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생각해 보는 가족의 의미
어린이에게 ‘누가 나의 가족일까요?’를 물으면 당연하게도 ‘엄마, 아빠, 언니(누나), 남동생(여동생)’이라는 대답이 들려올 것입니다. 표준 국어 대사전을 살펴봐도 가족은 ‘주로 부부를 중심으로 한, 친족 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집단’이라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가족’을 정의하기에는 무언가 부족해 보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곁의 진짜 가족은 어떤 모습일까요? 지금 여기, 다정하고 사려 깊은 시선으로 가족이라는 공동체를 포착해 낸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우리 주변의 다양한 가족들을 보여 주고, 새로운 가족의 형태를 생각해 보게 하는 단편집 『엄마 셋』을 만나 봅니다.
저마다 다른 가족의 얼굴을
따스하게 비추는 여섯 개의 이야기
함께 살 가족을 선택하고 태어나는 어린이는 없습니다. 어린이에게 가족은 핏줄로 이어진, 혹은 양육자의 결정으로 맺어진 일방적인 관계로 인식되지요. 하지만 핏줄로 이어진 가족만 진짜 가족일까요? 『엄마 셋』은 혈연을 맺지 않더라도, 서로를 위하는 마음만 있다면 누구나 가족이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엄마 친구들과 한집에 살게 된 수빈이의 이야기를 그린 「엄마 셋」, ‘결연 후원’이라는 방법으로 맺어진 가족의 인연을 담은 「가을 언니」, 서로의 가족이 되기로 한 세 여자의 이야기를 담은 「아름다운 삼각형」까지. 『엄마 셋』에는 혈연이라는 고정관념을 걷어내고, 가족이 되기로 결심한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아이들은 양육자의 용기 있는 결정 아래서 안전하고 행복한 울타리를 만들 줄 아는 어른으로 자라납니다.
“언니와 난 진짜 자매다. 꼭 엄마 아빠가 같아야 자매인가? 우리가 함께 가족이 되기로 했으면 진짜 가족이고, 자매인 거다.”
- 109P, 「가을 선물」 중에서
삶이 변하듯 가족 구성원도 계속해서 바뀝니다. 하루아침에 가족이었던 이와 헤어져도, 생판 남이었던 이와 한집에 살게 되어도 어린이는 이런 변화를 받아들이는 입장에 설 수밖에 없습니다. 『엄마 셋』의 이야기들은 가족의 변화를 겪은 아이들의 감정을 포착하고 새로운 가족을 받아들이는 아이들의 내면을 감싸안습니다. 동생과 성이 다르다는 이유로 놀림받던 민규는 가짜와 진짜로 나눌 수 없는 단단한 마음을 지니게 되고(「가짜 형제」), 서로 엄마 아빠가 없다고 놀리던 재민이와 선우는 힘들 때마다 등을 맞대는 가족으로 거듭납니다(「등을 맞대면」). 부모님의 이혼 후 형에게 생긴 새 동생을 질투하던 원재는 용돈으로 닭꼬치를 사서 동생에게 건넬 줄 아는 형으로 성장하지요(「헤이, 땅콩」). 이야기 속 아이들은 모종의 이유로 가족의 부재와 상실을 겪지만, 이야기 끝에는 가족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사랑으로 맺은 새로운 공동체 아래 저마다의 방식으로 성장해 갑니다.
편견을 걷어내면 보이는 진짜 가족의 모습
『엄마 셋』에는 정형화된 가족의 울타리 안에서 자라지 않으면 결핍되었다고 치부하는 태도는 없습니다. 서로를 향한 애정이 밑바탕에 있다면, 그 모습이 어떠하든 모두가 가족이 될 수 있다고 말하지요. 우리 안의 편견을 한 꺼풀만 걷어내면 우리가 모르고 지나쳤던, 혹은 외면했던 다양한 가족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엄마 셋』 속 반짝이는 여섯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가족을 향한 아이들의 상상이 더 넓고 깊어지기를 바랍니다.
요즘은 혼자 사는 일인 가구도 많습니다. 앞으로는 로봇과 사는 가족도 생겨날 것입니다. 그 모습이 어떠하든, 가족은 세상살이의 가장 밑바탕이 되는 소중한 관계라는 것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 135P, 「작가의 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