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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전


  • ISBN-13
    979-11-92988-52-8 (43810)
  • 출판사 / 임프린트
    서해문집 / 서해문집
  • 정가
    11,8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4-04-11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
  • 번역
    채윤미
  • 메인주제어
    어린이, 청소년 소설: 고전소설
  • 추가주제어
    -
  • 키워드
    #어린이, 청소년 소설: 고전소설
  • 도서유형
    종이책, 무선제본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청소년
  • 도서상세정보
    135 * 205 mm, 136 Page

책소개

궁녀 운영과 김 진사의 슬픈 사랑 이야기. 함축적인 시와 배경지식이 필요한 고사가 많은 한문소설이지만, 섬세하고 간결한 문장으로 옮기고 각주를 최소화해 청소년 독자가 쉽게 완독할 수 있다. 다른 이본보다 원본 계열에 가깝고 시기적으로도 앞서 있어 본래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김일성종합대학교 소장본을 바탕으로 했다. 

엇갈린 인연이 만든 비극은 《당연하게도 나는 너를》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에 참여한 예란 작가의 그림으로 더욱 고조된다. 다채로운 빛으로 재현된 불행한 연인들의 사연과 자유를 갈망하는 운영의 사나운 운명을 따라가 보자.

목차

머리말

 

유영, 운영과 김 진사를 만나다

수성궁에 갇힌 열 사람

먹물 한 점에 시작된 사랑

그리움은 깊어만 가고

무녀를 찾아가다

자란의 계책을 토론하다

궁궐 담장 위로 쌓이는 기쁨

특의 음모와 안평대군의 의심

서궁 궁녀들의 마지막 진술

자결한 운영을 따라서

유영이 속세를 버리다

 

해설 《운영전》을 읽는 즐거움

본문인용

깊고 깊은 누각 저녁이라 사립문 닫히니

나무 그늘과 구름 그림자에 더욱 아득하네

떨어진 꽃잎 흐르는 물은 도랑 따라 나오고

제비는 진흙 물어 둥지 향해 돌아가네

베개 베도 꿈속의 나는 임 만나지 못해

눈 빠지게 기다리지만 소식 없네

옥 같은 모습 눈에 선해도 무슨 말 하리

푸른 풀숲 꾀꼬리 우니 눈물이 옷을 적시네

 

저는 편지를 보자 목이 메고 숨이 막혀 말하지 못했고, 눈물은 흐르다 피가 되었습니다. 병풍 뒤에 몸을 숨긴 채 오직 남이 알까 두려워했습니다. 이때부터는 잠시도 잊을 수 없었습니다. 바보처럼 미치광이처럼 말과 얼굴에 드러나니 대군의 의심과 시를 본 이의 말이 실로 빈말이 아니었지요. _58쪽

 

 

부용이 말했습니다.

“모든 일은 마음으로 정하는 것이 최선이고 말만으로 정하는 건 부족해. 두 사람이 다투다가 하루 종일 결정하지 못했다는 건 일이 순리에 맞지 않는단 거야. 한 집안의 일을 주인이 알지 못하는데 종들이 몰래 논의하는 것은 마음이 충성스럽지 못하다는 거고. 낮에 다투던 일에서 밤이 반도 지나지 않아 물러난 것은 사람이 믿을 만하지 못하다는 거지. 맑은 가을 옥 같은 시내가 어떤 곳을 가더라도 없지 않을 텐데 반드시 성안에 있는 사당으로 가려는 건 옳지 않은 듯해. 비해당 앞은 물이 맑고 바위가 깨끗해 해마다 이곳에서 빨래를 했는데 이제 바꾸려는 것도 마땅치 않아. 한 가지 일에 다섯 가지 잘못이 있으니 나는 너희의 말을 따를 수 없어.” _67~70쪽

 

 

