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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재난을 모른다

성수대교부터 세월호까지, 처음 읽는 기술재난 이야기


  • ISBN-13
    978-89-6262-634-6 (03300)
  • 출판사 / 임프린트
    동아시아 / 동아시아
  • 정가
    17,0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4-12-06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홍성욱
  • 번역
    -
  • 메인주제어
    사회, 문화: 일반
  • 추가주제어
    -
  • 키워드
    #사회, 문화: 일반
  • 도서유형
    종이책, 무선제본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성인 일반 단행본
  • 도서상세정보
    140 * 215 mm, 248 Page

책소개

성수대교는 왜 무너지고,

세월호는 왜 침몰했는가?

 

자연재난/사회재난 이분법으로

설명할 수 없는 ‘새로운 재난’이

우리 공동체를 덮치기 시작했다!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대구 지하철 참사,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 등등… 사회가 눈부시게 발전하고 과학기술이 고도로 발달했지만 우리는 여전히 온갖 재난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아니, 오히려 과학기술이 너무 발달한 탓에 이전에는 상상조차 하지 못한 규모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산업화를 거친 선진국들은 지진과 홍수 등 자연재난은 덜 걱정한다. 담배꽁초로 발생하는 산불처럼 인간의 부주의에서 비롯된 사회재난이 더 빈번하게 발생한다. 그런데 이제는 원자력발전소 사고나 통신망 단절, 미세먼지, 기후 위기처럼 단순히 자연재난/사회재난이라는 전통적 이분법으로 이해할 수 없는 새로운 종류의 재난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재난을 모른다』에서는 20세기 후반부터 겪어온 수많은 재난을 ‘기술재난’이라는 범주로 다시 파악하고자 한다. 기술재난은 단순히 사람의 실수나 오류에서 비롯되기보다는, 기술과 인간의 네트워크로 이루어진 복잡한 기술 시스템이 오작동해 생긴 결과다. 이 책에서 우리는 과거의 사례들을 분석해 기술재난을 초래한 요인을 자세히 분석하고, 나아가 ‘재난 공동체’로서 미래를 책임감 있게 헤쳐 나가는 데 필요한 실천적 지식을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

 

인류의 새로운 재앙인 ‘기술재난’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우리는 더 많은 지식을 알게 되고, 더 많은 이기를 누리게 되고, 더 많은 환경을 통제하게 되었다. 하지만 고도로 발전한 과학기술이 오히려 인류를 더 위험한 구렁텅이로 내몰고 있다. 미세먼지, 발암물질, 원자력발전소 사고, 여객선 전복, 건물 및 다리 붕괴, 기후 위기, 통신망 단절처럼 우리는 과학기술이 낳은 ‘새로운 재난’을 걱정하며 살아가고 있다.

지금까지는 재난을 크게 ‘자연재난’과 ‘사회재난’으로 구분해 왔다. 단순하게 말해 재난의 원인이 자연현상에 있으면 자연재난이고, 인간의 과오에 있으면 사회재난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그 원인을 하나로 규정하기 어려운 재난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어제까지 멀쩡하던 건물이 무너지고, 무거운 짐을 싣고도 잘 다니던 배가 순식간에 뒤집힌다. 가족의 건강을 위해 사용하던 가습기살균제가 가족을 죽인 원흉이 된다. 이런 사고들은 단순히 사람의 실수나 오류가 낳았다기보다 기술과 인간의 네트워크로 이루어진 복잡한 기술 시스템이 오작동해 생겼다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재난을 모른다』에서는 20세기 후반부터 우리가 겪어온 수많은 재난을 ‘기술재난(technological disaster)’이라는 범주로 다시 파악하고자 한다. 이 책에서는 기술 시스템이 오작동한 사례와 그 이유를 하나씩 살펴본다. 기술재난의 해부학적인 구조를 분석해 재난을 초래한 요인을 이해하고, 나아가 ‘재난 공동체’로서 미래를 책임감 있게 헤쳐 나갈 실천적 지식을 공유한다.

