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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사라진 아이들에 대한 기록이다

우리는 태어난 아이들을 어떻게 대해 왔는가


  • ISBN-13
    979-11-6810-323-8 (03300)
  • 출판사 / 임프린트
    주식회사 태학사 / 날
  • 정가
    17,0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4-12-10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권희정
  • 번역
    -
  • 메인주제어
    사회, 문화인류학
  • 추가주제어
    -
  • 키워드
    #사회, 문화인류학
  • 도서유형
    종이책, 무선제본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성인 일반 단행본
  • 도서상세정보
    133 * 200 mm, 208 Page

책소개

‘태어난’ 아이들을 우리는 어떻게 대해 왔을까

사라져 버린 아이들에 대한 한 인류학자의 추적!

 

꾸준히 나오는 뉴스 중 하나가 저출생 관련된 것이다. 정부는 ‘인구 비상사태’라는 선포까지 해 가면서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저출생 문제만큼 중요한 것이 태어난 아이들을 잘 키우는 일 아닐까.

 

태어날 아이들만큼 중요한

태어난 아이들

 

우리나라 청소년 자살률은 여전히 세계 1위다. 이런 죽음 한쪽에서는 여러 다른 이유로 또 사라져 가는 아이들이 있다.  《이것은 사라진 아이들에 대한 기록이다》는 태어나자마자 죽임을 당하거나 버려지거나 방치되거나 입양된 아이들을 추적한다. 그동안 우리 사회가 ‘태어난’ 아이들을 어떻게 대해 왔는지 돌아보게 한다.

책은 크게 살해, 유기, 방임, 입양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카테고리는 국가와 사회가 아이들을 사라지게 만든 원인들이다. 저자 권희정은 오랫동안 미혼, 가족, 아동의 이산 등의 주제에 천착해 온 인류학자다. 과거 신문을 비롯한 국내외 관련 자료와 실제 인터뷰한 내용을 토대로 살해, 유기, 방임, 입양의 원인과 배경을 파헤친다. 

 

새끼를 죽이는 

암컷들

 

먼저, 아이들은 왜 살해당했을까. 직접적인 살해범은 대부분 엄마다. 반인륜적인 비정한 엄마일까. 저자는 인류를 포함한 동물의 진화사를 근거로 암컷이 새끼를 죽이는 일은 늘 있었음을 환기한다. 암컷은 양육에 도움을 줄 존재가 없는 등 양육할 수 없는 환경에 놓일 때 그런 선택을 한다. 또한 근원적으로 모든 암컷이 모성애를 갖고 태어나지 않는다. 인간 엄마의 아기 살해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아이를 낳고 기를 환경이 된다면 대부분 엄마는 살해나 유기를 선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어떤 환경에서 살해당할까. 과거 신문들을 살펴보면 엄마가 과부라서, 먹고살기 힘들어서, 미혼이라서 그리고 아기가 딸이라서 죽임을 당하곤 했다. 이것은 가부장제, 부계 사회,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가 근원적인 살해 주범임을 말해 준다. 

물론 한국에서만 이런 일이 벌어진 건 아니다. 남성 중심 사회라면 어디서든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저자는 일례로 20세기 초·중반 아일랜드에서 벌어진 영아 살해 사건들을 소개한다. 

 

만만하게 취급된 

아이들

 

그럼, 국가는 살해되지 않고 살아남은 아이들을 어떻게 대했을까. 국가가 고아들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단적으로 보여 주는 사건이 ‘고아 기차 운동’이다. 미국은 1854년부터 1929까지 75년 동안 고아들을 기차에 태워 미국 전역으로 이주시켰다. 잠재적 범죄자로 여긴 고아들을 도시에서 농촌으로 보내 순화시키는 한편, 이들에게 들어가는 사회적 비용도 줄이려던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유사한 사건이 있었다. 박정희 정부는 집권 초에 민심을 얻기 위해 고아 등을 황무지로 보내 개간시켰다. 서산개척단이 대표적이다. 이주지에서 사람들은 무급 강제 노동에 시달렸고 말을 듣지 않을 경우 감금, 폭행, 살해를 당하기도 했다. 또한 정부는 고아들을 해외로 입양 보냈다. 입양 기관들은 버젓이 부모가 있는 아이들을 고아로 둔갑시켜 보내기도 했다. 해외 입양은 1970년대 북한이 “남한에서 아기는 새로운 수출품”이라고 비난할 정도로 고소득을 남기는 ‘사업’이었기 때문이다.

