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이배속 선생님의 느린 말투는 너무 답답했어요. 빠른 2배속이 아니라 반대로 두 배 느리게 2배속, 그러니까 0.5배속을 한 것처럼요. 그뿐만이 아니었어요. 그 느린 말투로 조금만 이야기를 해도 아이들은 두 배 이상으로 지루해했어요. 그래서 조아는 자기도 모르게 입이 툭 튀어나온 채 이렇게 내뱉었어요.
“아, 쌤!”
그러자 이배속 선생님이 대답했어요.
“나……는…… 쌤……이…… 아……니……라…… 선……생……님……이……야…….”
“그게 아니라요, 쌤.”
“아……닌…… 건…… 내……가…… 아……니…… 라…… 너……란……다…….나……를…… 부…… 를…… 때……는…… 쌤……이…… 아……니…… 라…… 선……생……님……이……라……고…… 불…… 러……야……지.”
조아는 한숨을 후욱, 내쉬었어요. (19~20쪽)
그런데 그때였어요. 교실 문이 벌컥 열리더니, 성큼성큼 이배속 선생님이 걸어 들어왔어요.
“얘들아, 수학 책꺼내라. 너희들 전에 배운구구단 안 까먹었지?”
(얘들아, 수학 책 꺼내라. 너희들 전에 배운 구구단 안 까먹었지?)
조아는 눈이 휘둥그레졌어요.
“우리 구구단을 기억해 볼까? 노래로 불러보자. 2단부터!”
(우리 구구단을 기억해 볼까? 노래로 불러 보자. 2단부터!)
조아는 채린이를 바라보았어요. 채린이도 무슨 말인지 전혀 알아듣지 못하고 선생님만 멀뚱멀뚱 바라보았어요.
“선생님, 너무 빨라요.”
“맞아요! 하나도 못 알아듣겠어요.”
“휴, 나도 모르게 갑자기이렇게 됐어. ”
(휴, 나도 모르게 갑자기 이렇게 됐어.) (60~61쪽)
갑분싸: 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진다. -〉 아이들이 갑자기 조용해질 때 쓰자.
별다줄: 별걸 다 줄인다.-〉 아이들이 줄임말을 많이 쓸 때 쓰자.
세젤귀: 세상에서 제일 귀엽다. -〉 까르르 웃는 아이를 발견했을 때 써 보자.
‘세젤귀’라는 글자를 눌러 쓰면서 선생님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어요.
세젤귀
‘이…… 말……은…… 내…… 입……으……로…… 꼭…… 해…… 보……고…… 싶……네.’
눈앞에 3학년 1반, 세상에서 제일 귀여운 얼굴들이 어른거렸어요. 그리고 아이들이 쓰는 말들을 천천히 내뱉어 보았어요. 말하는 속도도 조금 빠르게 연습해 보았고요. 이배속 선생님의 입에서 아이들의 경쾌한 목소리가 나오는 것만 같았어요. (8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