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생태복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를 맞이했던 21세기 초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이 화두였듯이, 기후 및 감염병 위기의 일상화에 따라 2020년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생태환경과 인간사회의 행복한 공존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탓이다. 이 책은 2018년 이후 저자의 관심을 보여주는데, ‘생태복지’를 둘러싼 정의로운 회복력(just resilience), 탈성장(degrowth), 커먼즈(commons) 등의 관점을 살피고 생태계의 사회적 가치(social value), 생태사회적 경제(ecosocial economy)에 대한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다. 그리고 생태복지사회로 가기 위한 사례로는 숲가꾸기와 먹거리에 초점을 맞추어 검토한다.
이 책은 생태복지국가를 비롯한 생태복지체제가 생태복지사회라는 맥락에서 구체화되어야 함을 지향한다. 여기에서 ‘생태복지사회로 가는 길’의 경로탐색 도구로 삼는 회복력, 커먼즈, 환경정의, 생태사회적 경제, 생태사회적 전환 등의 범주는 모두 인간과 자연 간 공존을 향한 중범위 개념이다. 특히 회복력, 커먼즈의 범주는 그 자체로 생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융합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어서, 저자가 주장하는 생태사회적 통합 관점에 적합하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이 책에서 숲, 먹거리 등을 사례로 삼은 까닭은 생태복지의 핵심이 인간과 인간너머 존재 모두의 웰빙에 있으므로, 이와 관련된 쟁점으로 호흡 및 섭생의 생명활동 기반에 대한 관심이 적절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생태복지사회는 인간적 웰빙이 탐욕스런 성장 추구의 경로에서 전환하여 생태환경의 보전 방향으로 재정향하는 것을 필요로 한다. 이는 자본주의 시장 메커니즘에 대한 비판은 물론, 경제성장에 기반을 둔 복지국가 체계에 대한 정밀 검토 및 대안의 모색을 요청한다. 이 책은 생태복지국가의 작동에 관한 구체적 분석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생태복지사회라는 경로에 대한 다양한 지향들을 다루고 있다.
또 서언에서 언급하고자 하는 바는 생태복지사회로 가는 길의 주요 나침반인 탈성장에 대한 주장이 자본주의 시장에 대한 전면 거부라기보다, 포스트성장(postgrowth)이라는 성장 이후의 대안으로 채워질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21세기의 4반세기가 경과하면서 저성장(low growth)은 한국은 물론 주요 국가의 피할 수 없는 대세가 되어 왔다. 따라서 탈성장 자체가 생태복지사회의 목표가 될 수 없으며, 저성장에 따른 사회적 문제들을 포스트성장의 관점에서 어떻게 생태사회적 웰빙(ecosocial wellbeing)으로 연결할 것인가를 따져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5장과 9장을 제외하고 이 책에 실린 글들은 다음의 출처에서 수정, 보완된 것임을 밝힌다.
제1장 “탈성장시대 지속가능발전 목표의 정의로운 회복탄력성으로의 전환”, 《NGO 연구》, 2020, 15(1): 79-95.
제2장 “중강도 지속가능성을 향한 탈성장 접근의 전망”, 《강과 사람》, 2018, 7: 47-61.
제3장 “기후 및 감염병 위기에 맞서는 생태복지체제로의 전환 - 탈식민 사회정책의 접근”, 《한국민족문화》, 2022, 83(1): 161-188.
제4장 “생태사회적 커먼즈를 향한 성찰과 관련 사례들”, 《ECO》, 2018, 22(2): 77-100.
제6장 “공동자산의 사회적 가치 평가 시론”, 《ECO》, 2019, 23(2): 43-65.
제7장 “사회적 가치와 지속가능성”, 박명규 외, 《사회적 가치와 사회혁신》, 2018, 한울 중 13장.
제8장 《사회-생태계의 공동관리를 위한 성찰과 사례들》, 경제인문사회연구회, 2018 중 55-77쪽.
제10장 “생태사회적 경제 모델에 의거한 울주형 산림일자리사업의 회복력 기여에 대한 평가 : 사회적 경제의 생태화와 그린뉴딜 거버넌스 사이에서”, 《ECO》, 2021, 25(2): 97-123.
제11장 “울산 ‘사회적 임업’의 묘목을 심다”, 《울산학연구》, 2023, 18호: 179-207.
제12장 “먹거리 체계의 생태사회적 전환을 향한 먹거리 정의의 접근”, 《ECO》, 2021, 25(1): 7-36.
이 책의 발간 후 저자는 탈식민성과 생태복지의 연계가 갖는 현실가능성을 탐색하는 데 좀 더 치중할 계획이다. 그리고 6년 전 ‘글로벌 제3의 길’에 대한 한국적 해석을 시도한 연장선 위에서, 한국형 탈식민문화의 원형을 찾아보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발간을 위해 연구비를 지원한 울산대학교와 편집과정에 애쓴 한국문화사에 감사한다. 또 개인적으로 두 번째 맞이하는 갑진년에 그 동안의 삶을 더욱 가치있게 만들어 준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이 결실을 나누고자 한다.
2024년 봄에
저자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