저는 남쪽 지방 사람입니다. 부모님께서는 자식들 가운데 저를 특별히 사랑하셔서 밖에서 제 마음대로 놀도록 두셨습니다. 그래서 수풀이나 시냇가, 매화나무, 대나무, 귤나무, 유자나무 그늘에서 매일 즐겁게 놀기를 일삼았습니다. 이끼 낀 물가에서 물고기 잡는 아이들, 나무하고 가축을 기르며 피리 불고 노는 아이들이 아침저녁으로 눈에 선합니다. 그 밖에 산과 들의 풍경, 농가의 흥취는 일일이 말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 궁중에 들어와서는 그립고 돌아가고 싶은 마음을 억누를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흐트러진 머리와 때 묻은 얼굴, 지저분한 옷차림을 하고서 보는 사람들이 더럽게 여기길 바랐지만 주군 부인께서 오히려 더욱 사랑해 주시고 주군 또한 보통의 궁녀로 대하지 않으셨습니다. 궁중 사람들도 친형제처럼 사랑해 주지 않은 이가 없었습니다. 자못 의리를 알고 음률을 환히 깨닫자 나이 든 궁녀들도 존경하고 탄복했습니다.

서궁으로 옮긴 뒤에는 거문고와 서예에 전념해 재주가 더 깊어졌습니다. 대체로 손님들이 지은 시는 눈에 들어오는 게 하나도 없었습니다. 재능은 얻기 어려운 것이니 어찌 그렇지 않겠습니까. 남자의 몸으로 태어나 당대에 이름을 날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공연히 여자의 몸으로 태어나 불행한 신세가 되어 깊은 궁중에서 세월을 허비하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_78~79쪽

 

 

자란의 진술은 이러했습니다.

 

오늘 일은 죄가 헤아리지 못할 지경이니 마음에 품은 생각을 어찌 차마 숨기겠습니까. 저희는 모두 민가의 천한 여자입니다. 아버지가 순임금이 아니고 어머니는 순임금의 두 왕비가 아니니 남녀의 정욕이 어찌 없겠습니까. 목왕은 천자이나 늘 신선 세계의 연못에서 서왕모와 즐긴 일을 그리워했고, 항우는 영웅이나 장막 안에서 여인과 이별하며 눈물을 참지 못했습니다. 주군께서는 어찌 운영에게만 남녀의 사랑을 누리지 못하게 하십니까.

김 진사는 빼어난 사람인데 그를 궁 안으로 끌어들인 건 대군이십니다. 운영에게 벼루 시중을 들게 한 것도 대군의 명령이었습니다. 

… 제 어리석은 생각으로는, 운영이 김 진사를 한번 보게 해서 두 사람의 맺힌 원한을 풀어 주신다면 주군의 적선積善이 이보다 클 수 없겠습니다.

이전에 운영이 절개를 더럽힌 죄는 저한테 있지 운영에게 있지 않습니다. 저의 이 말은 위로 주군을 속이지 않고 아래로 동료를 배반하지 않으니, 오늘 죽더라도 영예로울 것입니다. 운영은 죄가 없지만 만약 제가 대신할 수 있다면 주군께서 제 몸으로 운영의 목숨을 대신해 주시길 엎드려 바라옵니다. _108~109쪽

서평

소설은 사회 모순을 고발하려는 목적으로 탄생한 장르이고, 모순은 약자의 삶에서 극적으로 드러난다. 어떤 처지의 누가 고발할 때 설득력이 높을까? 누구의 목소리로 말할 때 문제가 절실해 보일까? 

고전소설은 그 약자를 대개 여성으로 표현한다. 예를 들어 신분제의 최약체인 천민에 속하는 기생의 딸 춘향이 “충효 열녀에도 위아래가 있소?”라며 변학도의 부당한 권력에 저항하는 모습은 독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이 작품의 주인공 운영이 ‘궁녀’인 이유다.

 

자유를 꿈꾸는 운영과 김 진사의 금지된 사랑

그 비극에 기꺼이 함께하는 궁녀들이 일으킨 균열

 

조선 시대 궁녀는 하층 계급이자 여성이라는 점에서 신분과 성별의 제약이 있었다. 그러나 운영과 아홉 궁녀는 안평대군의 수성궁에서 당대 지배층 남성이 누리는 최고 수준의 교육을 받는다. “손님들이 지은 시는 눈에 들어오는 게 하나도 없”을 정도로 뛰어난 재주를 기른다. 소옥, 부용, 비경, 비취, 옥녀, 금련, 은섬, 자란, 보련, 운영이라는 이름이 있다는 사실 또한 이들이 저마다 고유한 캐릭터임을 암시한다. 나들이 갈 장소를 정하는 일을 두고 팽팽하게 토론하는 과정은 궁녀들의 깊은 학식과 정확한 판단력을 보여 준다. 그들이 궁녀의 비인간적인 삶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운영과 김 진사의 사랑을 지지하게 되는 계기이기도 하다. 

