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기념일, 나는 죽었다.
파티에 참석한 의사가 나를 살렸다.
깨어나니, 모르는 기억이 머릿속에 가득 차 있다.
살다 보면 그런 날을 만나게 된다. 내 삶을 이루는 모든 것이 망가지는 것 같은 날. 세상의 그 어떤 것도 나를 돕지 않는 것 같고, 일상이 생각지도 않았던 방향으로 속절없이 끌려 들어가 도저히 힘을 쓸 수 없게 되는 그런 날. 이 소설의 주인공 핼리에게는 독립기념일이 그런 날이다. 직장에서 쫓겨 나고, 룸메이트와 애인을 동시에 잃고, 상황을 달리해보고자 참석한 업계 파티에서 온갖 위험한 것들에 취해 죽게 된다. 의료업계 인사들이 모인 파티인 덕에, 핼리의 심장이 멈춘 것을 보고 한 의사가 그녀에게로 달려든다. 심장충격기로 응급조치를 한 결과 구사일생 살아나지만, 자신의 것이 아닌 기억들이 머릿속을 압도한다.
이 기억은 뭘까? 아름답기도, 잔인하기도, 너무나 낯설기도 하지만 직접 겪은 일인 듯 너무나 생생하기도 하다. 꿈을 꿀 때마다, 잠들 때마다, 낯선 것들을 보고 들을 때마다 떠오르는 또 다른 내면. 하지만 모든 것이 보이지는 않는다. 특정한 부분에서 어김없이 끊긴다. 혹시 이 기억들이 어린 시절 목격한 엄마의 죽음과도 같은 것일까? 모든 것을 의심하는 사이에 결국은 엄마처럼 조현병을 앓게 되는 걸까? 결국은, 엄마와 같은 그 날을 맞이할까? 핼리는 파편으로 흩어져 숨어 버린 한 편의 과거를 되찾기 위해 보스턴으로 떠난다.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도시와 차마 기억할 수 없었던 과거, 그리고 내면에 있는 미스터리한 사건. 진실을 찾기 위해 떠나는 곳으로 핼리와 함께 가보자.
“바다를 향해, 포세이돈을 향해, 별을 향해 크게 소리쳤다.
하지만 이 정처 없이 시끄러운 밤의 한 가운데,
나의 목소리는 속절없이 작았다.”
이 책의 숨은 매력은 흡입력 있는 구성과 박진감 넘치는 전개 사이사이에 보석처럼 자리 잡은 묘사이다. 인공적이고 빠르게 흘러가는 현대와는 다른, 핼리의 기억 속 어린 시절 풍경의 아름다움이 과연 압도적이다. 포세이돈 너머로 포효하는 성난 바다, 절벽 꼭대기에서 보는 수십 척 배의 나부끼는 하얀 돛, 데크에 한가로이 누워 비키니 차림으로 태닝을 하는 사람들, 은빛의 출렁다리, 반짝이는 샹들리에가 있는 아름다운 연회장. 평생을 치열하게 살아온 핼리의 어린 시절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풍요로운 모습이다. 핼리의 머릿속에 불쑥불쑥 나타나는 한 여자. 옷을 벗고, 짐을 싸고, 원치 않은 결혼을 했던 그 사람. 피아노를 연주하고, 사람들의 박수를 받고, 해변을 걷고, 보스턴의 조용한 저택을 돌아보는 그 여자는 누구일까? 갖은 대조 속에서 느껴지는 팽팽한 긴장감이 어느새 독자들을 핼리의 머릿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할 것이다.
세계 46개국, 22개 언어로 번역된
뉴욕타임즈 선정 베스트셀러 작가!
‘브라이언 프리먼’의 장르 믹스 심리 스릴러
브라이언 프리먼은 20여 년간 꾸준히 작품활동을 하며 수십 편의 이야기를 만들어 낼 정도로 왕성한 활동성을 가진 작가다. 이 책과 함께 국내에 소개되는 『인피니트』에서 보이듯, 작가만의 복잡한 플롯 구성과 풍성한 배경 설정이 그만의 개성과 매력을 독보적으로 드러나게 한다. 이러한 장점은 『너를 기억해』와 같은 심리 스릴러에서도 빛을 발한다. 이 책에서는 과학 기술을 활용해 인간의 기억을 백업하고 다시 다운로드해 인간의 기억을 영원히 연명하고자 하는 과학자들을 소개하는데, 기술의 개발 과정에서 벌어지는 윤리적이고 도덕적인 허점과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감정선을 과감하게 연결해 독자들로 하여금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을 느끼게 한다.
우리는 이 책을 읽으면서 두 가지를 동시에 생각할 수 있다. 인간의 기억이 얼마나 한정적이고 유한한가, 동시에 인간의 염원은 얼마나 처절하고 끝이 없는가. 사랑하는 마음과 사랑받고자 하는 마음이 커질수록, 견디기 힘든 현실은 무의식의 저편으로 묻혀버린다. 이것은 역설적으로 아주 사랑하는 것들을 결국 미워해 버리는 마음과도 연결된다. 고통을 피하고자 하는 마음은, 자신을 숨긴 채 살아가려는 태도와도 맥락을 같이한다. 핼리는 나 아닌 다른 것으로 사는 것이 힘들다고 말하기도 하고, 스카이의 그늘 아래 숨어 살고 싶다고 말하기도 한다. 모순적인 핼리의 말에서 우리가 찾을 수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핼리의 내면에 찾아온 스카이는 그 양면성을 모두 온전히 흡수한 채 죽어버린 인물이다. 독자들은 핼리의 눈을 통해 그녀의 행보를 뒤따라 가며, 벌거벗겨진 느낌을 같이 느끼게 될 것이다. 죄책감과 수치 사이에서 자신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주어진 정황 속에서 이미 찍혀버린 낙인을 어떻게 벗겨낼 것인지, 진실을 가려내며 가면을 벗길 때 우리가 느낄 수 있는 진정한 자유가 무엇인지 깨달을 것이다. 그럴 때 스카이가 남기려고 했던 기억이 무엇인지 비로소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너를 기억해』는 그 과정을 오롯이 통과해 낸 스카이와 독자들을 향한, 그리고 자기 자신을 향한 핼리의 고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