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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모락모락


  • ISBN-13
    979-11-6210-236-7 (74800)
  • 출판사 / 임프린트
    바람의아이들 / 바람의아이들
  • 정가
    14,0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4-10-25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박혜원
  • 번역
    -
  • 메인주제어
    어린이, 청소년 소설: 일반
  • 추가주제어
    -
  • 키워드
    #어린이, 청소년 소설: 일반
  • 도서유형
    종이책, 무선제본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유아/어린이
  • 도서상세정보
    148 * 210 mm, 92 Page

책소개

옛날옛날 무시무시한 귀신을 물리친 꼬마가 있었지,

이야기를 들을 사람 모두모두 모여라!

 

모든 아이들은 이야기를 좋아한다. 사실은 모든 인류가 '호모 픽투스'라고 불릴 만큼 이야기를 좋아하지만 그중에서도 아이들의 이야기 사랑은 특별한 데가 있다. 오죽하면 어느 집에 살던 쥐들이 장마철에 이사를 간다며 한 마리가 퐁당, 두 마리가 퐁당, 세 마리가 퐁당…… 하는 식으로 끝도 없이 이어지는 옛이야기들이 있을까. 이건 다 만족할 줄 모르는 아이들을 달래기 위해 고안해낸 어른들의 꼼수일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런 이야기라도 눈을 반짝이며 열심히 귀 기울인다. 이야기에 관한 한 아이들은 밑 빠진 항아리와 같고, 덕분에 바쁘고 피곤한 엄마 아빠 대신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은 대개 할머니할아버지들이다. 이야기만큼 격세유전이 잘 이루어지는 분야도 또 없을 것이다. 그런데 아이들은 어째서 그렇게 이야기를 좋아하는 걸까?

박혜원의 동화 『이야기가 모락모락』은 바로 이야기와 이야기하기, 이야기를 통한 관계 맺기에 대해 들려주는 작품이다. 주인공 고요는 자타공인 이야기 대장이다. 틈만 나면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고요 곁에 아이들이 모여드는 건 당연지사. 고요는 할머니에게 들은 이야기를 소중히 기억했다가 아이들에게 들려주며 남다른 기쁨을 느낀다. 고요가 목소리를 줄였다 높였다 팔을 펼쳤다 접었다 할 때마다 아이들은 숨을 죽인다. 이야기 끝에는 모든 아이들이 자기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또 다른 이야기 마당이 펼쳐지는데 그 자체로 즐거운 놀이가 되기도 한다. 물론 한참 이야기하고 있을 때 “거짓말! 귀신이 어디 있어?” 하고 초를 치는 은채 같은 아이도 있다. 우리 할머니가 어렸을 때 귀신을 만났다가 구사일생으로 살아났다는 이야기가 거짓말이라고? 고요는 화가 나지만 딱히 대꾸할 말이 생각나지는 않는다. 안타깝게도 할머니는 얼마 전 돌아가셨고 이야기를 그냥 믿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으니까.

진짜 이야기와 가짜 이야기가 따로 있을까? 그렇다면 어떤 이야기가 진짜 이야기일까? 이야기처럼 이야기에 대한 질문도 끝이 없다. 게다가 고요는 같은 반 주안이의 부탁을 받아 동생 루아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다가 난처한 상황에 빠진다. 얼마 전 키우던 고양이가 죽어서 슬퍼하던 루아에게 고요의 고양이 이야기는 큰 위로가 된다. 고요도 이야기를 들려주며 보람과 즐거움을 느낀다. 하지만 매일매일 만나서 이야기를 하고 또 하니 이야기가 바닥날 수밖에. 할머니에게 들은 이야기가 다 떨어졌는데 어떡하지? 어쩔 수 없이 조금씩 조금씩 지어내지만 이것도 진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까? 한계에 다다른 고요는 다행히 여름방학을 맞아 잠깐 시간을 벌게 된다.  

 

이야기와 이야기하기, 이야기를 통한 관계 맺기

이야기에 담긴 따뜻한 온기와 단단한 위로

 

이야기는 분명히 재미있는 오락거리지만 재미가 전부는 아니다. 이야기를 함께 나누며 마음을 전하고 서로를 이해하고 감정이입을 하는 과정에서 특별한 정서적 유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고요의 이야기를 듣고 난 아이들은 각자의 감정과 근황을 털어놓고 거기에 반응하면서 서로에게 친근하게 다가간다. 고요는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는 아이들 사이에서 모락모락 빵 굽는 냄새가 나는 것 같다고 느낀다. 동생의 슬픔을 달래주고 싶어 하는 주안이와 최선을 다해 루아를 웃게 해주려고 노력하는 고요는 루아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통해 도리어 위안을 받기도 한다. 이처럼 모든 이야기에는 따뜻한 온기가 담겨 있다. 이야기는 들려주고 듣는 것이며, 언제나 사람들을 한데 모아주니 말이다.