그럼 보육시설에 남겨진 아이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열여덟 어른’ 즉, 보호 종료 청년들은 많지 않은 국가 보조금을 받고 세상에 홀로 나온다. 간단한 집안일부터 사회생활까지 이들은 막 태어난 아기처럼 세상살이를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한다. ‘자립’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청년이 늘고 있다. 저자는 보호 종료 청년 네 명을 만나 자립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을 책에 담았다. 

 

원가족과 살게 

지원할 것

 

아이들의 삶을 추적한 끝에 저자는 말한다. “태어난 아이들이 잘 살아야 태어날 아이들도 잘 산다.” 태어난 아이들을 위해 국가와 사회는 무엇을 해야 할까. 해법은 보호 종료 청년, 국내외 입양인 등 당사자들의 목소리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은 국가가 해야 할 일은 태어난 아이들이 원가족과 살게 지원해 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원가족과 살지 말지는 훗날 아이가 결정하면 될 일이다. 아이의 그 고유한 권리를 국가와 사회가 앞서 빼앗는 것은 엄연한 아동 인권 침해라고 지적한다. 

저자도 이런 주장에 동의한다. 저자는 최근 도입된 보호출산제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왜 국가가 아이들을 계속 원가족과 분리해 더 낯설고, 먼 곳으로 보내려고 하느냐며 안타까워한다. “아이를 버리게 하고 구하는 것보다 원가족 지원을 강화함으로써 구할 아이를 만들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면서 말이다.

목차

책을 내며

 

1장. 살해

새끼를 죽이는 암컷들 

“제가 달리 뭘 할 수 있었겠어요 ” 

환대받지 못한 아이들 

 

+ 더 읽기: 모계 사회 체험기

 

2장. 유기

루소의 아이들 

유기 영아 박물관 

고아 기차 

보호출산제 

 

3장. 방임

보호 종료 청년들 

국가는 어떤 보호자였나 

청년 A(3년 차): “아직은 괜찮아요” 

청년 B(1년 2개월 차): “아이들한테 약 먹이지 마세요!” 

청년 C(5년 차): 내겐 너무 어려운 사회 

요즘의 보육원 아이들 

청년 D(1년 차): “공허함은 아직도 있죠” 

부모 있는 고아, 조민호 

 

4장. 입양

‘수출’된 아이들 

입양기관은 왜 부모를 찾지 않았나 

낯선 나라에서 

무국적자 

나를 알권리는 기본권

목소리 내기 시작한 국내 입양인들 

 

+ 더 읽기: 자살률 높은 입양인들 

 

후기

참고문헌 

이미지 출처 

 

본문인용

암컷은 자기 나이와 신체 조건, 그리고 처한 환경에 따라 새끼를 낳을지 말지 결정한다. 새끼에게 헌신할지 말지, 또한 얼마나 헌신할지도 자신의 상황과 주변에 도와줄 존재가 있는지에 따라 결정한다. -15쪽

 

당시 아일랜드는 영국에 속한 북부든 독립한 남부든 기독교가 지배적인 곳이었다. 성을 바라보는 관점이 보수적인 데다 사생아를 양육하려면 사회적 비용도 드니 사생아들을 골치 아픈 존재로 바라보았을 것이다. 이런 가운데 엄마가 알아서 아이를 죽였다면, 국가나 교구 차원에서는 크게 고민할 문제가 아니었으리라. -23쪽

 

아멜리아 같은 베이비 파머가 많았던 이유는 버려진 가여운 여성이 많았기 때문이 아니라, 여성과 아기를 버린 몰염치한 남성이 많았기 때문이다. 또한 그들로 인해 원치 않는 임신과 출산을 한 어머니와 아기를 사회에서 환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29쪽

