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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여행

서두를 것도 꼭 해야 하는 일도 없는, 오래 바라보고 가만히 귀 기울이는 여행


  • ISBN-13
    979-11-89385-51-4 (03810)
  • 출판사 / 임프린트
    도서출판 어떤책 / 도서출판 어떤책
  • 정가
    18,8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4-08-15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최승표
  • 번역
    -
  • 메인주제어
    장소와 사람: 일반 및 그림집
  • 추가주제어
    여행, 휴가 , 기행문 , 탐험: 교양도서
  • 키워드
    #장소와 사람: 일반 및 그림집 #여행, 휴가 #기행문 #탐험: 교양도서
  • 도서유형
    종이책, 무선제본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성인 일반 단행본
  • 도서상세정보
    135 * 205 mm, 384 Page

책소개

핫플레이스, 유명 맛집과는 거리가 먼,

낯선 곳에서의 시간을 오래 곱씹고 가만히 묵히는

‘조용한 여행’이라는 여행의 태도

 

“어떤 여행지는 기사로 쓰지 않고

마음속에만 간직하고 싶다.”

중앙일보 여행기자의 고르고 고른 여행 이야기

목차

프롤로그 ‘조용한 여행’이라는 여행의 태도

 

1장 수면제 없는 고요한 밤

완벽한 적요 속에 잠이 들다_스위스 체르마트시 고르너그라트   

별이 속삭이는 사막의 한가운데_미국 데스밸리국립공원

우리 앞의 생이 끝나 갈 때_강원도 홍천군 살둔마을 

강변북로 자동차 소리를 자장가 삼다_서울시 마포구 노을공원 

숲과 물의 힘_전라남도 해남군 유선관  /  밤새 기타를 울려도 걱정 없는 곳_강원도 산골 오두막

 

2장 비대해진 자아를 잠재우다

세상에 알래스카가 있음을 안다는 것_미국 알래스카주

오로라 여행에서 오로라를 보지 못한다면_캐나다 유콘 준주 화이트호스

혹독한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겠지_일본 홋카이도 도토 

시간이 멈춘 듯 고요한 스키장에서_일본 니가타현

우리가 동물을 보듯, 그들도 우리를 본다_태국 카오야이국립공원

우리는 만나야 한다_미얀마 인레호수와 바간   

 

3장 시속 10킬로미터, 풍경을 눈에 담기 좋은 속도

동네가 미워서 달린 것뿐인데_서울시 남산 

뉴욕이 아니라 화천에서 블레저를_강원도 화천군 

유네스코 유산에서 달리는 기분_스페인 마드리드시

5년 만의 치앙마이_태국 치앙마이주 치앙마이시

벚꽃비 맞으며 달리다_경상북도 경주시

 

4장 좋은 게 많기보다 나쁜 게 적은

취향의 두 얼굴_어느 해변 카페 

불행이 없기를, 아니 불행이 적정하기를_베트남 럼동성 달랏시 

자연주의 숙소와 카프카의 변신_베트남 라오까이주 사빠시 

말없이 걷기만 해도 충분한_경상북도 문경시  

푸른바다거북의 등이 손끝에 닿을 때_말레이시아 쿠알라트렝가누주 르당섬

걸어서 태초의 하와이 속으로_미국 하와이주 카우아이섬 

 

5장 서핑하는 할아버지가 되는 꿈

서퍼 할아버지의 구부정한 뒷모습_미국 하와이주 오아후섬 노스쇼어

만년의 나와 아내를 상상한 곳_인도네시아 발리섬 사누르

아름다움, 그리고 책임감_인도네시아 발리섬 렘봉안

지구의 비밀과 스쿠버다이빙_태국 수랏타니주 코타오섬

내 낡은 서랍 속의 바다와 산_강원도 고성군

 