 

해부학적인 분석을 통해

기술재난을 초래한 요인을 밝히다

 

1장에서는 재난의 의미를 이해하고, 재난학자나 사회과학적 전통에서 바라보는 재난에 대한 여러 관점을 알아본다. 2장에서는 자연재난과 기술재난이 어떻게 다른지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살펴본다. 더불어 자연재난과 기술재난이 결합한 자연-기술 복합재난의 사례도 들여다본다. 

3장에서는 본격적으로 기술재난을 이해하기 위한 이론적 틀로 인위적 재난 이론, 위험으로의 표류 이론, 정상 사고 이론, 스위스 치즈 모델, 일탈의 정상화, 위험 사회 이론 등을 다룬다. 4장에서는 과학기술학(STS)의 관점에서 느린 재난, 환경기술 재난, 구조적 재난, 기술 정치 등의 개념을 활용해 기술재난을 보다 흥미롭고 통찰력 있게 분석한다. 

5장에서는 앞서 다룬 이론적 배경을 바탕으로 기술재난의 사례들을 자세히 분석한다. 허리케인 카트리나 참사,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참사, KAL 007기 피격 사건 등 해외에서 발생한 재난부터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가습기살균제 참사, 세월호 참사 등 국내에서 발생한 재난까지 다양한 사례를 폭넓게 다루었다. 마지막 6장에서는 공동체가 재난을 극복하고, 나아가 재난과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제안한다. 이와 함께 더 안전한 사회를 위해서는 재난 생존자와 유가족의 역할이 무엇보다도 중요함을 강조한다.

 

우리 사회가 함께 재난을 극복하는

‘재난 공동체’로 살아가려면?

 

예기치 않게 발생하는 기술재난을 예방하거나 사후 대처하려면, 우선 기술 시스템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물론 어떤 기술 시스템은 너무 복잡해 인간의 통제권을 벗어나 있다고도 한다. 그래서 불가피하게 재난의 위험 가능성을 어느 정도 받아들인 채로 기술을 사용해야 할 수도 있다. 이때 중요한 점은 몇몇 전문가나 정치인의 이해관계를 떠나서 사회 전체의 공감과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에 자연재난은 우연히 일어난 사고로 받아들이고 피해자들이 서로 돕고 화합하며 결속을 다지곤 했다. 하지만 오늘날 기술재난은 누군가에게 책임이 있다고 여기며 잘잘못과 책임 소재를 따지려 한다. 이 과정에서 공동체는 화합하기보다 분열하기 쉽다. 게다가 구조적 문제와 인적 오류가 복잡하게 결합된 기술재난은 명확한 원인을 파악하기 어려워 ‘음모론’이 제기될 가능성도 높다. 따라서 바람직한 재난 조사를 위해 전문가 중심의 조사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더불어 체계적으로 기술재난을 연구할 ‘기술재난 연구 센터’도 필요하다.

재난을 환영하는 사람도 없겠지만, 재난을 피할 수 있는 사람도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재난이 발생한 이후의 대처 능력과 지혜를 겸비해야 한다. 자연재난에 비해 기술재난은 피해를 극복하고 일상을 회복하기가 더욱 힘들다. 따라서 조금 더 엄밀한 재난 조사와 피해 복구가 이루어져야 할 뿐 아니라, 우리 사회가 ‘재난 공동체’로서 함께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타주의를 실현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상처 회복을 위한 애도, 제식, 추모도 올바르게 이루어져야 한다. 무엇보다도 오늘날과 같은 과학기술 시대는 기술재난을 단순히 이해하고 극복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함께 살아내야 할 대상으로 받아들이는 적극적인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

목차

프롤로그

 

1장 재난이란 무엇인가

2장 자연재난, 기술재난, 자연-기술 복합재난

3장 기술재난을 이해하는 이론들

4장 기술재난과 과학기술학

5장 기술재난의 사례들

6장 재난과 함께 살아가기

 

