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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일중학교 양푼이 클럽


  • ISBN-13
    978-89-544-5190-1 (43810)
  • 출판사 / 임프린트
    (주)자음과모음 / (주)자음과모음
  • 정가
    15,0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4-11-29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김지완
  • 번역
    -
  • 메인주제어
    어린이, 청소년: 소설, 실화
  • 추가주제어
    어린이, 청소년 소설: 일반 , 어린이, 청소년 소설: 로맨스, 사랑, 우정 등 인간관계 이야기 , 어린이, 청소년 소설: 가족, 집이야기 , 어린이, 청소년 소설: 학교이야기 , 어린이, 청소년 소설: 인물
  • 키워드
    #어린이, 청소년: 소설, 실화 #어린이, 청소년 소설: 일반 #어린이, 청소년 소설: 로맨스, 사랑, 우정 등 인간관계 이야기 #어린이, 청소년 소설: 가족, 집이야기 #어린이, 청소년 소설: 학교이야기 #어린이, 청소년 소설: 인물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마해송문학상
  • 도서유형
    종이책, 무선제본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청소년
  • 도서상세정보
    140 * 205 mm, 192 Page

책소개

★제14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1+1+1+1+?=무한대!

다채로운 모습의 아이들이 이뤄 내는

알록달록, 새콤달콤한 조화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20권, 『순일중학교 양푼이 클럽』이 출간되었다. 제14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인 『순일중학교 양푼이 클럽』은 심사 위원들이 만장일치로 선택한 소설로, “청소년 소설에서 독자들이 기대하는 요소들을 재치 있게 잘 정리한 작품” “개성 있는 문장으로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으면서 동시에 십 대의 특징이 한껏 드러나는 매력적인 작품”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중학교 3학년이 된 예은, 보민, 종희, 시래. 네 단짝은 중학교의 마지막 1년을 다 같이 즐겁게 보내기 위해 별관 다목적실에 몰래 숨어들어 커다란 양푼이에 온갖 재료를 가득 넣은 빙수와 비빔밥을 만들어 먹는다. 

찰그랑대는 양푼이 속에 담긴 파파야잼, 아몬드우유, 열무김치와 캔 참치 위에는 어느새 각자의 고민이 토핑처럼 올라가 있다. 언제나 함께하는 것이 당연했던 아이들은 자신들의 고민에서 이어지는 여러 사건을 겪으면서 서로에게 거리를 두다가도 결국에는 서로를 이해하고, 융합되고, 성장해간다.

그렇게 알차게 뒤섞인 4인 4색 양푼이 클럽은 같은 반의 쉽게 범접할 수 없는 분위기를 가진 아이, 유리의 시선을 끌어당기는데…….

 

 

출판사 리뷰

 

★제14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양푼이 클럽 강령:

우리는 운명 공동체이자 감정 공동체다. 

네가 울면, 나도 운다!

 

『시간을 파는 상점』을 시작으로 『소리를 삼킨 소년』 『우리 반 애들 모두가 망했으면 좋겠어』, 최근 문학나눔 추천 도서로 선정된 『특별한 호두』에 이르기까지 꿈꾸는 십 대를 위한 이야기를 다양한 모습으로 보여 준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이 14회를 맞았다. 

이번 수상작 『순일중학교 양푼이 클럽』은 같은 반에서 옹기종기 함께하며 중학교의 마지막 1년을 보내는 ‘양푼이 클럽’의 다채로운 모습을 그린 작품으로, “청소년 문학이 가진 미덕을 보여 주는 데 부족함이 없는 작품”이라는 평을 받았다. 또 이 책은 제20회 마해송문학상 수상작인 동화 『아일랜드』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김지완 작가의 첫 청소년 소설이기도 하다.

