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의 진화에서 시력교정술의 발달까지
우리 눈을 둘러싼 34가지 과학적 사실들
우리 몸의 감각기관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눈을 택할 것이다. 외부 자극과 노화에 취약한 눈은 한 번 잃으면 되돌릴 수 없으며 대체할 수도 없다. 이토록 소중한 눈에 대해서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또한 우리가 알고 있는 눈에 대한 정보는 정확한 걸까?
현재 강남스마일안과에 재직 중인 저자 이창목은 사람들이 미처 알지 못했던 우리 눈에 대한 정보와 점차 밝혀지고 있는 과학적 사실들을 전하기 위해 책을 썼다. 진료를 보던 어느 날 저자는 흰색/금색, 파란색/검은색 줄무늬로 사람들의 의견이 엇갈렸던 ‘드레스 색깔 논란’ 사진에 대해 묻는 환자의 질문에 정확히 대답할 수 없었다. 안과의사인 자신도 몰랐던 눈에 대한 수많은 궁금증에 답하기 위해 저자는 의학은 물론 진화생물학, 광학 등 다양한 분야를 탐구했고 그 결과 눈에 대한 총체적 지식이 담긴 책 『내 눈이 우주입니다』가 탄생했다.
책에서는 안과의사의 눈에 대한 지적 모험이 총 34가지의 과학적 사실을 통해 펼쳐진다. 임상의로서 밝히는 근시, 백내장, 눈꺼풀 질환 등의 원인과 각종 시력교정술에 대한 정보는 눈 건강을 걱정하는 이들에게 유용하다. 동물의 시력, 눈의 진화에 대한 이야기는 더없이 흥미진진하다. 또한 한 파트를 할애한 눈과 카메라의 비교는 현대 광학 기술의 발전을 가늠할 수 있게 하며 동시에 우리 눈의 놀라운 신비에 접근하게 해준다. 저자의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단지 신체의 일부분인 우리의 눈이 마치 우주와 같은 또 하나의 세계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이 책에 대해 과학 커뮤니케이터 궤도는 “우주를 보는 내 눈의 이야기 또한 우주만큼 방대하니 어찌 흥미롭지 않을 수 있을까?”라며 감탄하는 한편 “우리 눈에 대한 모든 궁금증과 미래 기술과 같은 흥미로운 주제들을 유쾌하게 풀어놓는다”라며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책은 총 7개의 파트로 우리 눈의 신비를 밝힌다. 1부 ‘색으로 풀어보는 눈 이야기’에서는 인간이 인지하는 색각과 각종 색약에 대해 설명하며 2부 ‘눈 vs 카메라 전격 비교!’에서는 눈과 카메라를 비교‧분석해 우리 눈의 놀라운 성능과 신비를 확인한다. 3부 ‘안과의사가 알려주는 신비한 잡학 지식’에서는 시력의 측정 단위, 안약의 종류, 동물의 시력 등을 알아본다. 4부 ‘눈의 한계와 진화’는 단세포 생물에게서 처음 나타난 눈, 안점에서 시작해 인간의 눈에 이르기까지의 생물학적 눈의 진화와 그 한계에 대해 자세히 다루고 있다. 5부 ‘안과 치료의 역사와 미래’에서는 시력교정술의 발달과 그 과정을 추적하며, 6부 ‘흔하지만 소외받는 눈꺼풀 질환’에서는 자주 발생하는 눈꺼풀 질환과 치료 및 예방법을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끝으로 7부 ‘진료실에서 못다 한 이야기’에서는 안과의사로서의 경험을 통해 현재 우리나라 안과 진료와 의료 현실에 대한 의견을 펼치고 있다.
근시의 원인은 전자 기기가 아니다?
근시 진행을 억제하는 것은 ‘보라색 빛’이다!
전 세계적으로 근시 발병률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중 동아시아 국가에서 특히 높은 발병률이 확인된다. 2013년 한 안과 잡지에 실린 ‘근시 디스토피아’라는 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청소년 근시 유병률은 97퍼센트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동아시아 국가와 미국이 각각 60~80퍼센트, 50퍼센트를 보여준 것에 비하면 압도적인 수치다.
근시는 왜 발생하는 걸까? 흔히 우리는 아이들에게 책을 너무 가까이서 보지 말라거나, 전자 기기를 오래 사용하지 말라는 말을 한다. 하지만 저자는 학계가 “아직까지도 근시의 정확한 원인을 모른다”라고 말한다. 특히 책이나 전자 기기를 가까이서 보는 습관과 근시의 상관관계에는 어떤 의학적 근거도 없다. 뜻밖에도 근시 발병의 유력한 원인은 ‘보랏빛’과 관련이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2018년 진행한 게이오기주쿠대학 의학부 연구에서 보라색 빛에의 노출이 근시 진행을 유미의하게 억제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해당 연구는 우리나라의 높은 근시 발병률이 ‘야외 활동의 부족’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실내에서는 보랏빛에 노출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렇듯 눈 건강과 관련해서 여전히 많은 오해가 있다. 저자는 근시뿐만 아니라 우리가 눈 건강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다양한 사실을 함께 짚어주고 있다. 노화가 진행되면서 자연히 두꺼워지는 수정체 때문에 발생하는 노안을 섬모체근 기능 저하로 설명하며 눈 운동을 해야 한다거나, 블루라이트가 무조건적으로 눈에 유해하다는 선전은 모두 근거가 충분하지 않은 주장이다. 우리 사회에 널리 퍼진 몇몇 상식은 관련 제품을 판매하기 위한 공포 마케팅에 불과할 수 있다. 건강에 있어서 과학적 접근이 중요한 이유다.