에필로그

부록 1: 위험, 기술위험과 숙의의 정치

부록 2: 후쿠시마 오염수 위험 논쟁

참고문헌

찾아보기  

본문인용

■재난을 오랫동안 연구한 미국의 재난학자 엔리코 쿼런텔리(Enrico Quarantelli)는 재난은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특성을 지닌다고 정리한다. 첫째, 재난은 예고 없이 갑작스럽게 발생한다. 둘째, 재난은 사회나 공동체 같은 집단적 단위의 일상을 심각하게 교란한다. 셋째, 재난은 혼란한 상황에 적응하기 위해 개인이나 집단에 계획되지 않은 행동 방침을 채택하게 한다. 넷째, 재난은 사회적 시공간에 할당되었던 삶의 역사를 예기치 않게 바꾼다. 다섯째, 재난은 소중한 사회적 존재를 위험에 노출한다. 여기서 보듯이 재난은 사회의 물적 기반은 물론 사회 구성원과 공동체의 삶을 할퀴고 지나간다. 재난 속에서 죽거나 다치거나 실종되는 사람이 생기면 가족과 친지의 삶이 크게 흔들린다. ■14쪽

 

■기술재난이라는 범주의 또 다른 이점은 자연재난과 사회재난의 이분법을 넘어설 수 있다는 것이다. 과학기술학(Science and Technology Studies, STS)의 행위자 네트워크 이론(Actor-Network Theory, ANT)에 따르면, 자연과 사회의 이분법은 서구의 근대사회를 지탱하는 철학적 토대였지만, 후기 근대 이후에는 해결하기 어려운 사회기술적 난제들을 만들어 낸 원인이 되기도 했다. 따라서 ANT에 따르면, 자연/사회의 이분법은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우리가 개념적으로나 실천적으로 극복해야 할 대상이다. ANT에서는 기술과 같은 비인간이 자연과 사회의 경계를 가로지르면서 이 경계를 무력화하기 때문에, 사실상 이런 엄격한 경계는 의미가 없다. 기술 같은 비인간은 자연에서 사회로 들어오고, 사회에서 자연으로 침투하며, 따라서 자연과 사회의 경계를 구멍이 숭숭 뚫린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 이를 재난에 대한 이해에 적용해 보면, 기술재난을 매개로 자연재난에도 사회재난의 요소가 침투하고, 사회재난에도 자연재난의 요소가 침투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34~35쪽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Ulrich Beck)은 20세기의 마지막 25년 사이에 자본주의사회가 산업사회에서 위험사회로 큰 변화를 겪었다고 주장했다. 대략 이 시기부터 유럽과 북미 등 선진국에 사는 사람들은 더 이상 노동계급에 의한 혁명을 두려워하지 않았지만, 대신에 산성비, 방사능, 화학약품, 약의 부작용, 환경오염, 독성 물질 유출, GMO, 기후 위기 등을 두려워하면서 살게 되었다. 과거 자본주의사회에서 살았던 사람들이 두려워한 계급 갈등과 혁명이 아니라 다른 위험을 두려워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이런 변화를 일차적 근대성에서 성찰적 근대성으로의 변화라고 파악했다. 이는 근대화를 이루었던 과학기술의 발전이 낳은 위험들이며, 사람들은 위험에 직면해 과학기술의 발전을 무조건적으로 긍정하는 대신, 성찰적 태도를 취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이렇게 ‘위험’이 자본주의사회의 지배적인 특징이 되면서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계급이나 산업자본주의에 맞는 관료제와 같은 조직들보다, 위험에 대한 정보나 위험 커뮤니케이션 등이 더 중요해졌다. ■83쪽

 

■그동안 기술재난에 관한 가장 영향력 있는 이론은 찰스 페로의 정상 사고 이론이었다. 그런데 STS 학자들은 최근 들어 정상 사고 이론을 넘어서는 새로운 이론을 제시하고 있다. 그중 하나는 잘 알지 못하던 독성 물질이나 환경오염에 의해 재난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느린 재난(slow disaster)이다. 재난에는 지진이나 비행기 추락 사고처럼 순식간에 일어나는 빠른 재난(quick disaster)이 있는 반면,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독성이 축적되어 천천히 나타나는 느린 재난도 있다는 것이다. 또 환경과 기술이 얽혀서 나타나며, 환경과 기술의 결합체를 고려해야 파악할 수 있는 재난도 있는데, 이를 환경기술재난(envirotechnical disaster)이라고 개념화할 수 있다. 특정한 사회구조 속에서 잉태되는 구조적 재난(structural disaster)도 있고, 재난이 낳은 재난 기술정치(disaster technopolitics)도 존재한다. ■90쪽