 

꾸미는 데 관심이 많은 예은, 신상 디저트는 무조건 먹어봐야 하는 보민, 온갖 대회에 나가느라 항상 바쁜 공붓벌레 종희, 다른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오로지 영화만 파는 영화광 시래. 네 단짝은 중학교에서 보내는 마지막 1년을 더 알차게 보내기 위해 별관 다목적실에 몰래 숨어들어 양푼이빙수와 비빔밥을 만들어 먹는다.

아이들이 수다를 떨고, 사진을 찍고, 공부하기 싫다며 투덜대는 동안, 찰그랑대는 양푼이 속에 담긴 파파야잼, 아몬드우유, 열무김치와 캔 참치 위에 토핑처럼 올라간 각자의 고민이 점차 또렷하게 드러난다. 언제나 함께하는 것이 당연했던 양푼이 클럽 아이들은 그러한 자신들의 고민에서 이어지는 여러 사건을 겪으면서 서로에게 거리를 두기도 하고, 고집을 잔뜩 부리며 말다툼을 하기도 한다.

 

양푼이 클럽 멤버인 예은은 최근 사귀던 남자 친구와 헤어졌지만, 전 남자 친구를 아직 잊지 못하고 있다. 예은과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절친인 시래는 기운이 없는 예은을 답답해하고, 예은은 그런 시래의 태도에 점점 짜증이 나 둘은 결국 다투고 만다. 종희와 보민은 그런 둘을 화해시키려 하지만, 예은은 가뜩이나 생리가 시작되지 않아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진 상태라 찬바람만 날릴 뿐이다.

 

헤어지고 나서까지 네 눈치를 보라고? (시래가 그러라고 한 적 없다.) 왜 그래야 하는데? (시래가 그러라고 한 적 없다.) 예은은 자신을 화나게 하는 사람이 시래가 아니라 자기 자신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_본문 중

 

하지만 절친은 언제나 절친인 법. 집에 돌아온 예은은 어떤 상황에도 시래가 자신을 혼자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시래에게 연락을 한다. 그렇게 전 남자 친구와의 일을 모두 털어놓은 다음, 언니처럼 의젓하게 자신을 이끄는 시래의 어깨에 기대어 안정감을 느낀다.

그렇다고 예은이 언제까지나 아이들, 특히 시래에게 어리광만 부리며 지내는 것은 아니다. 시래가 다 같이 모여 양푼이빙수를 만들어 먹자고 했을 때, 가장 기뻐했던 것은 디저트 사랑꾼 보민이었다. 그러나 보민은 같은 학원에 다니는 반 친구 유리와 SNS 친구가 되면서부터 조금씩 이상해져 간다.

 

삼십팔……. 보민은 유리의 목표라는 몸무게를 낮게 읊조려 보았다. 그 현실감 없는 숫자를 입으로 뱉고 귀로 들으니 절실하게 갖고 싶어졌다. 왜 갖고 싶은지도 모르는 채로.

 

_본문 중

 

항상 밥을 양껏 먹고 매점에 들러 군것질을 하던 보민은 군것질은커녕 밥 한 끼조차도 제대로 먹지 않는 아이가 되었다. 그런 보민을 걱정하던 양푼이 클럽 아이들의 손에 이끌려 초코소라빵과 딸기우유를 먹으면서 잠시 행복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이내 다음 날 체중계에 찍힐 숫자가 두려워 먹은 것을 다 토해버린다.

시험 마지막 날, 결국 보민은 시험을 보던 중 쓰러지고, 예은은 아이들의 대표로 병원까지 보민을 따라간다. 그리고 누구한테 털어놓을 수도 없고, 털어놓는다고 나아질 것 같지도 않은 그 기분을 잘 알지만 그래도 이야기를 하는 것이 낫다며 보민을 설득한다. 그런 예은의 다정한 마음을 믿고 아이들에게 보민이 자신의 식이 강박에 대해 토로하자, 아이들은 보민을 보듬는 동시에 보민이 식이 강박에 걸리게 된 원인인 유리를 멀리하게 된다.