 

먼저 ‘과부’라서 살해하는 경우다. 《동아일보》 1924년 1월 10일 자는 당시 평양 형무소 수감자 1,204명 중 여성이 103명인데 그중 “해산 후 영아를 압살한 과부가 많다”고 보도하고 있다. 이해 전라남도에서도 과부 영아 살해 사건이 발생했다. -33쪽

 

영아를 살해할 수밖에 없는 근본 이유는 부계 사회이기 때문일 것이다. 한 명의 법적 아버지만을 인정하고, 그 아버지를 중심으로 혈통을 잇는 사회라서 벌어진 일들이다. -38쪽

 

18세기에 산업혁명이 일어나면서 런던에 많은 사람이 몰려들었다. 빈민도 급속도로 늘었다. 교구에서 이들을 구조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도움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 버린 아기가 교회 계단, 문 앞, 쓰레기 더미에서 빈번하게 발견되었다. 매해 1천 명 정도의 아기가 버려졌다. -53쪽

 

엄마들이 증표를 남긴 이유는 아기들은 입소하자마자 세례를 받고 새로운 이름을 부여받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나중에 아기를 찾을 수 없기에 아기를 식별하기 위해 증표를 남긴 것인데, 엄마들은 물건뿐 아니라 시나 메모 또는 편지를 남기기도 했다. -57쪽

 

영국은 1861년 〈개인에 대한 범죄법Offences Against The Persons Act〉 제27조에 ‘2세 미만 아기 유기는 형사 범죄로서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조항을 마련한 이후 아동 유기를 허용하는 어떤 예외 사항도 두지 않았다. 영국에는 아동을 특정한 곳에 유기하는 것을 허용한 미국의 〈안전한 피난처 법Safe Haven Law〉 같은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58쪽

 

보육원 아이들은 마지막 기차가 운행된 1929년까지 살던 곳을 떠나 전국에 흩어졌다. 이 때문에 원가족이나 친척과 재회할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심지어 보육원에 함께 있던 자매나 형제가 서로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거나 다른 가족에 입양되면서 헤어지는 일까지 벌어졌다. -64쪽

 

고아 기차를 탄 아이 중 극히 일부는 사회 지도층이 되었다. 또 어떤 아이들은 주어진 삶을 받아들이고 만족한 삶을 살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 모두에겐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가 있다. 바로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떠나야 했다는 것이다. 태어나고 자란 곳을 떠남으로써 혹시 자신을 찾았을지 모를 부모나 친척과 연결될 길이 끊겼다. 심지어 형제자매와도 강제로 헤어져야 했다. -68쪽

 

〈보호출산법〉은 심리, 신체적으로 어려운 경우 보호 출산을 선택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세부 조항에도 관련 매뉴얼에도 심리, 신체적 어려움이 무엇인지에 대한 명확한 정의나 가이드라인이 없다. -75쪽

 

원가족과 살지 말지 결정하는 것은 아동의 고유한 권리다. 원가족 공동체 안에서 성장하면서 스스로 내릴 판단이다. 그 권리를 사회나 국가가 먼저 박탈하는 것은 아동 인권을 침해하는 일이다. 보호출산제와 베이비 박스가 영아 유기를 줄일 수 있을까. 아이를 잘 버리게 하는 것보다 애초에 아기가 버려지지 않게 법과 제도를 탄탄하게 마련하고, 원가족을 더 지원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 -79쪽

 

그런데 보호 종료 아동이나 자립 준비 청년 모두 적절한 표현은 아닌 듯하다. 보호 종료 아동을 먼저 보면, 퇴소를 했으니 ‘보호 종료’는 맞지만 이미 ‘아동’기를 지난 이들 아닌가. 자립 준비 청년이란 말도 문제가 있다. 자립 ‘준비’는 퇴소 후가 아니라 퇴소 전에 해야 하는 것 아닐까. 따라서 나는 이 책에서 ‘복지시설 생활을 마치고 사회로 나온 젊은이’라는 의미에서 이들을 ‘보호 종료 청년’으로 부르려고 한다. -84쪽

