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문장
이제 모든 것을 끝내야겠다.
그렇게 마음을 먹은 순간, 나는 예상치 못한 평온과 마주했다.
22p
나는 걸음을 우뚝 멈추고 멍하니 앞을 보았다. 눈앞에 펼쳐진광경은 비현실적이었다. 유럽에나 있을 법한 신비스러운 고성이떡 서 있었다. 영화 속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대저택이었다. 최소 몇십 년은 된 듯 오래된 느낌의 집이 이런 숲속에 있으니 더욱 으스스했다. 저택 입구에는 동물인지 괴물인지 헷갈리는 석상까지 우뚝 서 있었는데 역시 유럽의 고성에서 그대로 가져온느낌이었다.
36p
“소문 못 들었어? 귀신 들렸대잖아, 저 집. 설마 하고 와 보긴했지만 역시 저 집은 뭔가 기분 나쁘단 말이지.”
“뭐가 기분 나빠. 난 멋지기만 하더만. 무슨 영화 속에 나오는집 같잖아.”
“영화는 영화지. 호러 영화.”
62p
지난 몇 시간 동안 여러 가지 생각이 나를 괴롭혔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자주 괴롭혔던 건 하나였다. 왜 승혁은 스스로 목숨을끊으려 한 걸까. 너무 궁금했지만, 기회도 없었고 물어볼 엄두가나지 않았다.
70p
커다란 검은 개가 이쪽을 노려보며 침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착하지~. 만약 내가 제정신이었다면 개를 어르면서 그렇게 속삭였겠지.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야말로, 공포로 기절할 지경이었으니까.
84p
샤워기에서 붉은 핏물이 쏟아지고 있었다.
피. 그래, 피였다.
검붉은 색깔의 액체는 누가 봐도 피였다.
샤워기에서 핏물이 쏟아지고 있었다.
149p
순간, 손에 벌레가 튀어 오른 듯 소름이 끼쳤다. 정신을 차리니 어느새 책을 바닥에 집어 던진 후였다.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바닥에 떨어진 책을 잠시 노려보았다. 꺼림칙했다. 당장이라도화장실에 달려가 손을 벅벅 씻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다
194p
“저, 당신이 정말 좋아진 것 같아요.”
승혁의 입에서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숨을 들이켰다. 조금전, 차를 운전할 때까지만 해도 다른 걱정거리들이 계속 머릿속을 휘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