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쳐내려온 북한군에
아빠가 끌려갔다!
순영이에게는 아빠, 엄마, 오빠 순호, 그리고 남동생 순재와 여동생 순옥이가 있어요. 순영이를 낳아 준 엄마는 순영이가 네 살 때 돌아가셨고, 이후 아빠는 새엄마와 재혼하셨어요. 순재와 순옥이는 그 뒤에 태어났지요.
사실 순영이는 새엄마를 좋아하지 않아요. 엄마라고 부르지도 않았고요. 새엄마가 뭔가 서운한 말을 하거나 잔심부름을 시키거나 동생들을 돌보라고 하면 ‘새엄마라서 그래. 우리 엄마라면 그렇지 않을 거야.’라면서 입을 삐죽거리지요. 아빠를 동생들에게 빼앗긴 것 같다는 생각 때문에 새엄마와의 사이는 점점 멀어지고 있어요.
그러던 어느 일요일, 전쟁이 났어요. 북한이 쳐들어온 거예요. 처음에는 우리 국군이 북한군을 물리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북한군이 순영이네가 사는 서울 바로 위까지 공격해 내려왔어요.
아빠는 전쟁터에 끌려갈까 봐 순호를 혼자 피난 보냈지만, 자기만 살겠다고 아귀다툼을 벌이는 사람들의 모습에 질린 순호는 집으로 다시 돌아와요. 죽어도 가족들과 함께 죽겠다면서요.
걱정했던 대로 북한군은 순영이네 동네까지 내려왔고, 아빠와 오빠는 북한군에 끌려갈까 봐 산에 몰래 숨었어요. 아빠와 같은 방앗간에서 일하는 동료가 북한군 편에 붙어서 고자질한 탓에 아빠는 북한군을 위해 일해야 했지요. 그러나 연합군의 인천 상륙 작전 성공으로 북한군이 다시 밀리게 돼요. 순영이네 가족은 다시 예전 생활로 돌아갈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건 큰 오산이었어요. 북한군을 공격하는 연합군의 폭격에 맞아 순호가 죽고, 아빠는 북으로 쫓겨나는 북한군에게 끌려갔어요. 울며 매달리는 순영이에게 아빠는 “대나무에 꽃이 피면 돌아올게.”라고 말하며 끌려가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