 

 

흩어지거나 멀어질 때도 있지만,

마지막에는 언제나 양푼이비빔밥처럼 따스하게 섞이는

너, 나, 우리

 

보민의 강박증을 조금이라도 완화시키기 위해 종희는 매일 걷자고 하는 보민과 오래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함께 동네를 길게 걸으면서 다소 특이한 자신의 아빠 이야기와 티 내지 않았던 가정사를 조금씩 풀어놓는다. 

문제는 그 아빠가 반년이나 자취를 감췄다가 갑자기 돌아와 종희에게 연락을 했다는 것이다. 아빠를 만나고 온 종희는 아빠의 태도와 그런 아빠를 놓지 못하는 자기 자신 때문에 대회 준비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스트레스만 받는다. 다행히 보민이 그런 종희를 묵묵하게 뒷받침해준 덕분에, 종희와 종희의 아빠 사이의 틈은 조금이나마 메꿔지게 된다.

 

잠깐 머뭇거리던 아빠가 종희의 앞머리를 손으로 쓸어 넘겼다. 투박하고 어정쩡한 손길. 종희는 어쩌면 자신이 내내 기다려 온 것이 이미 늦어 버린 사과가 아니라 바로 이 손길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 사람을 미워하지 못하는 데에는 거창한 이유가 없다는 걸 종희는 이미 알고 있었다.

 

_본문 중

 

온갖 일이 일어났던 여름 방학이 끝날 즈음, 시래는 삭발을 감행한다. 덕분에 선생님들과 가족들에게 엄청난 눈총을 받는다. 심지어 집과 학교에서 고등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바람에 시래의 주변은 더더욱 난리가 난다. 

삭발이 준 잠깐의 산뜻함에서 놓여나 영화 말고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 걸까 고민하던 시래는 우연히 영화 세트장에 발을 들이고, 얼결에 엑스트라로 출연하게 되면서 배우라는 꿈을 얻는다. 아이들은 시래의 꿈을 응원하지만, 가족들은 냉랭한 반응을 보일 뿐이었다. 그러자 시래는 꿈에 대한 자신의 진심을 보여 주기 위해 등교를 하는 대신 발걸음을 부산 국제 영화제로 돌린다. 양푼이 클럽 아이들이 말릴까 봐 이야기도 하지 않은 채.

 

차창 밖으로 빠르게 지나가는 풍경을 보면서 시래는 세 가지를 다짐했다. 놓지 않을 것, 사랑할 것, 지지 말 것.

 

_본문 중

 

그렇게 툭하면 투닥대면서도 항상 꼭 붙어 있는 양푼이 클럽 아이들의 모습을, 보민의 식이 강박을 부추겼던 유리는 멀리서 가만히 지켜본다. 그러나 수학여행 때 ‘한유리 사건’이 터지면서 유리의 학교생활은 걷잡을 수 없이 위태로워지기 시작한다. 

 

괜찮다. 곧 방학이니까. 방학이 끝나면 곧 졸업이니까. 마음이 불안할 때마다 유리는 속으로 학사 일정을 곱씹어 보았다. 고등학교는 엄마가 새로 발령받은 회사가 있는 도시의 학교로 진학할 예정이었다. 거기서는 다 새로 시작할 수 있다.

여러분의 반짝이는 아이, 여러분의 사랑받는 아이 헤일리. 그곳에서는 유리도 헤일리 같은 아이가 될 것이다.

 

_본문 중

 

드디어 중학교에서 맞이하는 마지막 겨울 방학이 시작되었다. 끝까지 고립된 채 모두와 헤어질 일만 남았다고 생각하던 유리는 자신에게 갑자기 닥쳐온 사건을 계기로 보민과 아이들에게 다시 한번 손을 내밀어 보려 한다.

