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작가, 겨울 무대
−작품과 희곡이 더 빛나도록
‘봄 작가, 겨울 무대’는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의 작가 지원 프로젝트다. 신춘문예를 통해 역량을 인정받은 신진 작가들에게 신작 장막 희곡 집필과 무대화 과정을 통해 희곡을 완성할 기회를 제공한다. 지난 8월 낭독공연으로 처음 관객과 만난 7편의 희곡이 수정과 보완을 거쳐 희곡집에 수록되었다.
김유경 작가의 〈하울링〉
한때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렸던 백마 아파트는 붕괴 위험으로 폐쇄되었다. 버려진 아파트 지하실에서 여전히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쓰레기 할머니’라고 불리는 김복남과 ‘들개’라고 불리는 개 세 마리. 사각지대에 놓인 존재들은 모두가 떠난 곳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그들의 동거 이야기에 외부인 여럿이 등장한다. 할머니가 개를 훔쳤다는 한 유튜버의 폭로로 김복남은 잠시 오늘 이곳의 주인공이 된다. 그리고 한순간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힌다. 들개의 등장과 퇴장이 극에 동화적 환상을 불어넣으며 텅 빈 공터에 울리는 ‘하울링’이 오래 맴돈다.
윤성민 작가의 〈내 무덤에 너를 묻고〉
조선 경종 시대, 김춘택은 왕세제(훗날의 영조) 책봉과 대리청정을 밀어붙인 노론의 인물이다. 계획이 실패하고 노론의 인물들이 대거 숙청되는 임인옥사가 일어난다. 그 후, 경종은 김춘택에게 왕세제의 목숨을 담보로 자기 능지(陵地)의 공사를 명한다. 순장될 위기에 처한 김춘택 일당은 무덤에서 살아 나오려 갖가지 꾀를 낸다. 병든 경종은 이복동생인 왕세제가 사실 김춘택의 아들일지 모른다는 소문을 듣고 그를 처형할지 고민한다. 경종과 영조에 관한 역사적 진실은 묻혔다. 얽히고설킨 역사의 비극적 사건이 무덤을 중심으로 다시 펼쳐진다.
강지형 작가의 〈배타적 창작의 영역〉
살아온 환경도, 조건도 다른 이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봉길, 유하, 연서 세 명의 타인은 각자의 사연을 짊어지고 ‘외로운 사람’을 위한 공약 만들기에 돌입한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외로운 상황에 놓인 사람들은 누구일까?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며 매 순간 충돌하던 이들은 공약의 실마리를 잡아 가기 위해 어느 무명 코미디언의 유서를 펼친다. 그리고 서로의 외로움과 그 모습에 대해 상상한다. 함께 만들어 가는 이야기가 개인의 삶 속에서 “휴먼 드라마”로 나타난다.
소윤정 작가의 〈랄라라〉
다세대 주택,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갈라진 방. 이웃 너머로 수상한 소리가 들려온다. 작가 지망생 이수는 꿈과 현실의 차이로 좌절을 겪고, 신경질적인 성격의 순이 할머니는 세상에 대한 불만과 고독으로 몸부림친다. 택배 상하차 일을 하는 한산은 로또로 인생 한 방을 노리고, 어린 하루는 어른들의 세계를 갈망하며 외로이 자라난다. 예상치 못한 사건들이 벌어지며 그들은 서로의 삶에 휘말린다.
송천영 작가의 〈인간주차〉
오늘날 집은 단순한 거주지가 아닌, 개인의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는 상징이 되었다. 이 희곡에는 주거 불안 속에서도 인간다움을 잃지 않으려 애쓰는 아버지와 아들이 나온다. 떠밀리듯 도착한 곳에서 이들은 끊임없이 밀려나고 선택을 강요당한다. 인물이 마주하는 갈등이 곧 현대 사회의 초상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 개인으로서의 감각” 그리고 “삶을 견뎌 내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작가의 말’에서)
이정 작가의 〈선애에게〉
가족들이 요구하는 책임을 혼자 짊어진 채, 아픈 엄마를 돌보는 주인공 선애는 위태롭다. 가족들의 입에서 나온 순간의 말들이 평생 동안 선애를 옭아매고, 억압과 헌신의 굴레 속에서 그녀는 자신을 잃어버린다. 이윽고 그녀의 내면에서 들려오는 절박한 목소리를 마주한다. 어느 날, 편의점에서 함께 일했던 해원이 선애 앞에 나타나고 두 사람은 담 너머에 묶여 있는 강아지를 함께 구출하기로 결심한다.
송민아 작가의 〈장례외전〉
도운화의 장례식장. 신부, 목사, 스님 세 할아버지가 각기 다른 장례복을 차려입고 고인을 애도한다. 딸 도소희는 도운화의 유언에 따라 이들 중 친부를 찾기 위한 테스트를 시작한다. 과거 연인과의 숨겨진 기억과 살아 있는 자들의 갈등이 본전이 아닌 외전(外傳)으로 적힌다. 위선과 모순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사람은 없기에 독자는 그들의 여정에 기꺼이 동참한다. “지금 이 순간 그리고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잊지 않기를”(‘작가의 말’에서)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