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떨려온다. 잔인한 이야기다. 안다. 학교는 그런 곳이다. 도망갈 수 없는 곳. 학교에서 왜 괴롭힘이 계속되는가. 학생과 학생 사이에 왜 권위가 생기는가. 왜 학생들은 나쁜 일을 당해도 어른들에게만은 말하지 않는가. 뻔한 이야기다. 어른들을 믿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자신이 원해서가 아니라 어른들이 원해서 학교에 간다. 원한다고 전학 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모든 것은 어른들의 의사에 달려 있다. 아무것도 스스로 계획할 수 없다. ‘괴롭힘당하고 있으니 학교를 옮겨주세요’라고 말한다고 원하는 대로 처리되는 것이 아니다. 그 후의 일은 어른들 마음대로다. 그러니 이야기하지 않는다. ‘자기가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어른들’이 무슨 사고를 칠지 모르기 때문이다.
-「얼음 귀신을 모시는 아이들」 중
“망령이구먼, 망령이야.”
뒤에서 들리는 소리에 흠칫 놀라 돌아보니 할아버지 한 명이 서서 그녀를 바라보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길 건너 2층집 할아버지다. 어딘가 음침하고 기이한 분위기를 풍기는. 이 할아버지도 이사 온 날의 이미지에 남아있다. 2층집에서 커튼으로 몸을 가리고 한창 이사 중인 내 집 쪽을 훔쳐보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나는 할아버지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기… 망령이라뇨?”
할아버지는 그제야 내 존재를 깨달은 듯 게슴츠레한 눈으로 내 얼굴을 보더니, 내 집을 다시 한번 보고, 내 얼굴을 다시 보았다. 한참을 그러더니, 갑자기 그 얼굴에 경악, 혹은 공포 같은 것이 떠올랐다. 할아버지는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키고는 말했다.
“망령이구먼, 망령이야!”
-「알고 지내는 마을」 중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주 작은 구석, 그래, 아주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부분. 검지손가락과 엄지손가락 첫 번째 마디의 도톰한 부분에 마치 분처럼 얇게 묻은 백묵 가루. 그 아주 옅은 자국이 살짝살짝 드러날 때마다 나는 온몸이 달아올랐어. 그 하얀 부분이 힘을 줄 때마다 조금씩 눌리고, 다시 도톰하게 튕겨 나오는 장면은, 그래, 두개골에서 정전기가 올라서 아래로 타고 내려가 발끝까지 싸일 정도로, 에로틱했어. 그리고 그 손가락이 필기를 마치고 백묵을 가지런히 칠판 밑에 탁, 하고 내려놓는 순간에 나는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밀려 나오는 한숨을 억눌러야 했지.
나는 학교가 좋았어. 학교에 가는 시간이 너무 좋았지. 하지만 그렇지 않은 시간은, 그 손가락과 하얀 가루를 볼 수 없는 시간에는 고통에 몸부림쳤지. 폐에서부터 밀려 나오는 듯한 갈증에 몸속이 불타오르는 것 같았어. 그러다 어느 날부터, 백묵을 훔치기 시작했지.
-「백묵을 쥐는 손」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