고요와 엄마는 여름방학 한 달간 돌아가신 할머니의 시골집에 머무르며 다시 한번 이야기가 얼마나 소중한지 경험한다. 그곳에서 고요는 말하는 고양이 구름이를 만나 할머니 이야기가 진짜라는 것을 확인하는가 하면 자기만의 이야기를 수집한다. 고양이가 말을 하다니 말도 안 된다고? 하지만 이야기에서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야기 속에서는 세상을 떠난 할머니가 여전히 살아 있을 수 있고, 병에 걸려 죽은 고양이가 영웅이 되는 것도 다 가능하니까. 처음에 고요는 할머니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사실이라고 믿고 진짜 이야기만이 가치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제 아니다. 이야기는 얼마든지 지어낼 수 있는 것이고 지어낸 이야기도 '진짜'일 수 있는 것이다. 할머니를 떠나보낸 뒤 깊은 우울에 빠져 있던 엄마가 마침내 슬픔을 극복하는 것도 자꾸만 찾아와서 귀찮게 구는 옆집 할머니와 고요의 이야기를 들으러 모여든 이웃들 덕분이다. 이처럼 이야기는 사람과 사람을 잇고 가깝게 만들고 서로서로 위로와 응원을 건네게 한다. 진짜와 가짜를 가리는 대신 이야기를 나누는 일 자체를 즐기고 이야기에 담긴 메시지와 진심에 호응한다면 모든 이야기는 진짜가 된다. 

『이야기가 모락모락』은 주인공 고요를 교실 안 이야기꾼으로 내세워 '이야기 짓는 어린이'가 얼마나 근사한지 잘 보여준다. 할머니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고 자란 고요가 이야기를 통해 사람들을 불러모으고, 슬픔에 빠진 사람들을 위로하고, 들고양이 구름이의 안락한 삶까지 마련해주는 걸 보라. 고요는 조그맣고 연약한 어린이지만 누구도 하지 못한 일들을 해낸다. 여기에 바로 이야기의 의미와 가치가 담겨 있는 것이다. 세상 모든 이야기의 주인공은 힘이 없고 약하다. 어쩌면 그래서 어린이들이 이야기를 좋아하는 것이 아닐까? 이야기를 좋아하는 모든 어린이들에게 권할 만한 책이다.

목차

입안이 간질간질 7
거짓말쟁이가 아니야 16

줄무늬 고양이가 된 토끼 26

할머니 집에서 여름방학을 39

영웅 고양이는 무슨! 49

자신감이 퐁퐁 64

진짜 이야기가 모락모락 79

작가의 말 90

본문인용

p.15

“거짓말! 귀신이 어디 있어? 우리 엄마가 귀신은 없다고 그랬어!”

은채가 아이들의 이야기를 싹둑 끊어 버렸어. 은은하게 퍼지던 고소한 냄새도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지. 

“아니야! 진짜거든. 우리 할머니가 진짜로 귀신을 봤다고 했단 말이야!”

고요가 펄ᄍᅠᆨ 뛰었어.

“그럼 할머니가 거짓말했나 보지.”

은채는 어깨를 한 번 으쓱하고 자기 자리로 갔어.

“우리 할머닌 거짓말쟁이 아니라고!”

 

p. 32

고요는 다음 이야기가 떠오르지 않았어. 이야기를 지어낸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야. 게다가 루아가 초롱초롱한 눈으로 고요를 보고 있었거든. '뒷이야기 어서 내놓으라고!' 하는 표정으로 말이야. 

고요는 루아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어. 그래서 눈을 꼭 감고 뒷이야기를 생각해 봤지. 다친 고양이는 그다음에 어떻게 했을까? 특히 날쌔고 하늘까지 나는 고양이라면 말이야. 토끼는 아마도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을 거야.

 

p. 55

“고마워, 고양아.”

고요가 고양이에게 인사했어. 늘 그렇듯 혼잣말로 하는 인사였지. 

“난 약속을 지켰을 뿐이야.”

“어, 고양이가 말을 하네?”

고요는 눈을 비비고 다시 고양이를 봤어. 고양이는 머리를 끄덕였지. 고요는 눈을 더 세게 비벼 봤어.

“아하암, 눈 좀 그만 비비지 그래.”

고양이가 지루하다는 듯 하품하며 말했어. 

 

p. 68

엄마는 동네 사람들이 가져오는 음식을 씻고 찌고 잘라 그릇에 담아 내왔어. 사람들이 돌아간 후에는 집 안을 치우느라 바빴지. 마루에 멍하니 앉아 문밖만 바라보고 있을 시간도, 할머니 방에 들어가 종일 잠만 자고 있을 시간도 없었지. 한 명이 가면 또 한 명이 오고, 또 한 명이 가면 또 또 한 명이 오고. 고요 이야기를 들으러 오는 사람들 때문에 늘 바빴으니까. 

 

P. 72

“엄마, 있잖아, 할머니는 이야기 속에 살아 있대.”

“응? 무슨 얘기야?”

“할머니가 겨울방학에 그랬어. 할머니는 이야기 속에 언제나 있을 거라고. 보고 싶으면 할머니가 해 준 이야기 생각하면 된대. 그러니까 너무 많이 울지 말라고. 그래서 난 하나도 안 울었어. 진짜야.”

엄마 눈에 금세 눈물이 차올랐어. 금방이라도 똑 떨어질 것 같았지.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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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저자 : 박혜원
이야기를 상상하고, 모으고, 지을 때 가장 행복합니다. 꾸준히 이야기를 지으며 살아가는 게 꿈입니다. 201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동화로 등단했으며 지은 책으로는 『거품 가족』이 있습니다.
그림작가(삽화) : 방현일
작은 정원을 가꾸며 그림을 그립니다. 모든 관찰은 사랑이라는 생각으로 풀과 나무, 고양이와 새 등 주변을 부지런히 관찰하고 기록합니다. 최근에 『처음 만나는 이별』 『으라차차 길고양이 나가신다』 『담벼락의 고양이 이웃』 『내가 사랑한 동물들』 『읽고 쓰고 내가 됩니다』 『마음이 들리는 마법 이어폰』 『걱정 방, 팔로우했습니다』 『소안도』 등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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