 

왜 부랑아나 독신 청년 혹은 보호 종료 청년, 전쟁고아 등이 일차 대상이었을까. 혹시 자립이란 미명하에 사회의 주변인 또는 문제의 소지가 있어 보이는 사람들을 추방하거나, 이들에게 드는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려는 의도는 아니었을까? -91쪽

 

2000년대 접어들면서 보호 종료 청년들을 바라보는 시각에 변화가 생긴다. 변화의 문을 연 건 비영리 공익재단 아름다운재단이다. 2000년 김금자 할머니는 아름다운재단에 1억 원을 기부한다. 자신처럼 고아인 청년들을 위해 써 달라고 했다. 이 일을 계기로 아름다운재단은 2001년부터 보호 종료 청년들에게 교육비와 주거비를 지원하는 등 이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여러 도움을 주고 있다. -93쪽

 

“저를 장애인 취급을 하면서 정신과 약을 먹였는데, 저는 항상 먹기 싫다고 했거든요. 안 먹으면 이번엔 원장님이 형들을 불러와 가지고 때리게 했어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먹었죠. 강제로 먹인 거죠. 고등학교 때는 좀 많이 힘들었어요.” -102쪽

 

A와 C는 인터뷰 도중 “요즘 보육원 애들은 우리(자신들) 때와 다르다”는 말을 거듭했다. 무엇이 다르다는 것일까. 첫 번째 다른 점은, 장애아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그런데 장애 전문 보육교사는 없다. 두 번째는 가정 학대를 당한 아이가 많이 들어오고

있고 그중에는 행동 장애를 보이는 아이도 많다는 것이다. -115쪽

 

보육교사는 어쩔 도리가 없다고 한숨을 내쉰다. 아동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은 높아졌지만, 어디까지가 인권 보호고, 침해고, 아동 학대인지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없어 교사들은 난감할 때가 많다고 한다. -118쪽

 

1970년대와 80년대는 정부와 정부가 허가한 해외 입양기관들이 유기 아동과 고아를 적극적으로 해외로 입양 보낼 때였다. 아이당 받는 입양 수수료가 높아 정부도 해외 입양기관도 얻는 이익이 컸기 때문이다. -133쪽

 

인터뷰 내용을 정리하며 나는 보호 종료 청년들의 자립 성공 여부는 ‘부모를 알권리’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성인이 되었다는 이유로 얼마간의 돈을 한시적으로 쥐여 주면서 자립에 성공하기를 바라는 것은 너무 무책임하고 가혹한 일이라고 분개했다. 그들이 좌절하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은 그들 앞에 놓인 자립의 길이 너무 고단하기 때문일 것이다. -140쪽

 

이해 국민총생산GNP이 320달러였으니 입양은 큰 이익을 남기는 ‘사업’이었다. 한 아이당 막대한 수수료를 받고 해외로 입양시키는 남한의 행태를 알아 1970년대 북한에서는 “남한에서 아기는 새로운 수출품”이라고 비난할 정도였다. -151쪽

 

해외 입양은 높은 수익을 보장하는 데다 “좋은 일”을 한다는 사회적 찬사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는, 일석이조의 사업 아이템이었다. 하지만 입양 보낼 아기가 있어야 유지되는 사업이다. 정부가 원가족 지원을 늘리고,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낙인이 사라져 미혼모가 양육하겠다고 나서면 가장 위기에 몰리는 사업이기도 하다. -153쪽

 

김씨는 입양 목적인 이민 비자(IR-4, 미국 시민권자에게 입양된 아이들에게 발급된다)로 미국에 갔다. 이 비자로 입양된 아이들은 10년 동안만 영주권을 얻는다. 만기 전 시민권 취득 절차를 밟지 않으면 불법체류자가 되는 것이다. 학대를 일삼던 입양부모가 김씨의 시민권에 신경을 썼을 리 없다. 한 살 무렵 입양된 김씨는 열한 살 때 불법체류자가 되었다. -162쪽

