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7년 4월 대혁명 실패 이후 1928년부터 1931년까지 중국의 문예계에 이른바 ‘애정+혁명 충돌 소설’이 한때 유행한 적이 있었다. 중국 문단에 출현해 한동안 유행하다가 극복되는이 유형의 소설은 주로 낭만적이고 주관적이며 열정적인 좌익 청년 작가들에 의해 쓰였다. 이들은 열정적이긴 하나 다소 유치하며 공식적인 방식으로 ‘애정+혁명’을 주제로 삼아 창작했다. 이 유형의 원조가 바로 1920년대 후반에 혜성같이 나타난 장광츠다.
그의 단편소설집 《압록강에서(鴨綠江上)》(亞東圖書館, 1927)에 실린 소설은 거의 자전적 소설이라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장광츠의 활동과 사상이 작품 곳곳에 투영되어 있다. 이 단편집에는 서문 격인 〈자서시(自序詩)〉 외에 〈압록강에서〉, 〈부서진 마음(碎了的心)〉, 〈형제 야화(弟兄夜話)〉, 〈부치지 않은 편지 한 통(一封未寄的信)〉, 〈쉬저우 여관의 하룻밤(徐州旅館之一夜)〉, 〈감람(橄欖)〉, 〈도망병(逃兵)〉, 〈사랑을 찾아서(尋愛)〉 등 여덟 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이 책에서는 다섯 편을 골라 번역했다.
〈압록강에서〉는 주인공이 일제 강점기의 조선 사람이었기에 일찍이 우리나라에 소개되었다. 이 소설의 등장인물은 모두가 모스크바에 유학 중인 학생들로 모두 모스크바에 유학 중인 학생들로, 중국인 웨이자(維嘉)와 C 군, 페르시아인 술탄 사드, 조선인 이맹한(李孟漢) 등 네 명이다. 이들은 모두 당시 조국이 외세의 침탈을 받았던 피압박 민족들이다. 당시 모스크바에는 동방대학(東方大學)이 있었는데, 수많은 나라 잃은 식민지 조선 청년들이 재학하고 있었기에 장광츠는 조선 청년들과 교류했을 것이고 그때의 체험이 이 소설로 묘사되었다.
〈형제 야화〉도 그의 자전적 가족사 모티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주인공 장샤(江霞)는 모스크바 유학에서 돌아온 뒤 고향에도 들르지 않고 S대학에서 강의하는 한편, 당에서도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공산당원이다. 그리던 조국에 돌아왔지만 상하이란 환경에 대해 언제나 번민에 싸여 ‘지옥’처럼 여겼으며,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어릴 적 부모님이 정해 준 약혼녀 문제로 고심한다.
〈쉬저우 여관의 하룻밤〉의 주인공 천제성(陳傑生)은 대학생이다. 그는 카이펑(開封)에 있는 아내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접하고 상하이에서 쉬저우(徐州)까진 왔으나 군벌들의 혼전으로 카이펑으로 가는 기차가 없었다. 할 수 없이 여관에 투숙하게 되는데 여관에서는 하룻밤 접대부로 역시 산둥(山東)에서 피난 온 여성을 들여보낸다.
〈사랑을 찾아서〉의 주인공은 낭만적 천재 시인으로 명성을 떨친 류이성(劉逸生)이다. 그는 대학생 신분이라 돈이 부족할 뿐, 용모도 남들보다 못하지 않고 명성도 얻었으니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인물이다. 그러나 애인이 없었다. 아무도 그에게 관심과 애정을 표시하지 않았다. 그래서 자신이 먼저 애인을 찾아보려고 먼저 같은 미술대학 여학생에게 접근한다.
〈부서진 마음〉은 5·30운동을 배경에 깔고 있다. 당시 노동운동을 지휘하다가 군경의 총검에 찔린 왕하이핑이 베이징의 적십자병원에 입원하면서부터 이 소설의 실마리가 풀린다. 당시 담당 간호사 우웨쥔(吳月君)은 그의 성실성에 반해 남들과는 달리 극진히 보살피며 말벗도 되어 준다. 그러는 사이에 사랑이 싹트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들 간에는 보이지 않는 하나의 장막이 쳐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