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어디에서 시작되고 어디에서 끝나는가? 이것은 특이한 질문이다. 철학과 심리학의 역사에 비추어 볼 때 일반적인 질문은 ‘마음이란 무엇인가’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일반적인 대답은 ‘뇌’이다. 이러한 대답이 옳다면 마음은 뇌가 시작하는 곳에서 시작하고 뇌가 끝나는 곳에서 끝난다. 마음은 그저 뇌일 뿐 다른 어떤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뇌는 어디에서 시작하고 어디에서 끝나는가? 마음이 뇌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중추 신경계와 말초 신경계를 확고하게 구분한다. 뇌는 머리에 자리한 회색의 끈적끈적한 물질 덩어리로 뇌간, 해마, 대뇌 피질로 구성되어 있다. 만약 뇌가 이런 것이라면 마음도 이런 것이라는 것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마음은 이 삼위일체 구조의 일부, 즉 우리가 생각하고 느끼는 것 등을 담당하는 부분이라는 것이다. 마음은 대뇌 피질과 해마(의 일부)인 셈이다. 이러한 마음 개념은 여전히 수용할 수 없을 만큼 애매모호하다. 하지만 가장 심각한 문제는 만약 마음이 나의 심적 상태 및 과정들과 다른 어떤 것으로 이해된다면 나는 나 자신에게 마음이 있는지조차 확신할 수 없다는 점이다. (27~28쪽)
이 책에서 옹호하는 비데카르트적 마음 개념은 사실 마음 개념이 결코 아니다. 또한 마음을 심적 상태 및 과정들의 근간을 이루는 것으로 생각한다면 더더욱 아니다. 비데카르트적 마음 개념은 심적 현상에 대한 개념이다. 그것은 일부 심적 현상들이 체화되거나, 착근되거나, 행화되거나, 확장된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점에서 비데카르트적 마음 개념은 데카르트적 인지과학의 심적 현상 개념을 단호히 거부한다. 즉 심적 상태 및 과정은 뇌 상태 및 과정과 동일하거나 또는 이들에 의해 독점적으로 실현되기 때문에 심적 상태 및 과정은 뇌에서 시작하고 뇌에서 끝난다는 주장을 단호하게 거부하는 것이다. 심적 상태 및 과정은 뇌 상태 및 과정과 동일하거나 또는 이들에 의해 독점적으로 실현된다는 견해는 현대에 생겨난 것이 아니다. 17세기 프랑스에서 등장한 마음에 대한 견해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30~31쪽)
인지 과정에 대한 전통적인 개념의 많은 부분을 그대로 유지한다. 이것은 가령 진정한 인지는 뇌 안에서 일어난다는 생각, 즉 신경적 표상의 변환으로 이루어진다는 생각과 양립 가능하며, 다만 특정 사례에서 일어나는 이러한 변환 과정의 특성을 이해하려면 이러한 변환이 착근되어 있는 더 넓은 신체 구조를 이해해야 한다는 조건을 추가할 뿐이다. 인식적 해석에 따르면, 더 넓은 신체 구조는 이러한 인지 과정이 자리하고 있는 일종의 신체적 맥락을 제공한다. 또한 이러한 과정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제대로 이해하려면 이러한 맥락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지와 신체적 맥락이 구별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진정한 인지는 여전히 뇌 안에서 발생한다고 주장할 수 있으며, 이러한 주장은 체화된 마음 이론의 인식적 독해와 양립 가능하다. (98쪽)
즉 인지 과정이 확장된다는 개념은 우리가 심적 과정을 다음과 같이 오해하도록 우리를 쉽게 유혹할 수 있다. 인지 과정은 뇌 바깥으로 뻗어 나가며 분명한 공간적 위치를 가지고 있는데, 다만 뇌 밖 세계의 넓은 영역을 포함한다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확장된 인지를 잘못 이해하는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인지 과정은 기껏해야 모호한 위치를 가지며, 불확정적일 수도 있다. 즉 주어진 토큰 인지 과정이 어디에서 발생하는지에 대한 사실이 없을 수도 있다. 확장된 마음이라는 은유가 우리로 하여금 그렇게 가정하도록 유혹하듯이, 인지 과정은 뇌나 두개골 바깥으로 늘어난 고무줄처럼 확정적인 확장된 경계를 갖지 않는다. 인지 과정에는 확정적인 경계가 전혀 없다. 확장된 마음 이론은 공간적으로 한계가 없는 마음 이론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정확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명칭이 결코 충분히 매력적이지 않음을 직시할 수밖에 없다. (147~148쪽)
동등성 개념은 실제로 확장된 마음의 중요한 개념이긴 하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으로 통합의 개념이 있다. 통합이란 이질적인 유형의 과정들이 바로 그 서로 다른 특성으로 인해 그들 중 하나만으로는 달성할 수 없는 과제를 인지 유기체가 수행할 수 있도록 이질적인 유형의 과정들을 서로 맞물리게 하는 것이다.(Menary 2006, 2007; Sutton 2010) 이러한 통합주의적 관점에서 볼 때, 내부 과정과 외부 과정 사이의 차이점은 유사점만큼이나 중요하거나 심지어 그보다 더 중요하다. 인지가 환경으로 확장되는 이유는 특정한 인지적 과제의 수행과 관련하여 내부 과정이 할 수 없는 일(또는 확장된 마음 이론을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특정 경우에는 내부 과정이 하지 않는 일이라고 단순히 말할 수도 있겠다)을 외부 과정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부 구조 및 과정은 내부 구조 및 과정과 상당히 다른 속성을 가지고 있으며, 바로 이러한 차이로 인해 인지 수행자는 내부 인지 과정만으로는 수행할 수 없는 특정 과제를 수행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이러한 차이가 없다면 외부 과정은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157쪽)
이 책의 전반부에서 나는 확장된 마음 이론에 대한 모든 주요 반론들이 인지의 표식 반론으로 소급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나는 인지의 표식, 즉 어떤 항목이 인지적이라고 간주되기에 총체적으로 충분한 조건들의 목록을 제공했다. 이 중 가장 문제가 되는 조건은 소유권 조건, 즉 무엇이건 인지 과정으로 간주되려면 인지적 주체(기준의 처음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하는 주체로 이해되는 주체)가 그것을 소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었다. 소유권을 이해하려는 이전의 시도들은 흔들리고 있었다. 나는 인격적 수준의 인지 과정들에만 주의를 집중했고, 전인격적 인지 과정들의 소유권은 이것들로부터 파생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런 다음 인격적 수준의 소유권은 권한과 관련이 있고, 행위 주체성과도 관련이 있다는 생각을 탐색했다. 그러나 이러한 논증은 결코 결정적이지 않았다. 특히 권한과 행위주체성의 현상은 파생적인 것으로 보였다.
여기에서 옹호하는 지향적 정향성 모델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 인지 과정이 나에게 세계를 드러내면, 그 인지 과정은 나에게 속한 것이다. (361~36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