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집이 곧 출간된다. 사실 나는 시집 출간에 대해 꿈에도 생각해 보지 못한 일이고 상상도 해보지 못했던 일이다. 이는 나로선 큰 행운이라고 생각하고 내 인생에 큰 자랑이라고 말하고 싶다. 나는 가난한 가정의 칠남매 중 외동딸로 태어나 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랐다. 사랑을 받은 만큼 부모님들이 나에 대한 기대도 컸었다. 나는 부모님들의 기대에 보답하려고 소학교에 입학하여 열심히 공부하여 6년 우등생으로 당선되었고 우수한 성적으로 소학교를 졸업하였고 더 큰 꿈을 안고 중학교에 입학하였다. 그런데 중학교 3학년에 올라가자 전국적으로 문화대혁명이 일어나면서 학교 수업이 중단되었다. 그 후 몇 년이 지나 국가의 교육제도가 회복이 되어 황폐화 되었던 학교 문이 열려 학교도 다시 다닐 수 있는 기회가 되었고 많은 청년들이 도시로 추천 받아 계속 공부를 더 하거나 일자리를 찾기도 했다. 하지만 나에겐 그런 기회가 따르지 않았다. 아버지가 정치적 문제가 있다는 이유 아닌 이유였다. 우리 아버지는 제대 군인이셨고 우리 마을의 농촌 발전과 나라 발전에 혼신을 다 바치신 훌륭한 아버지셨다. 하지만 그때로선 억울해도 어디에 가 말해 볼 곳도 없었다. 그렇게 나는 꿈과 희망을 놓쳐 버린 채 수십 년이란 긴 인생 여정을 지나 여기까지, 팔십 고개가 눈앞에 보이는 여기까지 와 버렸다.
기나긴 힘든 삶의 길에서도 어릴 적 꿈만은 마음속에서 잊어 본적이 없다. 어릴 적 나의 꿈은 공부를 잘 하여 멋있는 작가가 되는 것, 학교 선생님이 되는 것이 나의 간절한 꿈이었다. 요즘 들어 삶이 편안하고 시간이 넉넉하니 어느 순간부터인가 살아오면서 늘 마음에 잊지 않고 품어 왔던 나의 꿈이 다시 생각되었다. 꿈과 희망엔 나이도 퇴직도 없다는 말이 있다.
일본의 약해지지마란 시집을 발표한 97세의 유명한 작가 시바타 도요 할머니의 사연을 읽었을 때 나는 가슴이 감동의 도가니 속에 빠짐을 느꼈다. 삶은 나이가 든다고 식어 가는 것이 아니라 인생의 완성 과정을 잘 가꾸어 가는 것이 참된 인생이란 것을 깊이 깨달았다. 나는 안다. 내가 어떤 큰 인물에 비교는 되지 않지만, 그래도 그들을 따라 배울 수 있는 용기는 얼마든지 내 마음속에 살아있다. 그래서 배움의 끈을 놓지 않고 책을 통해 유명한 문인들의 사연도 열심히 읽으면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워 갈 수가 있었다. 그리고 더 배워 가려는 일념 하나로 대련 조선족 문학회에 입회하여 훌륭한 문인들과 함께 하게 되었었다. 그때가 2021년 봄이었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멋진 작가 선생님들과 한자리에서 문학에 대해 배우는 시간과 시간들이 참 보람스러웠다. 협회의 남춘애 회장님의 강의를 들으면서 문학이란 개념과 글 쓰는데 좋은 말씀을 통해서 전에는 몰랐던 많은 것들을 터득하게 되었다. 그 후 나도 다른 문인들처럼 한번 도전해 보리라는 마음을 다지고 나름대로 글 제목을 달고 수필 한 편을 써 보았다. 그런데 투고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 글이 송화강 문학지에 발표되기로 결정이 났다는 문자를 받았다. 너무 놀랍고 기쁜 소식이었다. 아, 나도 하면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고 더욱 큰 신심이 생겼다. 그 이후로 여러 잡지에 글을 발표하기 시작하였다. 이렇게 수필로 문학의 길에서 걷기 시작한 내가 오늘 작품집으로는 시집을 내게 되다니…
나는 내가 쓴 시에 대해선 내 스스로도 감이 별로 안 선다. 그래서 시를 한 수 쓰고는 늘 생각에 빠지곤 하였다. 비록 내가 금이야 옥이야 사랑하는 글이지만 이 시들을 가지고 시집을 낼 수 있을까에 걱정부터 앞섰다. 나는 나의 시에 문학성이 부족하다는 것을 자주 느낀다. 너무 직설적이어서 시의 깊이가 부족한 것도 안다. 내 시는 그저 꾸밈없이 나의 인생이야기들을 요기서 조기서 조금씩 담아낸 내 마음의 소리들이다. 내 마음의 소리를 내가 쓴 시에서 들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참으로 뿌듯하다. 잘 쓰고 못 쓰고는 시인들에게 해당한 것이지 삶을 시에 담는 나에게는 너무 화려한 요구라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진다. 인생은 부족함을 채워가는 과정이니 괜찮을 것이다. 곧 내 시집이 세상 사람들과 만나게 되다니, 마음이 벅찬 나날들이다. 앞으로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문학의 밭을 갈고 또 갈아 언제까지 될지 모르는 인생을 계속 시로 그려가며 살아가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