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자와 겐지의 죽음과 함께 세상에서 사라질 뻔했던 시가 발견된 장소도, 나쓰메 소세키가 소설 배경으로 등장시킨 단골집도 킷사텐이었지요. 작가가 되기 전의 무라카미 하루키는 재즈 킷사 주인이었습니다.
킷사텐은 사교와 예술이 꽃피는 문화 살롱이었습니다. 커피 한 잔 값으로 킷사텐이라는 공간을 공유하며 서로 만나고, 대화하고, 때로는 소리 높여 토론하던 사람들은 저마다 이야기를 남겼습니다. 그 이야기를 알고 나면 도쿄라는 도시를 걷는 일이, 킷사텐에서 보내는 한때가 더 깊고 넓게 다가올 거예요.
p.7 프롤로그 - 타임 슬립을 위한티타임
오래된 킷사텐이 흥미로운 이유는 거장이라 불리는 문인의 소소한 취향과 일화를 기억하고 있다가 들려주기 때문이다. 루쉰이 밀크셰이크를 즐겨 마셨다면 나쓰메 소세키는 단 음식을 좋아했던 것으로도 유명한데, 아오키도에서는 버터 종류를 넣은 양과자보다 전통적인 화과자를 자주 찾았다고 한다.
p.73 일본 문학에 새겨진킷사텐 아오키도
고서점 주인 손을 떠나 아오모리에 안착한 다자이 오사무의 수채화는 인물을 담고 있다. 그 인물은 도쿄의 책방 거리 진보초에서 ‘쇼우신샤昭森社’라는 출판사를 운영하던 모리야 히토시로, 출판사 방 한 칸을 개방해 란보라는 킷사텐을 만들었다. 작가와 편집자, 책 만드는 사람으로 가득한, 참으로 진보초다운 킷사텐이었다.
p.89 헌책방에서 발견된 보물
관동대지진을 기점으로 젊은 문인들은 새로운 문학에 시동을 걸었고, 이들에게는 ‘신감각파新感覚派’라는이름이 붙었다.
바로 이때 후지야는 가와바타 야스나리와 요코미쓰 리이치를 비롯한 신감각파 작가들의 아지트이자 〈문예시대〉 발간을 논의하는 편집실 역할을 했다. 그렇게 창간된 〈문예시대〉를 통해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걸작 중 하나인 〈이즈의 무희伊豆の踊り子〉가 발표되었으니, 〈문예시대〉라는잡지와 후지야라는 킷사텐은 일본 최초의 노벨 문학상 수상작을 탄생하게 한 인큐베이터가 아니었을까.
p.124 노벨문학상 거장이 청년이고신인이던 때
파리의 예술이 르 프로코프에서 움텄다면 근대 도쿄의 예술은 바로 이곳, 파울리스타에서 피어났다. 일본을 찾은 존 레넌과 오노 요코도 파울리스타를 놓치지 않았다. 존 레넌과 오노 요코는 1977년부터 3년 연속 일본을 방문해 짧게는 한 달, 길게는 다섯 달간 머물렀다. 파울리스타 커피 잔에 사인을 남긴 해는 1987년이었는데, 아무리 유명한 손님이 와도 다가가서 알은체를 하거나 귀찮게 하지 않는 것이 파울리스타의 원칙이라지만 두 사람이 사흘 연속으로 찾아오는 바람에 사진과 사인을 부탁했다나. 파울리스타는 어떤 곳이기에 존 레넌과 오노 요코가 출근 도장을 찍었을까?
p.137 커피가 모두의 음료가되기까지
모나미에서 미야자와 겐지 추도식이 열리지 않았다면 우리는 이 작가의 존재를 알지 못한 채 살아갔을 것이다. 겐지 추도식에서 발견된 원고는 〈미야자와 겐지 전집〉으로 출간되면서 세상에 알려졌고, 〈비에도 지지 않고〉도 사람들의 마음을 촉촉이 적시는 일본 국민 시가 되었다. 왕궁에서 쓰던 문화재가 옛 도읍 가까운 곳에서 발굴되는 것처럼, 묻힐 뻔했던 문학은 예술가가 드나드는 킷사텐에서 발굴되는 건가 보다.
p.168 킷사텐에서 길어 올린육필 원고
사실 보스는 인도 독립운동가였다. 〈동방의 등불The Lamp of the East〉로 유명한 시인 타고르와 함께 영국에 맞설 무기를 찾아 일본에 입국했고, 입수한 무기를 인도로 보내려다 영국에 발각되어 일본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
경찰의 눈을 속이고 몸을 숨긴 곳은 신주쿠 나카무라야. 당시 나카무라야는 국외로 망명한 인도 독립운동가들의 활동 거점이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소마 부부의 딸 도시코와 눈이 맞아 결혼까지 하고 말았다. 나카무라야가 카레를 ‘사랑과 혁명의 맛’이라고 소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p.184 사랑과 혁명의 맛
재즈가 좋아서 열세 살 때부터 레코드를 모았다는 하루키는 대학 시절 아내와 결혼하면서 재즈 킷사를 시작한다. 당시 일본 대학생 사이에서는 회사에 취직하는 것은 타락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어서 취직이 아닌 킷사텐 경영을 선택했다는데, 작가 데뷔 후 몇 년간 킷사텐 운영을 병행했지만 글에 더욱 몰두하기 위해 전업 작가 되기로 한다. 나중에라도 생활이 어려워지면 다시 재즈 킷사를 하려고 했지만 책이 잘 팔려서 킷사텐 마스터로 돌아오지 못했다고.
대신 작품에 재즈 킷사를 등장시키고 있으니, 무라카미 하루키는 킷사텐 마스터가 아닌 작가의 방식으로 재즈 킷사를 사랑하고 있는 것 같다.
p.211 재즈 킷사 주인은무라카미 하루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