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잖아요. 나는 꽃씨를 날리는 게 꿈이고, 당신은 나는 게 꿈이잖아요. 우린 꿈이 같아요.”
축구공은 다시 아무 말이 없어졌습니다. 민들레야 열심히 자라 꽃을 피우면 꽃씨를 날릴 수도 있겠지만, 축구공은 그럴 수 있는 게 아니었으니까요.
23쪽
“네잎클로버가 왜 좋은데?”
엄마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내게 물었다.
“엄마는 그것도 몰라? 세잎클로버 꽃말은 ‘행복’이지만 네잎클로버 꽃말은 ‘행운’이잖아. 사람들이 행복보다는 행운을 더 좋아해서 네잎클로버를 더 좋아하는 거야.”
42쪽
“꼭 눈이 있어야 아는 건 아니잖아.”
뜬눈이는 황당했어. 볼 수 있어야 이게 젤리인지 아이스크림인지 알 수 있는 거 아니야? 초코맛 아이스크림인지 딸기맛 아이스크림인지 볼 수 있어야 고를 수 있지. 뜬눈이는 화도 났어.
50쪽
다람쥐의 대답에 할 말이 없었어요. 내 주머니에도 도토리가 가득 들어 있잖아요. 내 주머니를 가득 채우긴 했지만, 결코 많은 양이 아니니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73쪽
비가 오는 어느 날 오후였다.
오랜만에 복남이는 나리와 대청마루에 앉아 비가 내리는 제물포항을 바라보았다. 둘만 앉아 있으니 머쓱해진 복남이가 망설이다 나직이 물었다.
“나리, 궁금한 게 있어요. 나리는 왜 조선에 오셨나요?”
88쪽
“난 여기 꿈속에 있을래. 깨어나 봤자 꿈도 이룰 수 없는 난 그냥 이후남인걸.”
여자아이가 시무룩하게 말했다.
“아니야, 내가 괴물을 물리쳐 준다고 했잖아.”
“그럼, 네 안의 괴물은?”
110쪽
카메라를 바닥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은 담이는 바위를 향해 서서 양쪽 어깨를 세 번씩
털고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주문을 세 번 외웠다.
“가고오지말라쿵! 가고오지말라짝!”
‘쿵’에 오른발을 구르고 ‘짝’에 손뼉을 쳤다.
128쪽
“할머니 너무 멋져요. 또 해 봐요. 또요!”
“아이구, 왜 이리 춥지. 꽃분아, 꽃분아.”
나는 할머니 목소리를 내는 도깨비 인형을 숨죽여 바라보았다.
140쪽
산과 들에는 한 가지 나무와 꽃만 자라서는 안 돼.
여러 가지 나무와 수백 가지 꽃이 섞여야 진짜 자연이고 아름다운 거야.
자연이 사라지면 동물도 사라지고 마침내 사람도 사라지게 되거든.
16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