6장 일상에서 멀지 않은 행복

휘게, 유행이 아닌 일상_덴마크 코펜하겐시 

집 가까이 공원이 가르쳐 준 것들_서울시 성동구 서울숲 

 프로방스에서 만난 사람들_프랑스 프로방스 지역 

자전거와 피자, 그리고 피정_미국 요세미티국립공원과 오하이

본문인용

조용한 여행에는 이보다 여러 결이 있다. 물리적으로 고요한 환경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천만 인구의 메가시티 서울에서 살다 보니 더욱 그렇다. 자동차 소음과 가게 밖으로 흘러나오는 음악 등 온갖 소리에서 해방되고 싶다. 산란한 네온사인, 나날이 밝아지는 모바일기기 액정 화면으로부터 단절되고 싶다.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도 자기 여행을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시대, 일거수일투족을 요란하게 드러내지 않고 속으로 곱씹거나 가만히 묵히는 태도도 조용한 여행일 수 있다. 심심함의 재미, 여백의 미덕을 아는 여행도 점점 소중해진다.

_《조용한 여행》, 〈프롤로그〉에서

 

타인을 상상하는 행위가 여행에 제법 흥미를 안겨 준다. 나는 소설가는 아니지만 여행 중 스치는 이들의 삶을 상상하며 이야기를 그려 보는 취미가 있다. 쓸쓸한 표정으로 카페 창가에 앉아 있는 이, 단체관광객 무리에 끼어서 외톨이로 지내는 여행자, 고국을 떠나 먼 타지의 작은 숙소에서 늦은 밤 프론트데스크를 지키는 호텔리어.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존재는 하나같이 외로워 보이는 이들이다.

_《조용한 여행》, 〈완벽한 적요 속에 잠이 들다〉에서

 

그 겨울,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국립공원 네 곳을 열흘간 혼자서 훑고 다녔다. 데스밸리에 대한 기대가 가장 컸다. 사막이 처음은 아니었고 이후에도 여러 사막 지역에 가 봤다. 사막은 형체도 색채도 제각각이고, 즐기는 방법도 다채롭다. 이를테면 중국 내몽골사막에서는 낙타를 탔고, 이스라엘 사해사막에서는 고대 요새가 있는 500미터 바위산을 걸어 올랐다. 두바이에서는 사륜구동차를 타고 사막을 질주하는 ‘듄 베이싱’을 경험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알울라사막에서는 별 관측 투어를 해 봤다. 쿠션에 몸을 기댄 채 목소리가 낭랑한 여성 가이드의 별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아라비안나이트》 속에 들어온 것 같았다. 이 모든 사막은 환상적이었지만 데스밸리는 달랐다. 무엇보다 철저히 나 혼자였다.

_《조용한 여행》, 〈별이 속삭이는 사막의 한가운데〉에서

 

한국에 데스밸리 같은 사막은 없지만 사막만큼 막막한 오지는 많다. 데스밸리국립공원과 함께 국제밤하늘공원에 등재된 경북 영양도 그런 곳이고, 강원도 방태산 자락의 깊고 깊은 산골마을도 꼽을 수 있다. 홍천군과 인제군, 그러니까 한국에서 면적으로 1, 2위에 해당하는 지역에는 한국전쟁 당시 전쟁이 난 줄 몰랐다는 곳도 있다. ‘3둔 4가리’라 불리는 일곱 개 마을을 취재차 모두 가 봤는데 21세기에 전기가 안 들어오는 곳도 있었다.

_《조용한 여행》, 〈우리 앞의 생이 끝나 갈 때〉에서

 

나는 숙소에 민감하다. 층간소음, 객실 조명, 위생 상태 등을 두루 따진다. 그렇다면 비싼 값을 치르더라도 이런 조건을 충족하는 숙소에 가면 될 텐데 그러지 않는다. 가성비가 좋은 곳을 뒤지는 과정을 즐기고, 예감이 적중했을 때 쾌감을 얻는다. 아내는 조금 다르다. 헤픈 건 아니나 비용을 더 쓰더라도 제대로 된, 검증된 숙소를 선호한다. 그래서 숙소 때문에 여행 중 아웅다웅한 적이 꽤 있는데 어떤 숙소는 둘 다 퍽 좋아해서 두 번 이상 방문하기도 했다. 해남 유선관이 그중 하나다. 몇 해 전 늦겨울과 봄에 두세 달 시차를 두고 연거푸 방문했다.

