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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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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산 유토피아

인공자궁과 출생의 미래에 대한 사회적·정치적·윤리적·법적 질문


  • ISBN-13
    979-11-987407-2-4 (05330)
  • 출판사 / 임프린트
    도서출판 생각이음 / 도서출판 생각이음
  • 정가
    14,88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4-11-30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클레어 혼
  • 번역
    안은미
  • 메인주제어
    윤리적 이슈: 과학, 기술, 의료산업 발전
  • 추가주제어
    -
  • 키워드
    #윤리적 이슈: 과학, 기술, 의료산업 발전 #재생산 #인공자궁 #출생 #임신 #육아 #사회적 #정치적 #윤리적 #법적 #체외임신 #체외발생 #인큐베이터 #줄기세포 #임신중지 #젠더 #여성 #낙태 #건강불평등
  • 도서유형
    전자책, EPUB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성인 일반 단행본

책소개

‘인공자궁’이라는 렌즈를 통해 우리 시대의 재생산 문제를 미래와 과거까지 넘나들면서 날카로운 질문으로 독자의 사고와 상상력을 자극하고 관련 이슈들이 인간과 사회 전반에 복합적으로 얽혀있음을 보여준다. 기술 그 자체보다는 영향에, 과거와 미래보다는 현재의 문제에 더 집중한다. 젠더화된 임신 및 출산 관련 문제들은 너무나 당연시한 나머지 잘 말해지지도 연구되지도 않은 분야가 있으며 인종, 계층, 지역에 따라 건강불평등 및 인권문제도 심각하다고 진단한다. 이 기술의 이점(초극소 미숙아 치료)과 우려(사회적 불평등의 악화)를 통해 인류의 미래를 미리 생각해 보도록 한다. 악용 가능성도 짚어본다. 권력자 또는 권위주의적 정부가 누군가의 재생산 여부를 결정하고 간섭하는 우생학적 사고가 그에 해당한다. 따라서 문제는 우리의 낡은 사고와 제도 및 관행이며, 인공자궁을 만들어낼 역량을 목전에 둔 지금은 ‘혁신보다는 준비되었는지’를 돌아볼 때라고 저자는 강조하며 이 책의 목적 및 의미를 전한다.

목차

용어 설명

 

1장 온실, 화초, 인공자궁

2장 인공 위탁모 

3장 멋진 신세계로 향하는 체외발생 

4장 어머니 기계 

5장 임신중지의 해법 

6장 생물학의 폭정 

맺는 글 아기를 지니고 다니다 

 

감사의 글 

주석 

찾아보기 

본문인용

*페이지는 종이책 기준

21

연구자들은 종종 획기적인 기술 발전이 처음 의도와 전혀 다른 결말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잘 안다. 과학적 진보가 우리의 규제 시스템이나 상상을 앞지를 때도 많다. 우리는 줄지어 늘어서 있는 온열 상자들을 두고 온실에서 꽃을 기르듯 아기를 기를 수 있다는 소문이 무성하게 나돈 이래로 인공자궁 기술을 꿈꿔왔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마침내 인공자궁을 만들어낼 과학적 역량을 목전에 둔 지금, 문제는 더 이상 혁신이 가능한지가 아니라 우리는 준비가 되었는지 이다.

 

63

배아에 여느 세포 덩어리 이상의 가치가 없다거나 반대로 배아가 신성하다고 모두가 동의한다면 연구의 한계를 설정하는 일은 간단해질 것이다. 하지만 생명의 시작 시점에 대한 문제는 아주 복잡하다. 배아 연구에 대한 규제는 아마 우리가 만드는 법과 지침에 감정이 반영되는 방식을 보여주는 가장 좋은 예일지 모른다. 여러분이라면 사람들의 관점이 극단적으로 갈리는 사안을 어떻게 규제하겠는가? (나를 포함하여) 어떤 사람들에게는 배아가 세포 덩어리에 지나지 않는다. 

