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속으로
다연은 하나도 줄지 않은 사료 그릇을 바라보았다.
“왜 나보다 빨리 어른이 돼? 나는 아직 어린데 너는 왜 할머니가 돼서 날 떠나려고 해?” _10쪽
꼬미는 강아지풀 같은 꼬리를 오른쪽으로 파들파들 흔들었다. 비록 현실은 아파트에 사는 자그마한 믹스견이지만 모험이라는 말을 들으면 가슴이 콩닥거린다. _14쪽
꼬미는 있는 힘껏 ‘멍멍!’ 하고 소리쳤다.
‘오늘 절대 널 떠나지 않을 거야. 정말이야! 내가 강아지라서 너무 싫은 건 오늘이 처음이야. 내 동생을 슬프게 하다니. 내가 사람 말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_24~25쪽
“꼬미 양, 이제 됐으니 절 믿으세요!”
쫑 선생은 바들바들 떨면서도 꿋꿋하게 자리를 지켰다. 꼬미는 창틀로 뛰어올랐다. 그다음에 튜브로 몸을 날렸다. 튜브 아래에서 구구가 비명을 질렀다. 꼬미는 튜브를 네발로 꽉 붙잡았다가 스티로폼 뚜껑을 향해 몸을 날렸다. _42쪽
“웃긴다. 무슨 강아지가 호랑이 인형 위에 앉아 있담.”
다연은 쿡쿡 터지는 웃음을 참았다.
“바로 그 용맹한 강아지가 너와 네 언니를 도와주려는 거란다.”
후추가 또랑또랑하게 대꾸하자 다연은 주눅 든 강아지처럼 움츠러들었다. _52~53쪽
“어라, 뭔가 조금 이상한데? 나 두 발로 서 있어!”
“키가 비슷해졌어. 꼬미가 커진 거야?”
여전히 다연이 훨씬 컸지만, 나란히 서 있는 다연과 꼬미의 눈높이가 얼추 맞았다.
“네가 작아진 거야. 여기는 레인보 마을이니까.” _63~64쪽
허공에서 펼쳐지는 추억은 전부 한 곳에 모여 오렌지빛, 보랏빛, 에메랄드빛이 섞인 공이 되었다.
“아까 네가 본 커다란 공이 바로 저 댕댕별이야. 댕댕별이 반짝이지 않는 날은 없어. 이별로 생긴 별이지만 저렇게 예쁘잖아. 그러니까 이별은 슬프기만 한 게 아니야.” _79~80쪽
“나도 꼬미와 헤어질 걸 생각하면 너무 슬퍼. 하지만 무턱대고 참지만은 않을 거야. 슬프면 슬프다고 말할 거야. 꼬미 얘기가 하고 싶으면 언제든지 할 거야. 그건 내가 그만큼 꼬미를 사랑한다는 뜻이니까.” _102쪽
“어른이 돼서 꼬미를 잊어버리면 어떻게 해?”
꼬미는 팔에 머리를 대고 누운 다연의 이마에 코를 가져다 댔다.
“괜찮아. 우리가 함께한 시간은 변함없으니까. 이제 어서 자.”
꼬미는 다연의 숨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속삭였다.
“나의 친구, 나의 가족……. 엄마의 아기이자 내 동생인 너를 사랑해.” _114~11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