 

1990년대가 되면서 해외 입양인들이 본격적으로 귀환하기 시작했다. 해외로 보낸 아기들이 성인이 되어 돌아온 것이다. 이들은 비자를 연장해 한국에 계속 머물면서, 한국 방문 후 다시 입양된 국가로 돌아가서, 또는 제3국에 거주하면서 끊임없이 한국을 향해 외치고 있다. 자신이 어디서 왔는지 아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말이다. -170쪽

 

최근까지도 국내 입양인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들을 기회는 거의 없었다. 그동안은 입양기관, 입양부모, 입양 연구자가 주로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입양이 아동을 위한 최선의 복지이자 ‘선행’인 것처럼 말해 왔고, 그것이 지배적인 시각이 되었다. 과연 당사자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까. -178쪽

 

제가 입양인으로 살아 보니까 입양인이 가장 위로를 받는 순간이 입양부모님이 잘해 주고 이런 것도 너무 행복하지만, 내가 어떻게 잘 버려졌는가에 대해서 아는 순간이에요. 정말 아무렇게나 엄청 금방 빠르게 버려졌는가, 아니면 정말 피치 못하게 아주 어렵게, 어렵게, 간절하지만 어쩔 수 없이 이별을 했는가, 이런 사실을 알았을 때 좀 위로를 많이 받거든요.” -183, 184쪽

 

입양인이 입양가족 안에서 행복하지 않기 때문에, 입양부모에게 감사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의 출생 정보와 친생부모를 알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기원을 알려는 것은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누구나 누려야 할 기본권이다. -184쪽

서평

저출생 위기가 국가의 존립을 위협한다는 담론이 횡행하는 지금, ‘사라진 아이들’을 기억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이 책은 보호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시설에 수용되거나, 상품처럼 입양되어 자신의 기원과 멀어질 수밖에 없었던 아이들의 고통과 희망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이들의 기원에 대한 진실을 삭제하지 않으면서, 모든 아이를 ‘함께 돌봄’ 받을 권리가 있는 존재로 상상하는 일이 과연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 이 책은 태어난 모든 아이가 충분히 돌봄을 받고 온전한 존재로 대우받아야 함을 촉구하며 독자들에게 강렬한 윤리적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김현미(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해외 유명 석학을 비롯해 많은 이가 “한국이 저출산으로 지구상에서 사라질 첫 번째 나라가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한국 정부는 2006년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만들었는데, 놀랍게도 이해에 1,813명의 아이를 해외로 입양 보냈다. 이 책은 살해, 유기, 방임, 입양 등을 통해 사라진 아동들에 대한 기록으로, 한국이 국가 소멸을 걱정하는 이 순간까지도 왜 해외 입양을 중단하지 못하는지 깨닫게 해 준다. 우리 사회에 여전히 공고한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에 의해 배제된 미혼모, 보호 종료 청년들, 국내외 입양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일은 우리에게 찾아오는 모든 생명을 환대하고 축복하기 위한 시작이 될 것이다.

-전홍기혜(《프레시안》 기자)

저자소개

저자 : 권희정
인류학자다. 오랫동안 가족과 젠더, 이혼이란 주제에 관심이 많았다.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에서 사무국장으로 활동했다. 미혼 임신과 출산을 둘러싼 제도와 담론, 그리고 미혼모 당사자의 행위성을 분석한 박사 학위 논문을 다듬어 2019년 《미혼모의 탄생: 추방된 어머니들의 역사》로 출간했다. 현재 일반인 대상으로 구술 채록에 관해 교육하고 있으며, 출판사 안토니아스와 ‘미혼모 아카이빙과 권익옹호 연구소’를 운영중이다.
저출생 대책만큼 중요한 것이 태어난 아이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놓는 일이다. 그동안 국가와 사회가 태어난 아이들을 어떻게 대해 왔는지 돌아보고, 태어날 아이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길 바라며 이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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