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에 관여하는 자는 가르치거나 혹은 배우는 입장을 막론하고 좌표를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테면 개별 용어나 단어 등에 관한 어원과 정의가 그것이다. 인공지능 시대에 우리 학문이 처한 심각한 문제 가운데 하나는 어원과 정의의 취약 내지는 부재를 들 수 있다. 국립국어원에서 편찬, 제공하는 사전에는 우리말샘, 표준국어대사전, 한국어기초사전, 한국수어 사전, 한국어ᐨ외국어 학습 사전 등이 있다. 하지만 이들이 기존 어휘의 변화나 신규 용어의 등장을 미처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하루가 멀다고 등장하는 신조어, 신생어는 학문의 확산은커녕 공유조차도 힘들게 한다. 세대 간 분절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01_“정의를 위한 정의” 중에서
영화 〈허(Her)〉에서 인공지능 운영 체제인 사만다가 대화한 사용자의 숫자는 8316명, 그중 641명과는 로맨틱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고백한다. 애정을 느낀 600여 명은 상식적으로는 사만다가 자기 이외에도 많은 사용자와 비슷한 감정을 느끼리라는 것을 쉽게 추정할 수 있다. 이 경우 접속자들은 질투를 느끼고 자신과의 배타적 관계를 요구할 수 있지만 그것이 불가능하거나 의미 없음을 알 수 있다. 이때 자신을 제어할 수 있는 힘은 서양의 객관적, 외향적, 진리 중심의 학문에 기초한 정서일까 혹은 전체적이고 관계론적 사유에 익숙한 동양적 사유 체계일까? 이 문제는 뒤에서 논할 인공지능 시대의 윤리, 도덕 이슈와 무관하지 않다. 마음이 어디에 있을까를 물으면 서양은 주로 뇌를 동양은 심장을 가리킨다. 여기서 인공지능 시대에 우리 학문의 토양을 돌아볼 혹은 들춰낼 수요가 발생한다.
-03_“우리 학문의 토양” 중에서
적지 않은 학생들이 언어적 문제로 고민한다. 이는 영어가 지배적인 국제 사회에서 비단 학생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학생들이 묻는다. “교수님, 인공지능의 외국어 번역 능력이 탁월한데 이제 더 이상 영어나 기타 외국어를 공부하는 데 시간을 허비하지 않아도 되는 거 아닙니까?” 그때마다 내 대답도 같다 “자네, 직장에서 상사가 외국어를 번역해 오라고 시키면 인공지능 번역기에 돌려서 그대로 갖다 줄 텐가?” 사회생활의 경험이 없는 만큼 내 경험을 보태서 설명을 이어간다. 당시는 인공지능이 부재하던 시절이라, 사전을 뒤져 가며 열심히 번역해도 이것이 맞는 해석인지 확신이 설 때까지 선배나 동료에게 묻는 등 다양한 시도를 곁들인 후에야 보고서를 제출한다. “해서 상사가 틀렸다고 하면 자네 잘못이 아니라 인공지능의 핑계를 댈 건가?”
-06_“AI의 등장” 중에서
때문에, 인공지능의 등장은 영성 자본주의를 앞당기는 데 순기능으로 활용할 수 있겠다는 기대를 하게 한다. 인공지능은 평가 시스템에 의한 투명성 증대로 윤리적 의사 결정을 지원할 것이며, AI 기반의 개인 맞춤형 윤리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직원과 경영진이 영적 자본주의의 원칙을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기업 활동이 지역 사회와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방법을 모색하거나, 지역 사회의 필요를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업의 사회적 공헌 활동을 계획하고 실행할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09_“영적 자본의 시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