 

101

인공자궁은 임신 중 심각한 합병증을 치료하거나 임신의 대안으로, 또 신생아의 생명 유지 목적으로 환영받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 기술은 나머지 사람들의 생명보다 일부 사람들이 더 가치가 있다고 믿는 국가나 기관의 통치 아래서는 심각한 해악을 초래할 수 있다. 할데인은 ‘체외발생’이라는 말을 처음 내뱉은 그 순간 인공자궁과 우생학의 연관성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이 기술이 전 세계에서 우생학 정책과 법이 통과하면서 시작된 재생산에 대한 통제 원칙을 집행하는 궁극적 수단이 될 거라고 상상했다.

 

135 

학자이자 사회 정의를 옹호하는 도로시 로버츠가 주장하듯이, 지난 수년간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임신중지 합법화 운동과 좌파가 주장하는 내용에서 우생학의 잔재를 완전히 뿌리뽑지는 못했다. 이로 인해 재생산과 관련된 삶을 개선하는 전향적 자세는 그저 사람들에게 임신을 종료하게 하거나 예방할 권리를 부여하는 일이라고만 여긴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수백 년간 흑인 여성, 원주민 여성, 유색 인종 여성, 장애인, 퀴어 및 트랜스젠더가 불임 수술과 그들의 자녀를 강제 퇴거하는 일에 맞서 싸워야 했다는 사실을 가리고 있다.

 

173

이론적으로 사생활권은 어떤 행위를 허용하거나 허용하지 않는 정부의 간섭으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하지만, 정부가 사람들에게 자원을 지원해야 한다고 요구하지는 않는다. 이를테면 정부가 사람들에게 임신중지 시술 비용을 제공하라거나, 필요한 경우 지역사회에 임신중지 시술 기관을 배치하고 누구나 이 시술 기관이 있는 곳으로 이동할 수 있게 보장하라고 요구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로우 판결이 (재정적, 사회적) 자원이 있는 사람들의 임신중지 결정에는 정부가 더 이상 간섭할 수 없도록 보장을 했을지 몰라도, 자원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사실상 ‘선택’할 권리란 거의 무의미한 경우가 많았다.

 

206 

문제는 인공자궁이 아니다. 오히려 일부 국가에서는 애초부터 임신중지를 법적으로 방어해야 할 일로 계속해서 규정하는 것이 문제이다. 이 법들이 기초하고 있는 가부장적 간섭주의의 잔재, 여성들이 자기 몸에 대해 권한을 갖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문제이다. 재생산의 자유를 위해 협소한 영역을 조금씩 계속 개척하거나 임신중지를 형법 사안으로 간주하는 제한된 법적 해결책은 필요치 않다. 재생산과 관련된 삶을 통치하는 법은 우리에게 필요치 않다. 대신 임신중지를 비범죄화하고, 필수 보건의료 서비스로 취급하고, 세계 어느 곳에서나 지역과 문화에 적합한 안전한 임신 종결 방식에 접근하도록 보장해야 한다.

 

252~253

철없던 고교 시절 내가 유일하게 정말 좋아했던 수업은 영문학이었다. 어느 날 오후, 선생님은 실비아 플라스의 ‘은유’를 프로젝터에 띄우셨다. ‘저자는 무엇을 묘사하고 있을까?’ 그 시에는 두려움이 서려 있었다. 코끼리? 송아지를 밴 암소? 이미 올라타 이제는 내릴 수 없는 기차? 이제야 나는 그 시가 익살스럽고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랫배에서 아기의 머리가 단단한 사과처럼 느껴지고 이상하리만큼 흐느적거리는 다리가 어떻게든 몸의 균형을 잡아준다는 느낌이 든다. 몸 안에서 기르고 있는 아기를 만날 생각에 신이 나면서도 잘못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인생의 한 장이 열리는구나 싶어 겁이 덜컥 나기도 했다.

서평

이 책에서 저자는 오늘날 ‘재생산’이라는 사안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다양한 측면들을 인공자궁과 함께 들여다본다. 인큐베이터로 대표되는 신생아학과 발생학의 궤적, 우생학 그리고 그 흔적 및 악용 가능성, 지속되고 있는 건강 불평등, 돌봄 격차, 보건의료와 인권, 임신중지와 인공자궁 담론 등이 그에 해당한다. 