 

■성수대교 붕괴 사건 원인규명감정단과 검찰은 붕괴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수직재의 용접 불량과 제작 결함을, 간접적인 원인으로는 설계, 시공, 감리 및 유지 관리의 부실, 실행 원가에 못 미친 부실시공, 공기를 앞당기는 전시 행정적 건설공사 치중 등을 꼽았다. 건설교통부는 이런 부실의 이면에 존재하는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우선 제도적 원인으로는 정부의 자재 및 노임 단가가 현실과 맞지 않아 저질 건설재 사용이 불가피하고, 공사 감독의 전문성이 떨어져도 구조물의 안전성을 평가하는 제도가 없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기술적 원인으로는 국내 최초의 신공법 교량을 수개월 동안 설계하는 것 자체가 무리였고, 국내 최초의 용접 교량이었음에도 용접 기술자의 해외 송출로 국내 기술자가 부족했고, 특수 교량의 준공 계획이 일반 교량과 같이 책정되었고, 과하중이 구조물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으며, 이런 위험 노출이 구조 전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전문 지식도 부족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앞서 살펴본 스위스 치즈 모델을 적용해 보면 구조적인 잠재 조건이 매우 열악한 상황에서 인적 오류가 결합해 사고가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127~128쪽

 

■재난 생존자와 유가족은 보통 사람들보다 훨씬 더 위험과 재난에 민감해진다. 따라서 이들은 재난을 대비하는 여러 조치와 제도를 만드는 데 선구적 역할을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사례로는 씨랜드 화재 참사 유가족들의 한국어린이안전재단, 대구 지하철 참사 유가족들의 2·18안전문화재단이 있다. 이들의 눈물 어린 희생 덕분에 안전사고와 재난에 대비하는 여러 가지 법과 제도가 만들어졌다. 우리가 과거보다 조금 더 안전한 세상에 살고 있다면, 그것은 재난 생존자와 유가족의 힘든 싸움이 열매를 맺었기 때문일 것이다. 재난을 직접 겪었든 겪지 않았든 우리 모두는 ‘재난 공동체’다. ■175쪽

 

■마지막으로, 기술재난을 연구하는 ‘기술재난 연구 센터’가 만들어지는 것도 중요하다. 한국에서는 재난을 자연재난과 사회재난으로 나눈 상태에서 자연재난 위주의 방재 대책을 마련하곤 했다. 사회재난은 분야별로 쪼개져 공학의 하위 분야인 방재 공학에서 다루어졌다. 기술재난 센터를 신설한다면 공학적 분석은 물론 사회과학적 분석을 함께 융합해 기술재난을 이해하고, 지금까지 국내와 해외에서 일어난 기술재난을 상세히 분석하면서, 백서가 만들어지지 않았던 재난 사례는 백서를 작성하고, 이런 재난이 우리 모두의 사회적 삶의 일부라는 사실을 시민들이 배울 수 있도록 컨텐츠나 미디어를 제공할 수 있다. 기술재난 연구 센터는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기술재난의 원인을 분석할 수도 있고, 전문가들의 의견이 갈릴 때 어느 쪽 의견이 더 타당한지 조금 더 객관적인 판단을 내릴 수도 있으며, 추모나 위령비와 같은 제식에 대한 자문을 제공할 수도 있다. ■181쪽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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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저자 : 홍성욱
홍성욱
과학기술학자. 서울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캐나다 토론토대학교 교수를 거쳐 서울대학교 과학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과학기술과 사회 네트워크’ 운영위원장, 북리뷰 전문 잡지 《서울리뷰오브북스》의 편집장을 맡고 있다.
지은 책으로 『실험실의 진화』, 『크로스 사이언스』, 『포스트휴먼 오디세이』, 『홍성욱의 STS, 과학을 경청하다』 등이 있고, 함께 지은 책으로 『대한민국 재난의 탄생』, 『미래는 오지 않는다』, 『슈퍼휴머니티』, 『과학으로 생각한다』 등이, 함께 옮긴 책으로 『과학혁명의 구조』, 『판도라의 희망』, 『도덕을 왜 자연에서 찾는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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