. 학교 현장에는 온택트 퍼실리테이션에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도구가 있다. 그중 가장 많이 활용되는 줌Zoom, 알로ALLO, 구글 문서, 패들렛Padlet을 소개한다. 줌 소회의실은 화상회의에 유용하며, 알로는 아이디어를 꺼내거나 모을 때 유용하다. 이런 도구들을 사용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참가자들이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번 장에서는 퍼실리테이션을 적용하기에 유용한 도구와 방법을 알아보고자 한다. 246쪽
다양하게 쓰이는 퍼실리테이션 영역 중에서 학교에 유용하게 쓰이는 것을 모아 ‘학교 퍼실리테이션’을 만들었다. ‘학교 퍼실리테이션’은 ‘학교가 원하는 교육적 목적에 도달할 수 있도록 교육공동체의 참여를 촉진하고 돕는 모든 활동’이다. 선생님은 퍼실리테이션을 활용할 수 있는 훌륭한 자질을 가지고 있다. 선생님들 속에 흩어져 있는 퍼실리테이터로서의 자질을 모아서 좋은 결과를 만드는 데 이 책이 바늘과 실로 쓰이기를 바란다. 27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