 

- 먼저, 이 책은 신생아학과 발생학이 발달하면서 부분 인공자궁 기술이 현실화가 목전에 다가와 있다는 과학자들의 전망과 최근의 연구 결과 및 그 가능성을 살펴본다. 

실험실에서 배아를 기르는 기술과 신생아실에서 아기 생명을 유지하는 기술이 발전하여 어느 날 중간에서 만나는 체외발생 전 과정이, 말하자면 체외임신이 완성될 가능성이 점점 뚜렷해지고 있으며, 불가능한 일처럼 들릴지 몰라도 그 어느 때보다 가까이 다가와 있는 일임에 분명하다는 것이다. 물론 임신의 시작과 끝을 다루는 기술이 진보했다고 체외발생 전 과정을 구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상기시킨다. 

 

- 임상시험을 거쳐 윤리적 문제 등을 해결해야 하는 여러 난관이 남아 있고, 임신의 시작을 다루는 배아 연구의 경우 더 복잡하다는 점도 이 기술의 구현이 결코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나름의 전망을 내놓는다. 

즉, 연구 지침과 규제는 감정을 배제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 장치이기에 인공자궁에 관련된 연구 방향도 사회적 합의가 필수적이다. 너무 빨리 태어나면서 장기의 미발달로 합병증의 위험이 큰 미숙아의 치료를 위한 부분 인공자궁 기술은 비교적 사회적 합의가 쉬운 반면, 체외임신의 시작 단계인 배아 연구는 아주 복잡한 이해관계와 상이한 다양한 시각 때문에 진전이 힘들다. 특히 종교계의 반발이 매우 거세다. 

 

- 인공자궁 기술은 다른 기술이 그렇듯이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존재한다. 지금도 그 흔적들이 곳곳에 남아 있는 우생학적 사고에 힘입은 권력자들의 행위가 상당히 우려스러운 부분 중의 하나이다. 

권력을 가진 자 또는 권위주의적 정부에 누군가의 재생산을 허용하거나 허용하지 않을 권한이 있을 때, 체외발생 기술은 우생학의 도구가 될 수 있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기의 건강을 위해 임신한 사람의 행동에 간섭하는 데서 나아가, 마약 복용이나 알코올 섭취처럼 태아의 건강에 해로운 행위를 하는 ‘부적합한’ 엄마의 자궁보다 인공자궁이 더 안전하고 아기의 ‘최선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발상도 우생학의 한 사례라 할 수 있다.

 

- 인공자궁 기술이 구현된다 해도, 그 혜택은 제한적이고 오히려 인종 및 지역 간 건강 불평등을 악화시킬 수 있다.

문제는 이 기술이 도입된다 해도 대단히 고가의 기술이 될 가능성이 크며, 그에 맞는 의료자원과 시설이 뒷받침되어야만 필요한 사람에게 적용이 가능하다. 따라서 지금처럼 불평등이 심각한 상황에서 이 기술이 도입된다면, 다른 기술이 그러했듯이 기존의 불평등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임신한 사람들과 아기들에게 진정한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술보다 재생산 관련 보건의료 서비스를 기본 인권으로 보호하는 것이 필요하다. 불평등을 유발한 사회문제를 개선하는 데에는 기술적 해법보다 사회적 전략이 우선이라는 이야기이다. 

 

- 인공자궁이 임신중지의 해법으로 언급되지만, 이런 사고 실험에는 여러 문제가 있다.