카메라 vs 눈 성능 비교를 통해 본
경이로운 눈의 신비
우리 눈은 각막과 수정체 등에서 빛을 굴절시키고 안구의 뒤쪽 끝부분인 망막‧시세포에 초점을 모아 시각 정보를 받아들인다. 홍채는 각막과 수정체 사이에서 동공 크기를 변경해 들어오는 빛의 양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고, 시세포는 도달한 빛을 전기 신호로 변환해 뇌로 전달한다. 눈은 다양한 조직과 기관이 수행하는 복잡한 협력 네트워크인 셈이다. 이러한 눈의 구조와 기능을 쫓아 발전한 것이 바로 카메라다. 카메라의 렌즈는 수정체의 역할을 대신하며, 카메라 본체의 센서(Charged Coupled Device, CCD)는 시세포의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광학 기술의 발전은 어디까지 와 있을까? 카메라는 이제 눈의 기능을 뛰어넘었을까? 저자는 카메라의 구조 하나하나의 최신 성능을 분석해 우리 눈의 기능과 대조해 본다. 즉 카메라의 화소, 화각, 프레임률, 감도, 자동 초점 기능 등을 우리 눈과 비교‧분석한 것이다. 지난 수십 년간의 광학 발전은 시세포에 해당하는 화소의 양을 극단적으로 늘리는 데 성공해 고사양의 카메라는 이미 우리 눈을 뛰어넘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눈에 견줄 수 없는 영역도 존재한다. 빛에 대한 민감성을 나타내는 ISO 감도는 여전히 인체가 월등하다. 저자는 사람 눈의 ISO를 계산하여 800000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한다. 또한 인간 눈의 시세포가 빛의 광자 한 개를 인지할 수 있다는 연구를 소개하며 인간의 눈이 상상을 뛰어넘는 광학적 성능을 갖고 있을지 모른다는 사실도 알려준다. 우리 눈에는 아직 과학이 밝혀내지 못한 놀라운 신비가 담겨있는 것이다.
이토록 완전한 눈, 이토록 불완전한 눈
눈의 구조에 담긴 생명의 다양성
우리 눈의 기능은 놀라울 정도로 뛰어나지만 취약점도 존재한다. 바로 맹점이다. 망막에 자리한 시세포는 신경섬유에 연결되어 빛의 전기 신호를 중추신경계로 전달한다. 그런데 신경섬유의 다발, 즉 시신경이 이상하게도 망막 안쪽에서 모여 안구 뒤쪽 작은 구멍을 통해 빠져나간다. 필름 위에 배선이 올라와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종종 진화의 실수로 언급되는 맹점은 창조론자와 진화론자의 첨예한 전장이 되곤 했다. 완벽할 것처럼 보였던 우리 눈에 치명적인 설계 결함이 있었던 것이다.
한편으로 저자는 한없이 부족해 보이는 다른 생명체의 눈도 소개한다. 개와 고양이는 심한 근시로 0.1~0.6의 소수시력을 갖고 있다. 밀림의 왕이라 불리는 사자의 시력도 0.4에 불과하다. 하지만 개는 발달한 후각과 청각으로 멀리 떨어진 대상의 냄새와 높은 주파수의 소리를 구별할 수 있다. 고양이와 사자는 뛰어난 야간 시력을 가져 어둠 속 사냥에 용이하다. 또한 낱눈이 모인 겹눈을 가진 곤충 대부분의 시력은 0.035 미만으로 인간에 비하면 보잘 것 없는 수준이다. 대신 이들의 눈은 동체시력이 우수하다고 알려져 있다. “물체의 자세한 형태를 알아볼 수는 없지만 빠른 움직임을 파악하는 데는 매우 효율적인 것이다.” 저자는 지구상 수많은 생명체의 시력을 확인해 보며 “진화는 ‘진보’가 아니다”라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각각 다양한 기능의 눈으로 생존한 생명체는 서로 다른 눈으로 세상을 보고 있으며 저마다의 우주를 담고 있는 것이다.
책에는 저자의 전문 분야인 시력교정술에 대한 정보도 빠짐없이 담겨있다. 라식, 라섹, 스마일 수술은 어떤 원리이며 어떻게 발전했는지 친절하게 알려주고 있으며, 그 토대인 레이저 기술도 상세히 설명한다. 특히 노안과 백내장을 치료하는 인공수정체와 관련한 내용은 현대 의학 기술의 도달점과 한계를 선명히 알려줘 치료를 앞둔 이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과학적 태도로 만들어 낸
눈이라는 우주
우리 눈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고 있는 『내 눈이 우주입니다』가 더욱 특별한 이유는 책 전반에 흐르는 과학적 태도 때문이다. 안과의사인 저자는 임상 경험을 살려 건강 상식을 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눈을 둘러싼 다양한 지식과 정보에 끈질기게 접근했다. 그래서 눈에 얽힌 이야기를 다루는 책에서 전자기파를 발견한 광학의 역사, 생명체의 진화, 레이저 발명과 의학 기술의 발전을 모두 만날 수 있는 것이다.
과학은 자신의 분야에 갇히지 않고 지식과 세계를 보다 넓게 확장하게 하는 힘이다. 책은 과학적 태도를 통해 자신의 우주를 통해 새로운 우주를 만나고 또 만들어 나가는 방법 또한 알려주고 있다. 눈에 대한 궁금증을 한 번이라도 가져보았다면, 자신만의 지식으로 우주를 밝히고 싶다면 『내 눈이 우주입니다』는 한 가지 훌륭한 답을 제시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