 

 

‘함께’가 가진 가치, 곁에 같이 있어 주는 일의 힘

선뜻 내밀어지는 따스한 손들의 목소리

 

이처럼 『순일중학교 양푼이 클럽』에는 양푼이비빔밥처럼 한데 어우러져 함께하는 것이 당연해 보이는 아이들이 흩어지다, 멀어지다, 또다시 비빔밥처럼 자연스럽게 융합되는 과정이 절묘하게 담겨 있다. 그 속에서 각 인물의 개성과 서사를 한껏 살려 십 대의 특징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는 것도 이 소설의 매력이다. 

또, 이야기 안에서 아이들은 아주 긴밀하게, 유기적으로 관계를 맺고 움직인다. 따로 보면 각자의 완전한 캐릭터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네 아이가 붙어 지내는 것이 독자들에게 이질적으로 느껴지지 않게 양푼이 안에서 알차게 뒤섞이며 조화를 이루어낸다. 

사실, 청소년 임신, 프로아나, 부모의 이혼, 가족과의 갈등 등 이 소설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들은 자칫하면 어둡고 무거워지기 쉬운 것들이다. 이를 독자들의 시선에 맞게 순화하고 정돈한 결말은 청소년 문학이 어떻게 청소년들에게 말을 걸어야 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가닿아야 하는지를 또렷하게 보여 준다. 심사 위원들이 심사평에서 “청소년 문학이 가진 미덕”이 담긴 작품이라고 표현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힘든 일이 생겼을 때, 우리는 종종 세상에 홀로 남겨진 느낌을 받곤 한다. 하지만 그 순간에서 벗어나 돌이켜 생각해보면 우리가 갇혀 있던 구덩이에 동아줄을 내린 채 그것을 붙잡기를 바라던, 팔을 쭉 뻗은 채 자신의 손을 잡기를 기다리던 누군가가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 소설, 『순일중학교 양푼이 클럽』은 우리에게 동아줄을 내려준다. 함께하는 것의 가치, 곁에 같이 있어 주는 일의 힘이 가득 담긴 동아줄이다. 이 소설을 통해 독자들은 혼자 있다고 생각되는 순간, 자신만의 예은을, 보민을, 종희를, 시래를 그리고 이제는 양푼이 클럽 아이들처럼 다른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어줄 준비가 된 유리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들과 함께 더 밝은 세상, 곁에 있는 사람과 손을 맞잡은 미래로 힘차게 나아가기를 바란다.

 

모든 일이 무 자르듯 깔끔하게 끝나지 않아도, 마음에 다시 그림자가 드리워지더라도 꼭 기운을 내자고 말하고 싶습니다. 삶의 부지런함에 지치지 말고, 그 사이사이에 찾아오는 깨끗한 햇빛과 바람을 만끽하자고요. 기운을 내자고요.

 

_작가의 말 중

 

★심사평★

 

『순일중학교 양푼이 클럽』은 청소년 소설에서 독자들이 기대하는 요소들을 재치 있게 잘 정리한 작품이다. 한마디로, 영리한 작품이다. ‘청소년 문학’이 가진 미덕을 보여 주는 데 부족함이 없는 작품이다.

그렇기에 심사 위원 모두 만장일치로 이 소설에 흔쾌히 손을 들었다. 작가가 그려낸 인물들의 건강한 모습이 오래도록 독자들에게 기억되리란 확신이 든다.

 

_김경연, 김선영, 이송현

(제14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심사 위원)

목차

양푼이

예은의 모든 처음

보민의 달콤쌉싸름한 초콜릿과 얼룩말

종희의 결심과 노란 파파야

시래는 짭조름한 바닷물을 향해 간다

열여섯과 열일곱 사이에서, 해피 뉴 이어

 

작가의 말

본문인용

그러니까, 안 되는 것이다.

네 고통은 네 고통이고 내 아픔은 내 아픔이라고 딱 잘라 구분 짓는 일. 몸과 마음이 곯은 너를 두고 깊은 밤 혼자 곤히 잠드는 일. 윤예은과 손보민, 전종희와 최시래가 서로의 외로움과 슬픔과 상처를 외면하는 일.

