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에 현금이 쌓여갔다. 돈이 불어나는 즐거움에 취해 갈수록 강화되는 정부 규제와 금리 인상을 이야기하는 글로벌 뉴스를 눈여겨보지 못했다. 설사 정부가 규제를 강화하고 금리가 인상되더라도 주택 공급 부족과 극에 달한 매수 심리에 의한 집값 상승을 꺾기는 힘들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 번에 0.25%씩 올리던 금리를 0.5%, 즉 ‘빅스텝’으로 인상한다는 말이 나돌자 모두 움찔했다. 금융통화위원회는 2022년 4월(1.25%→1.5%), 5월(1.5%→1.75%), 7월(1.75%→2.25%), 8월 (2.25%→2.50%), 10월(2.50→3.00%)까지 연속해서 금리를 올렸다. 급격히 오르는 금리에 투자자들은 우왕좌왕 갈피를 못 잡았다. 제때 전세 세입자를 맞추기가 힘들어졌고, 부동산 거래는 뚝 끊겼다. 그사이 법인을 4개로 늘려 매수와 매도를 반복하면서 내가 보유한 주택 수는 어느새 70여 채로 늘어난 상태였다. 매도해서 정리하고자 했지만, 이미 시기를 놓쳐 사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pp.9-10
계약금을 넣고 임차인들을 내보낼 때 필요한 돈을 중도금 조건으로 내가 부담하는 내용의 계약을 진행했다. 건물을 계약한 후 그곳에 살던 임차인들이 수시로 나가겠다고 통보해 왔다. 미처 준비해놓지 못한 보증금을 마련하느라 진땀을 흘려야 했다. 대출이 점점 힘들어졌고 대출 진행 속도도 느려졌다. 금리까지 올라서 대출을 받아도 이자가 만만치 않았다. 이 투자는 나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빠르게 결단을 내리고 건축 진행을 멈췄다. 새로운 매수인을 찾아서 계약 조건을 넘겨주었다. 건물주의 꿈은 잠시 미루기로 했다. 이 거대한 실행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었다. 몇억 원의 아파트를 사고팔았던 돈 그릇이 몇십억 원의 건물을 감당하기는 힘들었다. 돈 그릇과 마음의 크기가 아직 덜 키워졌음을 깨달았다. p.46
2022년에 울산 중심지에 있는 구축 소형 아파트를 3억 5,000만 원에 매수했다. 전세를 안고 매수할 때 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이는 3,000만 원이었다. 하지만 임차인의 전세 만기가 돌아왔을 때 전세 시세는 7,000만 원이 내려간 2억 5,000만 원이었다. 2024년 10월이면 만기가 돌아온다. 지금 전세가는 그전과 비슷하지만, 그사이 집값이 내려 3억 원에라도 팔리면 다행이었다. 임차인이 이사한다는 말에 바로 매도를 결정했다. 울산은 2024년부터 2028년까지 입주 물량이 계속 줄고 있다. 입주 물량 부족 구간에 접어들었다. 그런데도 매매가나 전세가의 복구 속도가 더딘 편이다. 본전 생각이 굴뚝같다. 추가로 자금을 투입해 등기를 유지하면서 집값이 회복될 때까지 기다려야 할까? 3억 원에 매도하면 5,000만 원이 휴지 조각이 되어 사라진다. 가격이 내려도 아파트 실체는 그대로 있지만, 다만 그 가치가 제대로 남아 있지 않다는 게 진실이다. p.78
집을 팔고 또 팔아도 계속해서 쪼들리는 생활을 이어가는 나를 보고 사람들이 묻곤 한다. 그만큼 팔았으면 이제 역전세 고통에서 빠져나오지 않았느냐고 말이다. 그런데 아직도 30여 채가 남았다. 집이 30여 채면 시간의 제약과 돈의 부담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줄 알았다. 하지만 여전히 난 나이 50에 여러 가지 일을 하면서 시간에 쫓기고, 현금 압박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현금을 만들기 위해 가지고 있는 부동산 자산을 계속해서 줄이고 있다. 금도 팔았다. 주식도 팔았다. 그런 와중에 임차 만기가 또 돌아왔다. 30채의 고통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30여 채의 집이 70여 채까지 늘어나는 데에는 ‘부동산 불장’이 있었다. 매수를 안 하면 손해를 보는 것만 같았다. 내가 안 사면 다른 누군가가 샀고,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고 보면 가격이 올라 있었다. p.99
