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53
사람이 한번은 실수할 수 있다고, 다른 모르는 사람들 앞이 아니고 남편인데 뭐 어떠냐며 괜찮다고 한다.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아픈 배를 부여잡았다. “차 안에서, 남편 옆에서, 여기서 실수하면 사랑하지만 이혼해야 해. 진심으로 같이 못 살아. 이대로 터지면 우리 이혼이야.”
- 사랑하는데요, 이혼할 위기에요 중에서 -
P.88
한 남자를 사랑해 결혼했고 가정과 아이를 지켰더니, 사회에서는 경력이 단절된 상태가 되어버렸다. 열심히 아이를 키우고 지켰는데, 사회에 내 자리가 있을지 두려워졌다. 그렇다고 전업주부로, 몽글이와 남편만 보고 살기엔 자꾸 가슴에서 자신을 향한 성취감, 열정이 꿈틀거린다.
- 가슴이 뛰는 일 중에서 -
P.101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마다 저런 막장이 있나 하면서 비웃었는데, 알고 보니 내 현실이었다. 불이 났다길래 구경을 갔더니, 우리 집이 불타고 있는 걸 보게 된 느낌이랄까. 드라마 속 당하기만 하는 약한 피해자처럼, 집 안에 있는 가구에는 붉은 딱지가 덕지덕지 붙었다.
- 포기했는데, 깨닫기도 했습니다 중에서 -
P.119
결정을 내린 이후,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 데까지 한 달 정도 걸렸나? 젊은 열정을 불태웠던 첫 직장에 사직서를 제출하게 됐다. 그런데 그냥 퇴사하기에는 착취당한 내 청춘이 너무 아까웠다. 그동안 그토록 열정적으로 희생해 왔는데 보상은커녕, 그동안 고생했다 말 한마디 안 해주려고 하는 사람들이 괘씸했다.
‘은혜는 몰라도 원수는 꼭 갚아야 한다.
- 첫 직장, 때려치웠습니다 중에서 -
P.168
내 몸 안에는 다양한 세포, 장기들이 하숙 중인가 보다. 그중 가장 독특하게 하숙비를 내고있는 녀석이 있다. 명치 어딘가에 불법점거 중인 요녀석. 내가 평화롭고 안정적으로 생활할 때는 쥐 죽은 듯이 조용하게 지내다가, 스트레스를 받거나 무언가를 참고 있을 때는 몸을 있는 힘껏 부풀리거나 제자리 뛰기 등 온갖 방법을 동원해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하숙비를 아픔으로 돌려주다니.
- 제 몸 안엔 작은 아이가 기생하고 있어요 중에서 -
P.207
결혼을 하기로 결심했다. 다투기도 할 것이고 내려놓아야 할 것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와 남은 여생을 함께하며 끝내주는 영화 한 편을 남겨놓고 떠난다면 멋진 인생이지 않을까?
“곰곰씨, 나랑 결혼해 줄래? 이거 프로포즈야. 거절은 거절한다.”
- 결혼은 미친 짓일까?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