고기가 언덕처럼 쌓여 있고 술이 강처럼 흐르지만 담장 밖으로는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는 곳. 누구나 시를 논하고 문장을 갈고닦을 수 있지만 결국 여성은 명성을 얻을 수 없는 곳. 이 모순을 알아차리고 궁의 규율 대신 운영의 곁에 서는 궁녀들에게서 수성궁의 균열은 시작된다. 두 연인이 만날 수 있게 돕고, 안평대군이 의심을 누그러뜨리도록 운영을 감싸 주는 것이다.

 

온전히 여성의 눈으로 그려 낸 세계

 

고전소설 속 여성은 주로 남성 주인공의 눈에 비친 세상의 일부였다. 다정한 연인이나 현명한 아내와 같이 남성의 욕망에 응답하는 존재에 가까웠다. 방에 불쑥 침입한 남성의 고백까지도 선뜻 받아들이는 모습으로 묘사되었다. 〈이생규장전〉의 최랑처럼 주도적인 역할을 맡기도 했지만 자신의 내면을 직접 말하지는 못했다. 

반면 《운영전》은 주요 사건이 모두 운영의 입장에서 서술되며, 운영은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또렷이 표현한다. 안평대군의 분노에도 김 진사를 향한 마음을 부정하지 않는다. 정절을 지키지 못한 죄와 그간의 거짓말, 자신과 연대해 준 동료들이 벌을 받게 된 상황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고 진술할 뿐이다. 자유를 옹호하고 신분제의 불합리함을 고발하는 작품의 메시지는 운영의 말들에 의해 더욱 선명해진다. 

불행한 연인들의 사연을 다룬 고전은 많다. 그런데도 《운영전》은 새롭다. 온전히 여성 주인공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전달함으로써 모순적인 사회 질서로 인한 약자의 고통을 구체적으로 드러내기 때문이다. 《운영전》은 새로운 시선의 힘으로 지금도 억압당하고 있는 모든 존재에게 필요한 자유의 가치를 역설한다는 점에서 시대를 초월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저자소개

번역 : 채윤미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대학원에서 한국고전소설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전남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조선 후기에 여성들을 중심으로 향유된 한글장편소설에서 도교·불교와 같은 요소가 유교 중심의 세계관 속 여성 인물 서사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 〈한글장편소설에 나타난 여성과 종교의 관계〉 〈조선 후기 한글장편소설의 선계仙界 형상 연구〉 등이 있다.
해설 : 송동철
국어 교사. 서울특별시교육청 오디세이학교에서 삶의 의미와 방향을 찾는 열일곱 살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전국국어교사모임 독서교육분과 ‘물꼬방’에서 공부하며 《한 학기 한 권 읽기, 어떻게 할까?》 《우리들의 랜선 독서 수업》 등을 함께 썼다.
그림작가(삽화) : 예란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장면에 다채로운 빛과 은은하고 따뜻한 색을 더해 특별한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일러스트레이터.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 《괜찮지 않은데 괜찮은 척했다》 등의 일러스트를 그렸다.
고전에 사진과 그림이 없다고?
그랬습니다. 2000년 무렵, 고전들은 한결같이 원문이 들어가고, 주가 들어가는, 말 그대로 고전이었습니다. 그때 “어떻게 하면 독자들이 읽기 쉬우면서도 제대로 이해하는 고전을 만들까?” 고민하고 또 고민한 끝에 그림과 사진, 지도가 들어가는 최초의 고전 번역서를 출간했습니다. 그 결과물이 〈오래된 책방〉 시리즈입니다. 서해문집은 독자 여러분을 위해 헌신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문명의 보존과 미래를 위해 출판사의 역량을 투입하는 출판사. 서해문집은 그런 출판사가 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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