갈아타기만 잘해도 자산을 수월하게 불릴 수 있다. 비과세를 활용한 갈아타기는 안전하면서도 가장 보수적으로 자산을 늘리는 확실한 방법이다. 자산가를 꿈꾼다면 실거주 집 외에 또 다른 집 1채를 더 활용하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 실거주 집을 매수하든 실거주 집을 갈아타든 하락장에서의 첫 번째는 내 집 마련이다. 경제적 자유를 얻어보겠다고 내 집 없이 투자부터 하면서 주택 수를 늘리다 보면 허무한 욕심에 그칠 확률이 높다. 하락장에서 내 집을 마련하는 것은 자산을 늘리는 좋은 방법이다. p.139
입지와 상품 선택이 끝났다면 언제 사고팔아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한다. 매수 시점은 반등의 신호를 보고 들어가도 늦지 않지만, 전고점에서 30% 정도 내려온 지점이라면 좋은 가격에 매수할 수 있는 시점이다. 그 시점에서는 대개 반등을 준비하는 심리들이 보인다. 전세가부터 상승한다. 임차인 보호를 위해 만든 계약갱신청구권은 4년의 임대 기간을 확보해준다. 이 4년은 임대인에게는 집값이 오르는 걸 확인하는 시간이다. 적어도 4년은 기다려야, 천천히 반응하는 중하급지의 부동산도 상승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매도는 각자의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상승장에서 꼭대기를 보지 마라. 잃지 않는 투자가 중요하다. 팔 수 있는 시기에 내가 목표한 수익이 보이면, 그 이후의 수익은 다음 사람의 몫이라고 생각해라. 욕심내면 끝이 없다. 평생 가져가야 할 자산이 아니라면 적당한 수익을 취하고 다음 물건으로 갈아타라. p.160
골이 깊은 하락장을 지나면 진짜 부자가 걸러진다. 상승과 하락이 반복되는 투자 시장은 파도의 연속이다. 그 파도를 얼마큼 잘 견디느냐가 투자의 결과를 다르게 만든다. 하락장을 버티는 동안 여러 뉴스와 데이터를 보면서 반등 시기를 가늠해본다. 예측할 수 있다면 쫓기지 않는다. 여유를 만든다. 위기를 어떻게 견딜지에 대한 방법을 쥐어짤 힘을 만든다. 하락장을 버티기 위해 흐름을 읽어야 하는 이유다.
9개월 동안 공실이었던 아파트 전세가 마침내 나갔다. 역전세로 임차인을 전출시켰을 때의 전세 시세보다 7,000만 원이 올랐다. 입주 물량이 없었다. 전세 매물이 줄고 있었다. 아무래도 깨끗한 전세 매물의 소진 속도가 빨랐다. 전세가는 오를 일만 남았다. 네이버 부동산에서 보이는 전세 매물의 전세가가 야금야금 오르고 있었다. 기다리는 동안 조바심이 났지만 원하는 가격이 될 때까지 지켜보았다. 속도의 차이는 있지만 부동산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상급지의 전세가 상승 추세가 여기까지 흘러올 것이다. 데이터가 있기에 확신하며 기다릴 수 있었다. pp.204-205
나를 돌아보고 들여다보게 된다. 내가 원래 꿈꾸던 부의 기준을 생각해본다. 나는 방 4개의 40평대 아파트와 아이들 교육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정도의 부를 원했다. 그랬던 마음은 남을 따라가다 남들만큼은 하자는 욕심에 잊혀져 갔다. 다른 이가 어디에 살고, 어떤 집에 살고, 어떤 자동차를 몰고, 아이들을 어떻게 키우는지를 따라 하고 있었다. 그 욕심들이 욕망이 되었다. 위험을 만들었다.
다시 시선을 나에게로 향한다. 자꾸 나를 돌아보면서 원래의 기본을 찾아간다. 크기를 마구 키워야 행복할 거란 마음을 내려놓는다. 정리하고 단순하며 가볍게 살고자 한다. 행복은 부의 크기와 비례하지 않았다. 다만, 그만큼의 부대낌이 있었다. 각자 처음 투자를 시작하며 그리던 부를 찾아가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 자주 틈틈이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투자해야 한다. 투자하면서 마음공부가 필요한 이유다. 그동안 내가 온 열정을 쏟아낸 시간에 대한 보답은 초심을 되새기는 것이었다. pp.230-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