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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를 찾다


  • ISBN-13
    979-11-6951-881-9 (03830)
  • 출판사 / 임프린트
    (주)이퍼블릭 코리아 / 티라미수 더북
  • 정가
    17,0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4-07-30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니시 가나코
  • 번역
    김현화
  • 메인주제어
    에세이, 문학에세이
  • 추가주제어
    -
  • 키워드
    #에세이, 문학에세이
  • 도서유형
    종이책, 무선제본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성인 일반 단행본
  • 도서상세정보
    128 * 188 mm, 304 Page

책소개

“사람의 강인함을, 그리고 사랑의 존재를 믿고 싶어진다.”

가장 어둡고 고통스러운 시기를 빛내준 사랑의 힘에 관하여

 

인간의 육체는 나약하다. 그리고 우리는 그 육체를 평생 벗어나지 못한다. 그렇다면 유약한 몸을 가진 인간이 고통 속에서 더 강인해졌다면 그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2015년 『사라바』로 나오키상을 수상하며 소설가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다진 작가, 니시 가나코가 캐나다에서 유방암을 발견하고 치료하기까지 약 8개월의 시간을 담은 에세이를 발간했다. 언제나 소설로만 독자들을 만나온 작가는 자신이 쓴 최초의 에세이인 이 책을 통해 비로소 본인의 모습을 세상에 온전히 내보였다. 그녀의 간결하고 유머러스한 문장은 인생에서 가장 어두운 시기를 꿋꿋하게 견뎌낸 작가의 올곧은 정신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책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주도한다. 실제 작가가 당시에 쓴 일기와 그녀에게 힘이 되었던 책과 노래의 구절이 함께 삽입되어 작가의 감정과 생각을 더 입체적이고 생동감 있게 전달한다. 

 

이 책은 분명 병을 극복하는 일련의 과정을 적었다. 그러나 책을 먼저 읽은 독자들은 모두 입을 모아 이것이 단순한 투병기가 아니라고 말한다. 그렇게 치부하기엔 책이 다루는 주제가 너무나 광범위하기 때문이다. 작가는 마치 친구에게 편지를 쓰듯 담담하고 솔직하게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기술하며 종종 전혀 다른 이야기를 불쑥 꺼내 놓는다. 그건 일본과 캐나다의 문화적, 사회적 배경 차이에 관한 것은 물론이고 전쟁, 환경, 각종 사회 문제, 나아가 자기 몸을 진심으로 긍정하며 소수자와 다 함께 살아가는 일들을 포함한다. 놀라운 점은 그 과정이 전혀 이상하거나 억지스럽지 않다는 사실이다. 책 속의 모든 이야기에 현실을 꿰뚫는 통찰력과 인간에 대한 사랑과 연민이 공통으로 담겨있는 까닭이다. 그녀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디에도 틀리거나 잘못된 사람은 없다는 그녀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다정하고 사랑스러운 사람들이 가득하다. 

목차

1. 거미란 무엇인가, 누구인가

2. 고양이여, 이토록 무방비한 나를

3. 내 몸은 비참함 속에서

4. 수술이다, Get out of my way

5. 일본, 나의 자유는

6. 숨을 쉬고 있다

마치며

본문인용

“가나코씨가 걸린 암은 삼중음성유방암이죠? 오케이! 얼른 나읍시다!” 그녀들과 이야기하고 있으면 암은 죽음에 이르는 병이 아니라 단순한 감기거나 조금 고약한 독감으로 생각하게 된다. _본문 55쪽

 

나이를 먹는 일은 자신의 인생을 축복하는 일이어야 한다. 나는 44년간 이 몸으로 살아왔다. 물론 신체적으로 쇠약해지는 건 느낀다. 그리고 나는 삼중음성유방암을 앓고 있다. 하지만 나는 기쁨을 잃지 않을 것이다. _본문 64쪽

 

나는 두려움의 어머니이자 아버지이자 벗이었다. 나는 두려움을 끌어안았다. 내가 만들고 오랫동안 나를 괴롭혀온 이 두려움을 지금이야말로 나만의,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것으로 끌어안아야 했다. _본문 160쪽

