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고등학교에 처음 부임한 선생님들은 학생들의 동아리 운영이 자발적이고 주도적인 활동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담당 업무를 맡고 있는 교사들은 동아리 리더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용하는 것이 어려울 때도 있지만, 학생들이 자신의 동아리를 운영하는 데 열정을 쏟는 모습이 참으로 보기 좋다고 말한다. 교사는 학생들의 요구를 들어주며 곁에서 도와주는 역할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동아리 활동은 혁신학교 운영 내내 선생님들과 교장 선생님들의 여러 의견을 모아 토론하며 발전시켜온 결과이다. 33쪽
혁신학교 이전에도 학생들을 믿어주고,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그런 교사나 교장이 있는 학교의 학생들은 무조건 행복해요. 유리창 깨지는 소리가 안 나는 학교, 이건 정말 신기한 일이었어요. 그때 나는 반성했고 학생들 행복 기준으로 우리가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혁신학교가 시선을 바꿔야 합니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하는데 본질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교육에 임해야 합니다. 36쪽
예비교사의 첫 출근. 말로만 들었던 교과협의회다. 교과협의회의 중요 논의 사항은 ‘이번 학기에 누가 어떤 과목을 가르칠지’였다. 사실 신규교사이기 때문에 학교 교육과정에 대한 이해가 다른 선생님들보다는 적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준민쌤은 무슨 과목 가르치고 싶으셨어요?”라는 말로, 나의 의견을 최대한 들어보고 반영해 주시려는 모습이 보여 감사하기도 했고, 다행이기도 했다. 이번 학기 경제와 사회·문화 과목을 맡기로 했다. 드디어 ‘경제 쌤’, ‘사회·문화 쌤’이 되었다. 57쪽
우리 온새미로는 학생들이 중심이 되어 활동하고 사업을 운영하는 독특한 방식을 특징으로 한다. 따라서 선생님들의 직접적인 간섭 없이 학생들이 매점을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모델을 채택하고 있다. 이런 방식은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경험을 제공하고, 자신감을 심어주는 중요한 기회를 제공한다. 이번 인수인계 과정에서도 우리 2학년들은 매점 운영과 관련된 기업 경영 지식을 1학년들에게 전달하며 그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노력했다. 96쪽
“당진고등학교 시절, 하고 싶은 것을 다 했던 것 같아요.” 인터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었다. 선배님의 일화를 듣고 생각에 잠겼다. ‘진짜 할 수 있는 거였구나.’ 생각했다. 우리 학교에서는 동아리를 직접 학생들이 계획하고 운영하는데, 이와 같은 사례를 주변에서 들은 적도, 본 적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지금 현재의 동아리가 ‘학교의 교육과정이라 어쩔 수 없이 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학교 학생들은 공부에만 집중하는 분위기 때문에 혁신학교의 이미지를 잃어가고 있는 듯싶었다. 114쪽
가르치는 일을 가치 있게 여기는 교사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직업에 임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 속에서 교사의 자부심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남들이 뭐라 하든, 자신 내면의 빛을 잃지 않고 소중히 간직하며 하고자 하는 일에 가치를 부여하는 사람이 진정한 자부심을 가진 사람입니다. 121쪽
항상 공부하러 간다기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러 갔어요. 체육관을 점심시간에도 쓸 수 있게 한다거나, 학생끼리 어떤 캠페인을 진행한다든지 이런 것들을 기획하면 선생님들께서 흔쾌히 다 허락을 해주셨습니다. 이런 활동에는 학생회라는 위치에서만 가능했던 것은 아니었어요. 다만, 학생회장이라서 먼저 들을 수 있었고 먼저 움직일 수 있었어요. 다른 학생들도 할 수 있는 것이에요. 예를 들어 동물을 좋아하는 학생이 사육사가 되고 싶은 친구들끼리 동아리를 구성했는데 실제로 교장 선생님께 “우리 학교에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고 요청해서 강아지 2~3마리를 학교에서 키웠어요. 153쪽
학생들의 행복에 민감하다. 당진고등학교의 큰 장점 중 하나는 학생들의 행복에 민감하다는 점이다. 선배님께서도 학교를 다니면서 이 부분을 많이 느꼈다고 하셨다. 선생님들께서 ‘어떻게 하면 공부를 잘할 수 있을까?’보다는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행복하게 학교를 다닐 수 있을까?’에 대해 깊이 고민하신 것 같다고 말씀해 주셨다. 그래서 선생님들은 학생들의 ‘행복’이라는 단어에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하셨다. 지금도 당진고등학교 선생님들이 학생들의 행복에 예민하신 것 같지만, 학생들은 대학입시로 인해 행복함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한다. 162쪽
당진고등학교의 ‘행복나눔데이’는 학생들이 함께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특별한 행사다. 이날, 전교생은 교정에서 삼겹살을 구워 먹으며 소통하고 친목을 다지는 기회를 갖는다. 행사는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서로의 우정을 나누고, 학교생활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삼겹살을 구워 먹는 활동은 단순한 식사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학생들 간의 유대감을 강화하고, 학교 공동체 일원으로서의 소속감을 느끼게 한다. 174쪽
‘과연 이 일은 왜 하는 것인가?’ 그 물음에 대한 깊은 성찰 없이 무조건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삶을 노예처럼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일의 중요도와 상관없이 급한 일 처리에만 쫓기게 된다. 다른 곳도 마찬가지겠지만, 학교에서도 관습적으로 이어지는 일들이 많다. ‘작년에 했으니까 올해도 하고, 내년에도 할 것이다.’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물론 꼭 해야 하는 일들이 대부분이지만, 그 일을 왜 하는지에 대한 고민과 단순히 따라가는 것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자신이 질문을 던지는 순간, 그 일은 스스로 변화를 줄 수 있는 대상이 된다. 237쪽
당진고등학교에서의 경험이 제 삶에 정말 큰 영향을 미쳤어요. 대학을 수시로 지원할 때도 그렇고, 최근 취업 면접에서도 당진고등학교 시절의 경험이 많이 도움이 되었어요. 지금 한 방송사에 취업했죠. 예를 들어, 리더의 역할에 대해 질문을 받았을 때 학생회 활동을 통해 배운 것들을 이야기했죠. 지금 하는 일도 당시 경험의 연장선에 있어서 정말 큰 도움이 되고 있어요. 25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