그것은 양푼이 안에서 밥 한 톨까지 세세하게 섹션을 나누어 여기서부터 여기까지만 네 거니까 잘 살펴 드세요,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냉정한 일이었다.

_7~8쪽

 

“울지 마, 예은아. 앞으로 내가 더 잘해 줄게, 응?”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한주는 예은과 함께 바다에 빠진 사람이 아니었다. 한주는 모래사장에서 예은을 바라보며 밧줄을 던져 주는 인명 구조 요원에 가까웠다. 함께 저지른 일인데도 한주는 괜찮고 예은은 괜찮지 않았다. 예은은 무언가를 잃어버린 기분인데 반대로 한주는 예은으로부터 무언가를 얻어 낸 사람처럼, 그래서 예은을 꼭 책임져 주어야 할 것처럼 굴었다. 그 간극을 예은은 이해할 수 없었다.

_28쪽

 

예은은 테스트기를 검은색 편의점 봉지에 넣고 묶은 뒤 쓰레기통 깊숙한 곳에 쑤셔 넣었다.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종류의 불안이었다. 그러고는 가붓하게 밖으로 나와 초조한 표정으로 서 있는 시래에게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래.”

허리를 굽혀 손을 씻는 예은의 뒤통수에 시래가 가만히 손바닥을 올렸다. 시래의 손이 무척 차가웠다.

_39쪽

 

친구들과 함께 양푼이빙수를 만들어 먹는 것은 인생에서 손꼽히게 즐거운 시간이다. 그 시간을 유리 앞에서 이렇게 깎아내리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의 양푼이가 얼마나 특별하고 소중한 것인지 이야기하기보다 유리의 말에 동조하는 편이 더 자연스러운 흐름처럼 느껴졌고, 보민은 그 흐름을 따랐다.

“늦기 전에 다이어트 해. 나도 다시 시작할 거야.”

“네가 다이어트를 한다고? 너 원래 마른 체질인 줄 알았는데.”

그러자 유리가 서늘한 눈빛을 했다.

“뭐래. 원래 마른 체질이 어디 있어?”

_58쪽

 

“전부 다 들어 줄래?”

“응? 응, 당연하지.”

다 들어 줄게. 인강 듣는 것처럼 꼼꼼하게 들을게. 나 듣는 거 잘해. 팔을 붕붕 흔들며 약속하는 예은의 모습을 보면서, 보민은 초콜릿 한 조각을 떠올렸다. 앙증맞고 달콤하고 기분 좋은 것. 사람의 마음을 녹이는 것. 자신이 마음 다해 즐기고 사랑했던 것. 다행히도, 아직까지 자신 옆에 있고 가슴 안에도 남아 있는 것.

_76쪽

 

중학생이 되고 아빠가 감옥에 간 날, 종희는 인정했다. 내가 기다리는 아빠는 결코 오지 않는다는 것을. 그럴 거면 차라리 영영 돌아오지 않는 게 나을 텐데, 잊을 만하면 이렇게 원하지 않은 모습으로 나타나 마음을 헤집어 놓는다.

“반년 동안 머릿속으로 아빠 장례식만 열 번도 넘게 치렀어. 어디서 칼 맞고 죽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오면 경찰일까 봐 가슴이 내려앉았어. 어떻게 변명할 생각조차 안 해?”

“…….”

_88쪽

 

“고마워.”

보민이 하려던 인사인데, 종희가 먼저 선수를 쳤다.

“뭐가? 덕분에 공항 구경도 하고 재밌었어. 나도 고마워.”

감자튀김을 오물거리며 보민이 해사하게 웃었다. 종희도 따라 웃었다. 네가 냉정하지 않아서 좋다는 말, 보민의 말이 앞으로 자신의 인생을 더 좋은 쪽으로 이끌어 주리라는 걸 종희는 듣는 순간 확신했다.

(……)

“미친. 최시래 진짜 미쳤나 봐!”