 

“음, 지금은 재건을 안 한다고 해도 나중에 하고 싶어질 때를 대비해서 유두만 남겨놓는 방법도 있대요.” 에스메랄다가 눈이 휘둥그레졌다. “유두가 필요해요?” 그녀의 말투에 무심코 웃음을 터뜨렸다. _본문 164쪽

 

에스메랄다는 간호복을 뒤집어 수술 흔적을 보여줬다. 재건하지 않은 그녀의 왼쪽 가슴에는 예쁜 선 하나가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그녀가 말한 대로 마레카의 솜씨가 훌륭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유두가 없고 피부 여기저기가 거무스름했지만 반들반들 매끄러웠다. 그건 가짜가 아니었다. 틀림없이 진짜 그녀만의 가슴이었다. 어수선하게 썼지만 요약하자면 정말 보기 좋았다. _본문 165쪽

 

암을 선고받은 직후나 치료 중에는 다들 내 공포심에 진심으로 공감하고 다가와 주었다. 그리고 그 공포심은 거짓이 아니라 진심이었다고도 말할 수 있었다. 이상한 말이지만 ‘두려워하는 것이 타당한 공포’였다. _본문 276쪽

 

우리가 행복을 축복하는 동시에 그걸 잃는 것을 두려워하는 존재인 이상 빛과 어둠은 늘 함께한다. _본문 279쪽

서평

44세, 낯선 나라, 낯선 의료 시스템, 팬데믹

그리고 눈물 나게 다정하고 놀랍도록 유쾌한 사람들

 

어느 날 갑자기 ‘암’이라는 단어를 맞닥뜨렸을 때 초연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그것도 말도 잘 통하지 않는 낯선 외국 땅에서, 난데없이 나타나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간 팬데믹 시기에, 무엇보다도 인생에서 가장 건강하다고 믿었던 순간에 말이다. 게다가 치료를 위해선 양쪽 가슴을 절제해야 하고 나중엔 자궁마저 들어내야 할지도 모른다면 어떨까. 처음 왼쪽 가슴에서 멍울을 발견했을 때, 작가는 그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마음속으로 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는 진부한 말을 그녀도 똑같이 하고 있었다. “설마 내가 걸리려고.” 하지만 병원에서 걸려 온 한 통의 전화는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암이었다. 평생 그런 단어를 쓸 날이 올 거라고는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닥쳐온 어려움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캐나다의 의료 시스템은 일본과는 완전히 달랐다. 바로 병원으로 달려가 진료를 예약하고 치료를 시작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었다. 영어로 의사소통해야 한다는 점도 큰 걸림돌이 되었다. 어느 것 하나 쉬운 일이 없었다. 그때마다 그녀를 구원한 건 결국 ‘사람’이었다. 

 