_《조용한 여행》, 〈숲과 물의 힘〉에서

 

오로라에 별 기대는 없었지만 하늘을 뒤덮은 레이저 쇼는 과연 신비했다. 난생처음 눈을 본 강아지처럼 호들갑을 떨며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그러다가 퍼뜩 정신을 차렸다.

‘왜 바보처럼 이 광경을 카메라 파인더로만 보고 있지?’

마음을 가라앉히고 카메라를 걸어 둔 삼각대 옆으로 한 걸음 이동했다. 그리고 캠핑의자에 앉아 하늘을 올려다봤다. 옆에서는 일본, 호주, 멕시코 관광객이 “어메이징”을 연발하며 기념사진을 찍느라 바빴다. 영하 15도 추위도 잊은 채 오로라의 춤사위를 보다가 다시 생각에 골몰했다.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글로 풀지?’

직업병이 발동했다. 아니, 출장을 왔으니 당연한 수순이었다. 기사에 쓸 문장을 떠올리느라 다시 머리가 복잡해졌다. 

_《조용한 여행》, 〈오로라 여행에서 오로라를 보지 못한다면〉에서

서평

‘여가=여행’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여행이 풍족한 지금, 여행에 관한 글도 흔하디흔하다. 여행은 일상과 다른 감흥을 주기 마련이고, 그래서 작가가 아닌 사람에게도 여행 에세이는 쓰고 싶고, 쓸 수 있는 글이 된다. 반면 일 때문에 여행을 가야 하는 사람이, 여행을 다녀온 뒤의 글쓰기가 직업인 사람이 여행 에세이를 쓴다면, 그의 에세이에서 우리는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경험 많은 직업인의 여행 에세이는 무엇이 다를까

 

중앙일보 레저팀 소속 최승표 기자는 2008년부터 여행기자로 일한, 그야말로 여행이 직업인 사람이다. 극북 지역과 적도 부근, 대자연과 문화유적, 초호화 여행지와 극빈 국가를 두루 경험한 그가 첫 책 《조용한 여행》을 펴냈다. 

그가 말하는 ‘조용한 여행’이란 정적인 풍경, 차분한 분위기만을 말하지 않는다. 달리기, 스키, 스쿠버다이빙 같은 격정적인 운동이나 익스트림 레저를 하는 가운데에도 ‘조용한 여행’이 깃들어 있다. 이를테면 문경에서 패러글라이딩을 하며 마주한 공중의 적막, 오직 삭삭, 슝슝 눈을 헤치고 나가는 소리만 작게 메아리쳤던 일본 니가타현의 야간 스키장. 뿐만 아니다. 조용한 여행은 일거수일투족을 실시간 중계하는 대신 속으로 곱씹거나 가만히 묵히는 태도 또한 포함한다. 

 

조용한 여행에는 이보다 여러 결이 있다. 물리적으로 고요한 환경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천만 인구의 메가시티 서울에서 살다 보니 더욱 그렇다. 자동차 소음과 가게 밖으로 흘러나오는 음악 등 온갖 소리에서 해방되고 싶다. 산란한 네온사인, 나날이 밝아지는 모바일기기 액정 화면으로부터 단절되고 싶다.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도 자기 여행을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시대, 일거수일투족을 요란하게 드러내지 않고 속으로 곱씹거나 가만히 묵히는 태도도 조용한 여행일 수 있다. 심심함의 재미, 여백의 미덕을 아는 여행도 점점 소중해진다.

_《조용한 여행》, 4~5쪽

 

‘조용한 여행’이라는 여행의 태도,

‘조용한 여행’이라는 취향의 발견

 

《조용한 여행》의 미덕은 직업인과 생활인의 경계에서 정말 다양한 여행 경험을 쌓은 저자가 무수히 많은 것들 가운데 고르고 고른 여행 이야기가 실려 있다는 점이다. 그 안에서 우리는 우리가 만나고 싶던 여행, 바로 ‘조용한 여행’을 발견한다. 다음과 같다면, 여러분이 좋아하는 여행 또한 ‘조용한 여행’이다. 