우선, 임신하는 사람이 있는 한, 임신을 종결하려는 사람도 있게 마련이다. 임신한 사람의 바람, 필요, 관심사에 따라 그 이유는 다양할 수 있고 정당한 이유도 따로 있지 않다. 그저 임신을 신체적으로 종료하면 되는 문제가 아니다. 둘째, 기술적으로 시대착오적이다. 이제는 알약 복용으로 임신중지가 가능해졌다. 인공자궁으로 태아를 이식하는 과정은 알약을 복용하는 일보다 훨씬 더 침습적이다. 셋째, 임신한 사람은 강요받지 않고 자신의 가치, 신념, 욕구에 따른 다양한 목표를 추구할 수 있어야 한다. 현실적으로 임신중지를 하는 모든 사람에게 인공자궁을 지원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마지막으로, 매년 엄청나게 많은 임신중지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인공자궁으로 해결이 가능하다고 말하는 것은 임신과 출산, 아기 돌봄에 대한 막대한 노력을 인정하지 않는 문화적 편향 때문이다.

 

- 체외발생 기술은 정말로 젠더화된 임신의 부담에서 해방시키는 도구가 될까?

저자는 이 문제를 언급하기 위해 먼저 1970년대 슐라미스 파이어스톤의 주장을 가져온다. 당시 파이어스톤은 과학 기술은 우주에 갈 정도로 발전했지만 유독 임신만이 여성이 감내해야 했으므로 ‘생식 생물학의 폭정’이 초래한 결과라고 말한다. 여성 피임약이 무리한 임상 연구와 상당한 부작용을 감수하면서 상용화되었지만, 남성 피임약 연구는 진전이 거의 없다. 나아가 임신과 출산, 육아는 여성의 사회활동을 제한한다. 육아 휴직은 충분치 않거나 여성에게만 허용되는 경우가 많다. 한국, 일본처럼 남성 육아 휴직제도가 있어도 실제로 사용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런데 흑인과 원주민 여성, 장애인, 저소득층 여성은 엄마 될 자격조차 제한받는다. 폭거는 생물학이 아니라 우리의 낡은 생각이다. 또 사회제도 및 관행이 문제이다.

저자소개

저자 : 클레어 혼
캐나다 달하우지 대학교Dalhousie University 보건법 연구소Health Law Institute 박사후 연구원이자 법학자이다. 중점적으로 연구하는 분야는 성 및 재생산 건강, 권리 및 기술을 관장하는 법률 및 정책이다. 의료윤리저널Journal of Medical Ethics, 의료법 비평the Medical Law Review, 여성주의 법 연구Feminist Legal Studies 등 다양한 학술지 및 논픽션 간행물에 글을 기고하고 있다.
번역 : 안은미
바른번역 소속 전문번역가로 활동하는 가정의학 전문의. 서울대학교병원에서 가정의학과 진료 조교수를 거쳐, 국립암센터와 국립재활원에서 생애 말기(호스피스), 장애와 관련된 보건의료 정책을 연구했고, 성균관대학교 융합의과학대학원에서 강의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같은 대학 보건대학원에서 공부했으며, 한양대학교에서 ‘일차보건의료와 돌봄윤리’를 주제로 의료인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금까지 북한이탈주민, 암 생존자, 호스피스 등을 주제로 질적 연구와 양적 연구를 넘나들며 다양한 논문을 발표했다. 장애인 여성의 건강관리, 장애인 부모의 임신 출산과 관련된 책을 기획하고 집필 또는 번역에 참여했다. 최근의 공부는 여성주의 윤리철학, 과학기술 철학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감수 : 김선혜
미국 메릴랜드 대학교 여성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하버드 대학교와 조지워싱턴 대학교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재직했으며, 2020년부터 이화여대 여성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관심사는 재생산 노동, 과학 기술과 젠더, 초국적 의료산업이다. 주요 연구논문은 "The role of reproductive justice movements in challenging the ban on abortion in South Korea", "재생산의료 영역에서의 남성: 한국의 보조생식기술과 난임 남성의 비가시화", "Reproductive technologies as population control: How pronatalist policies harm reproductive health in South Korea", "‘제3자 생식’ 규제를 둘러싼 한국의 재생산 정치: 난자·정자 공여와 대리모는 왜 문제가 되었는가" 등이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연구는 “Baby Miles”: Reproductive Rights, Labor, and Ethics in the Transnational Korean Reproductive Technology Industry (book manuscript)와 임신중지기술을 둘러싼 동아시아의 재생산 정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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