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와 셰익스피어는 현대 세계를 그들 사이에 나누었다.”
“셰익스피어는 모르는 사이에 알게 된다. 그것은 영국인의 헌법의 일부분이다.”
첫 번째는 셰익스피어에 대한 T. S. 엘리엇의 찬사고, 두 번째는 셰익스피어에 대한 제인 오스틴의 찬사다. 그러나 이를 비롯한 수많은 찬사는 제외하고서 얘기해 보자. 아마도 당신은 셰익스피어의 문학을 읽어 보지 못했을 수는 있어도, 셰익스피어의 이름만큼은 한 번쯤 들어 보았을 것이다. 비록 셰익스피어는 지난 시대의 문학가이지만, 그의 문학은 아직도 오늘을 수놓고 있기 때문이다. 비극적인 사랑의 상징이 되어 버린 『로미오와 줄리엣』을 비롯해, 『햄릿』을 필두로 한 4대 비극과 『베니스의 상인』을 필두로 한 5대 희극 등, 그의 작품은 여전히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다. 또한 셰익스피어는 흔히 셰익스피어를 읽기 위해서라도 영어를 배울 가치는 충분하다고 말해진다. 한 작가의 작품을 읽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한 언어를 배우는 것에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말은, 우리로 하여금 그가 어느 정도의 작가인지를 가늠하게 해 준다. 그렇다면 과연 셰익스피어는 사랑에 대하여 어떤 문장을 남겼을까?
“그의 멋진 모습을 보세요. 그녀는 사랑할 수밖에 없어요.”
“사랑은 식혀야 하는 석탄 같은 거야. 그냥 놓아두면 심장을 태워 버리니까.”
이 책은 시 연구의 권위자이자 번역가인 울리히 베어가 셰익스피어의 작품 속에 나오는 사랑에 대한 문장들을 엮은 것이다. 베어는 “마치 거대한 금광에서 채굴된 보석 하나만 보고도 그 속에서 불꽃처럼 빛나는 아름다움에 감탄하는 것처럼” 이 책에서 제시된 문장만으로도 셰익스피어의 훌륭한 구절을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말한다. 그리고 베어에 따르면, 셰익스피어는 이러한 문장들에서 “사람들이 사랑에 빠지면 자신도 몰랐었던 자신의 일부가 드러난다는 것을 알려 준다.” 이는 우리의 경험으로부터도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이다. 우리는 사랑을 하면서 자신의 한계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넘기도 하고, 별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던 일에 쉽사리 겁먹기도 한다. 이상형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던 사람에게 빠져들기도 하고, 하루에도 수십 번 기분이 널뛰기도 하며, 얼음장 같던 사람을 불같이 만들기도 한다. 이 책에 실린 셰익스피어의 문장은 이처럼 사랑에 빠진 사람들의 마음을 아주 잘 표현해 주고 있다.
“그대가 멀리 있다고 해도, 내 생각이 미치는 범위라,
나는 항상 생각과 함께 있고, 생각 또한 그대와 함께 있어요.”
사랑의 어원은 ‘생각해서 헤아린다’라는 뜻을 가진 ‘사량(思量)’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니까 우리말에서 사랑이란, 상대를 생각하고 상대를 헤아리고자 하는 감정인 셈이다. 그리고 연인들이 흔히 자신들의 사랑에는 끝이 없음을 고백하곤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 헤아림이 ‘양’에 관한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아마도 그래서 우리는 아무리 밤새 헤아려도 잠들지 못하고 뒤척이는 것일지도 모른다. 셰익스피어는 유언으로 아내인 앤에게 “두 번째로 좋은 침대”를 물려줬다고 한다. 둘의 결혼 생활은 그리 행복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어쩌면 셰익스피어가 그녀에게 “두 번째로 좋은 침대”를 물려준 것은, 너무 좋은 침대에 누워 쉬이 잠들지 말고, 조금은 떠나간 자신을 헤아리다 잠들어 달라는 마지막 호소가 아니었을까? 아니면 애초에 그가 앤에게 물려줄 수 있는 침대는 “두 번째로 좋은 침대”뿐이었는지도 모른다. 두 사람이 서로 사랑했다면, “첫 번째로 좋은 침대”는 함께 잠들던 침대였을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