 

  • -여행지에 책 한 권은 꼭 챙겨 간다.
  • -도시의 활기참보다 자연의 고요함이 좋다.
  • -여러 곳에 짧게 들르기보다 한곳에 오래 머물기를 좋아한다.
  • -좋은 게 넘치는 기쁨보다 나쁜 게 적은 편안함을 선호한다.
  • -경유 비행의 번거로움을 감수하더라도 인적 드문 곳으로 떠나고 싶다.
  • -때론 카페 하나를 목적지로 삼고 떠난다.
  • -여행의 순간을 SNS에 실시간으로 남기기보다 종이 위에 글로 쓰기를 좋아한다. 

 

 《조용한 여행》은 여섯 장으로 나뉜다. 〈1장 수면제 없는 고요한 밤〉에서는 귀가 예민한 여행자들에게 절실한 고요의 순간을 전한다. 마테호른을 바라보며 잠자리에 든 스위스 고산 호텔에서의 밤, 미국 데스밸리국립공원에서 올려다본 밤하늘이 여기 속한다. 〈2장 비대해진 자아를 잠재우다〉에는 자아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대자연의 순간이 담겼다. 혹등고래, 오로라, 유빙, 야생 코끼리를 만날 수 있는 장이다. 

〈3장 시속 10킬로미터, 풍경을 눈에 담기 좋은 속도〉에서는 달리기를 하면 달리 보이는 풍경을 묘사한다. 층간소음으로 괴로움을 겪던 시절 위로가 된 남산 달리기, 매년 벚꽃철에 열리는 경주 벚꽃 마라톤 참가기가 조용한 여행의 지평을 넓혀 준다. 〈4장 좋은 게 많기보다 나쁜 게 적은〉에는 베트남 달랏과 사빠 등의 여행기를 수록해 취향에 딱 맞는 여행이란 얼마나 어려운가를 이야기한다. 〈5장 서핑하는 할아버지가 되는 꿈〉에서는 스포츠를 좋아하는 저자 특유의 캐릭터가 생생하다. 서핑, 스노클링, 스쿠버다이빙으로 만나는 바닷속 세계가 흥미롭다. 〈6장 일상에서 멀지 않은 행복〉은 라이프스타일 여행을 다룬다. ‘여행하는 나’와 ‘일상의 나’ 사이의 간극을 덴마크 코펜하겐, 프랑스 프로방스, 서울숲, 미국 요세미티국립공원 여행을 통해 돌아본다.   

여행 에세이라는 장르는 편안하고 자유롭다. 그런 만큼 굳이 여행 에세이라는 이름에 갇히지 않아도 좋은 글들이 많다. 그 가운데 《조용한 여행》은 꼭 ‘여행 에세이’여야 하는 독자에게 특히 맞춤한 책이다. 경험 많고 까다로운 직업인의 여행에 관한 태도와 가치관을 탐독할 수 있다. 

저자소개

저자 : 최승표
중앙일보 여행기자. 2008년부터 기자로 일하며 극북 지역과 적도 부근, 대자연과 문화유적, 초호화 여행과 극한 스포츠를 두루 경험했다.
출장도 자주 가지만 여행도 틈틈이 떠난다. 어딘가로 떠나면 늘 두 개의 정체성 사이를 오간다. 여행기자와 여행자. 잘 소개하고 싶은 곳이 있고, 누구에게도 알려 주고 싶지 않은 곳이 있다. 이 책 《조용한 여행》에는 두 종류의 여행지가 모두 담겼다. 특히 “어떤 여행지는 마음속에만 간직하고 싶다”는 그가 출간 직전까지 공개를 고민한 여행지들도 수록했다.
중앙일보 레저팀 동료들과 함께 《미국 국립공원을 가다》를 썼다. 《조용한 여행》은 그의 이름으로 출간하는 첫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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