먼저 유쾌하고 발랄한 병원 사람들이 있었다. 주사로 항암제를 맞을 때면 간호사 리사가 손등 위로 울퉁불퉁 튀어나온 정맥을 칭찬했다. 간호사복에 맞춘 노란색 테의 안경을 쓰고 다니는 크리스티는 암 환자라고 해서 즐거움을 빼앗겨선 안 된다며 좋아하는 걸 계속하도록 응원했고, 간호사복 대신 편안한 트레이닝복을 즐겨 입는 켈리와는 만날 때마다 농담을 주고받았다. 병원에서 만난 의사, 간호사들은 언제 어떻게 만나든 활기차게 환자들을 맞아 주었다. 그들과 함께 있을 때면 암이 심각한 병이 아니라 기껏해야 고약한 독감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작가는 그들을 통해 ‘나’는 그저 ‘나’이며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보이는가는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체득한다. 그리고 양쪽 가슴을 잃고 나서야 마침내 내 몸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다정한 이웃과 친구들도 빼놓을 수 없다. 그들은 작가가 항암 치료를 받는 동안 돌아가면서 음식을 만들어 집으로 배달했다. 데이비드가 만든 우동과 나오가 만든 김밥, 아만다가 만든 파스타와 아야가 만든 영양 솥밥을 먹으며 작가는 타인이 만든 밥의 힘을 절실히 실감했다. 항암 치료를 받으면 머리카락이 빠질 테니 가발을 만들고 삭발하기 위해 다니던 미용실에 갔을 때는 손을 잡고 함께 눈물 흘린 친구 마유코가 있었다. 작가의 아이가 외로움을 느끼지 않도록 주말마다 집으로 초대해 준 이웃과 멀리 있어도 함께 울고 웃으며 사랑이 담긴 물건을 잔뜩 보내오는 사람들도 큰 힘이 되었다. 그리고 든든한 동지들도 있었다. 바로, 막막한 공포심을 마주했을 때 손을 잡아주고 어깨를 토닥여준 다른 유방암 생존자들이었다. 그들은 모두 암을 선고받은 날의 긴 밤을 보냈다. 그 밤을 겪어본 사람의 마음을 아는 사람은 결국 서로밖에 없었다. 그녀들은 아낌없이 애정을 나눠주며 치료가 끝난 후에는 일상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훌륭한 본보기가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니시 가나코, 자신이 있었다. 작가는 치료 중에도 내내 글을 썼다. 겪은 일을 꼼꼼하게 가감 없이 기록하면서 ‘나’를 새롭게 관찰했다. 깊게 호흡하고 자신을 응시하는 시간을 만들었다. 그렇게 응시한 끝에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것은 두려움이었다. 형태도 실체도 없지만 작가의 마음에 어두운 장막을 드리우는 근원이었다. 작가는 그 두려움이 스스로 만들어 낸 것임을 깨닫고 그것을 가엽게 여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끝내 두려움을 빈틈없이 끌어안았다. 비극을 눈앞에 두고 냉소하고 비관하는 것은 쉽다. 정말 어려운 건 어둠 속에서 빛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는 일이다. 작가는 그렇게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게 되었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책이 가진 온도에 있다. 너무 뜨겁지도, 미지근하지도 않은, 누군가의 생을 진심으로 축복하는 포옹과 같은 따뜻함이 책 곳곳에서 넘쳐흐른다. 그리고 그 온도는 사람의 체온에서 나온다. 결국 이 책은 평범한 사람 간의 따뜻한 사랑의 기록이자 니시 가나코가 전하는 다정한 포옹이다. 누군가를 끌어안고 서로의 체온을 교환하며 ‘살아 있다’라고 실감하는 순간의 힘을, 책을 통해 느끼길 바란다.

저자소개

저자 : 니시 가나코
1977년 이란 테헤란에서 태어나 이집트 카이로와 일본 오사카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2004년에 『아오이』로 등단하고 그다음 해 출간된 『사쿠라』가 일본에서 25만 부 이상 팔리며 베스트셀러 작가로 등극했다. 그 후 『츠텐카쿠』로 제24회 오다 사쿠노스케상과 제29회 사쿠야코노하나상을, 『후쿠와라이』로 가와이 하야오 이야기상을 수상하며 제148회 나오키상 후보에 올랐다. 2015년에는 등단 10주년을 기념해 집필한『사라바』로 제152회 나오키상을 거머쥠과 동시에 일본 서점 대상 2위에 올랐다.
국내에 출간된 도서로는 『물방울』, 『우주를 뿌리는 소녀』, 『노란 코끼리』, 『원탁』, 『사라바』, 『i 아이』, 『마법의 주문』, 『항구의 니쿠코짱!』 등이 있다.
번역 : 김현화
번역도 예술이라고 생각하는 번역 예술가다. ‘번역에는 제한된 틀이 존재하지만, 틀 안의 자유도 엄연한 자유이며 그 자유를 표현하는 것이 번역’이라는 신념으로 일본어를 우리말로 옮기고 있다. 글밥 아카데미를 수료하고 바른번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역서로는 아키요시 리카코의 『작열』, 시즈쿠이 슈스케의 『악어의 눈물』, 가쿠타 미쓰요의 『무심하게 산다』, 『천 개의 밤, 어제의 달』을 비롯해 『가마쿠라 역에서 걸어서 8분, 빈방 있습니다』, 『1961 도쿄 하우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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