그러고는 단톡방에 올라온 사진을 종희에게 보여 주었다.

삭발한 시래의 셀카였다.

_114쪽

 

고등학교를 안 가겠다는 말은 진심이었다. 이렇게 대책 없이 뱉어 버릴 계획은 아니었지만 시래 안에서는 아주 오래전에 결정된 미래였다.

시래는 노트북 배경 화면을 바라보았다. 항암 치료를 받고 맥없이 잠들어 있는 톰 구이디의 이마에 촉수를 가져다 댄 외계인이 조용히 기도하는 스틸 컷이었다. 시래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영화 장면 중 하나다. 나의 외계인이시여, 어디 계시나이까. 시래가 중얼거렸다. 시래의 민둥한 두상이 달빛에 비치고 있었다.

_114쪽

 

아빠: 남들 다 가는 고등학교를 간다는 걸 이렇게 발표씩이나 하는 걸로도 모자라서 감히 조건까지 다느냐?

엄마: 세상 물정을 아무리 몰라도 그렇지, 매일같이 영화만 보더니 이제는 아예 영화배우를 하겠다고 나서느냐?

시경: 그 바닥이 얼마나 혹독한 곳인데 돈도, 백도 없는 네가 어떻게 살아남겠느냐?

시오: 배우를 하기에는 네 얼굴이 다소 밋밋하지 않느냐?

귓가에 폭격처럼 쏟아지는 말들을 들으면서, 시래는 단전에서부터 차갑게 피어 오르는 화를 다스렸다. 역시 나랑은 장르부터가 달라.

_140쪽

 

보민과 함께 있다 보면 마음의 끈이 조금씩 느슨해졌고, 그 사이로 감추고 싶은 비밀이 자꾸만 새어 나왔다. 유리는 무방비해지는 자신이 두려웠다. 두려워서, 보민에게 갑작스레 싸늘해지곤 했다.

눈에 띄게 나쁘거나 아픈 것은 아닌데, 속이 곯은 지 너무 오래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가 고픈 것쯤은 참을 수 있었으나 때때로 마음에 강렬한 허기 비슷한 것이 찾아왔다. 나를 다 보여 줄 수 있고, 다 보여 줬는데도 이해해 주는 사람. 그런 사람이 세상에 한 명이라도 있었으면 싶었다. 희한하게도 그럴 때 떠오르는 건 언제나 보민이었지만, 먼저 연락해 볼 용기는 없었다.

_166쪽

 

“졸업하기 전에 너도 다목적실 한번 와.”

다시 나선형 계단을 내려가기 직전, 시래가 유리의 등에 대고 말했다.

“다목적실에? 왜?”

“거기에는 양푼이가 있거든.”

보민이 개구진 말투로 답했다. 유리가 그제야 생각났다는 듯 맞다, 너희 무슨 클럽 만들었지, 했다. 유치하다고 여기려 했지만 실은 내내 부러웠다는 걸 유리는 인정하기로 했다. 그리고, 누군가를 깔끔하게 부러워하면 닮고 싶다는 마음만 남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_187쪽

서평

『순일중학교 양푼이 클럽』은 청소년 소설에서 독자들이 기대하는 요소들을 재치 있게 잘 정리한 작품이다. 한마디로, 영리한 작품이다. ‘청소년 문학’이 가진 미덕을 보여 주는 데 부족함이 없는 작품이다.

그렇기에 심사 위원 모두 만장일치로 이 소설에 흔쾌히 손을 들었다. 작가가 그려낸 인물들의 건강한 모습이 오래도록 독자들에게 기억되리란 확신이 든다.

 

_김경연, 김선영, 이송현

(제14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심사 위원)

저자소개

저자 : 김지완
1996년 출생. 동화와 청소년 소설을 쓴다. 장편 동화 『아일랜드』로 2023년 제20회 마해송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창작 동인 ‘문어뱅스’ 소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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