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대화를 원한다면, 최고의 이야기꾼으로 오스카 와일드를 선택하겠다.”
− 조지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
미적 진실을 추구한 오스카 와일드의
사랑과 거짓말이 뒤엉킨 폭소만발 코미디
두 남자는 사랑하는 여인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어니스트(Ernest)’라는 이름이 필요하다. 그들은 각자 만든 ‘또 다른 나’인 어니스트가 되어 연인을 만나러 간다. 두 여인에게는 오직 사랑하는 남자의 ‘이름’이 어니스트라는 점이 중요하다. 그들이 이름 뜻대로 정말 진정성 있고, 진솔하고, 진지한지 여부에는 크게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 네 명의 인물 사이에 로맨스가 형성되어 가던 중, 그들이 한자리에 모이자 모든 것이 절정에 달하며 ‘잭’을 둘러싼 충격적인 비밀이 폭로된다.
“번버리주의자? 도대체 번버리주의자라는 게 무슨 뜻이야?”
섬세한 유머와 날카로운 풍자를 담은
와일드의 문장
연인 간의 로맨스, 출생의 비밀 등 통속적인 주제를 다루면서도 와일드의 문장은 재치로 빛나고 섬세하며 절대로 천박하지 않다. 유머로 무장한 채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의 도덕적 엄숙주의를 비판하며 결혼, 돈, 교육에 관한 자본주의적 가치관을 예리하고 날카롭게 겨냥한다. 동시에 당시 사회를 풍자하면서도 그 대상인 ‘브랙넬 여사’ 같은 세속적인 인물조차 매우 따뜻하게 묘사한다. 두 주인공 ‘앨저넌’과 ‘잭’이 사랑하는 여성을 만나기 위해 하는 ‘번버리’는 이중적인 모습을 드러내지만 그 모습이 음침하거나 악의적이지 않다. 오히려 그 때문에 스토리가 복잡해지고 희극성은 더더욱 도드라진다.
“소설가 포스터(E. M. Foster)는 이 작품이 진정한 가치가 전도되고, 합리성과 비합리성이 뒤섞이는 세상을 보여 준다고 평가하면서 작품의 풍자적인 면을 강조했다. 한편 소설가 웰스(H. G. Wells)는 작품이 대사와 반전 같은 극적 장치를 희극적으로 사용해 커다란 웃음을 준다고 평해 작품의 희극적 요소를 부각시켰다.” _195쪽
극의 주제이자 소재인 ‘번버리즘’는 또 다른 ‘나’인 가상 인물을 만들어 장소나 만나는 사람에 따라 아예 다른 존재로 살아가는 행위를 말한다. 다시 말해, 나를 형성하는 기준들을 다른 곳으로 옮겨 가며 사회적 의무를 벗어나 새로운 세계와 관계를 겪는 것. 〈어니스트? 어니스트!〉가 현대에 부단히 다시 읽히며 와일드의 작품 중 가장 중요한 작품으로 평가받는 이유로, 와일드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전혀 낡지 않았다는 점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별다른 도덕적 메시지나 심오한 주제를 던지지 않더라도 어느새 작가가 펼치는 스토리에 자신도 모르게 빨려 들어가고 있음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진지함의 중요성〉. 〈어니스트 되기의 중요성〉 등의 제목으로 잘 알려진 이 희곡에서 ‘중요한’ 가치들은 인물과 대사를 통해 조롱당하고, 끝내 “무엇이 정말 중요했나?”라는 의구심을 품게 만든다. 심각한 사람들은 와일드가 만든 세계에 머물며 더욱 심각해지거나, 심각할 만한 것을 찾아 떠나거나, 어떤 것에 몰두하는 듯 보이다가도 금세 유치해지는 미덕을 발견할지 모른다.
이 작품에서 형용사이자 고유 명사인 ‘어니스트’가 품은 다층적 암시를 반영하고, 작품을 되돌아보게 하도록 제목을 새로 번역했다. 출간 전, 희곡에 등장하는 다과와 차를 즐기며 감상을 나눴던 독자 대담을 편집하고 재구성해 별면을 구성했다. 큐알 코드로 연결된 웹 지면에서 흥미로운 다섯 독자의 작품 이야기와 오스카 와일드 생애에 관한 자료 및 편집 과정의 뒷이야기를 만나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