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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에서의 질문

뜰은 좁지만 질문하는 인간은 위대하다


  • ISBN-13
    978-89-7682-847-7 (03190)
  • 출판사 / 임프린트
    (주)그린비출판사 / (주)그린비출판사
  • 정가
    19,5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4-04-05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김풍기
  • 번역
    -
  • 메인주제어
    철학
  • 추가주제어
    -
  • 키워드
    #철학 #에세이 #예술
  • 도서유형
    종이책, 무선제본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성인 일반 단행본
  • 도서상세정보
    140 * 210 mm, 352 Page

책소개

옛사람들이 꿈꾸고 가꾼 뜰을 그들이 기록한 시문에서 찾아내 읽고 해석한 이 책은 고려 후기 문인 가정 이곡과 조선 전기 문인 서거정의 뜰을 시작으로 안평대군, 지봉 이수광, 미수 허목의 뜰을 거쳐 조선 후기 여항문인들과 문무자 이옥, 박죽서, 유박, 여암 신경준의 뜰까지 옛사람들의 다채로운 뜰을 재구하였다. 그 과정에서 저자는 자신이 소박하게 가꾸고 있는 현대의 뜰과 옛사람들이 가꾼 뜰을 대비시키며 뜰이 내포한 다양한 의미를 풀어내고 있다. 

옛사람들의 뜰을 재구하는 과정은 사람과 자연의 공생 문제를 비롯하여 자연의 사슬 위에 인간의 생명이 근거한다는 사실과 작고 소박한 뜰에서도 광활한 우주를 얼마든지 체험하고 상상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옛사람들의 글 안에 섬세하게 접혀있는 수많은 주름을 하나씩 조심스럽게 펼쳐 보이는 이 책은 옛사람들의 작고 소박한 뜰이 그러나 얼마나 장엄하고 아름다웠는지를 느낄 수 있는 한편 현재에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그러한 뜰을 가꾸어 세상으로부터 받은 긴장과 상처를 다독이고 치유할 수 있으며 나아가 사유의 지평까지 넓힐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목차

서문_작은 숨터에서의 행복한 기억들 • 13

 

작은 뜰에서 던져 보는 작은 생각들 • 25

 

채마밭에서 천하를 묻는다 • 45

- 고려 후기 가정 이곡의 텃밭 풍경

 

전원으로 돌아가지 못한 사람의 뜰 • 63

—조선 전기 문인 사가 서거정이 던지는 질문

 

뜰에 만든 무릉도원 • 83

—안평대군의 비해당 뜰

 

석가산이 있는 풍경 • 107

—조선 전기 관료문인들이 즐기던 뜰

 

비우당 뜰에서 천하를 상상하다 • 135

—지봉 이수광의 뜰

 

진리를 향한 곧은 마음으로 가꾸는 뜰 • 163

—미수 허목의 십청원

 

하찮고 조그만 사물에 대한 애정으로 만든 무릉도원 • 189

—문무자 이옥의 뜰

 

우주 안에 만든 채마밭에 오롯이 서서 • 213

—텃밭의 공간적 확장과 그 의미

 

여항의 예술인들이 어울리던 뜰 • 235

—천수경의 송석원

 

평생토록 설계해 온 아름다운 뜰 • 255

—조선 후기 여항문인 장혼의 뜰

 

그리움과 외로움 가득한 조선 여인의 뜰 • 279

—조선 후기 박죽서의 삶과 시

 

꽃 속에서 보낸 생애 • 301

—유박의 백화암

 

이름 모를 꽃들의 뜰 • 327

—여암 신경준의 순원

본문인용

우리가 사는 터전은 일정한 경계로 공간을 구별한다. 울타리로 구별된 경계 안쪽에는 건물이 있고, 건물 이외의 공간은 집주인의 취향에 따라 다양하게 활용된다. 울타리와 건물 사이에 존재하는 넓은 공간을 흔히들 정원이라고 부르지만, 그 공간을 지칭하는 용어는 다양하다. 떠오르는 대로 열거해 보겠다. 원(園, 苑), 정(庭), 정원(庭園, 庭苑), 원정(園庭), 원정(園亭), 원림(園林), 원유(園囿, 苑囿), 화원(花園), 임천(林泉) 등이 있다. 비슷해 보이지만 맥락에 따라 의미가 약간 다르다. 우리말에도 그 공간을 지칭하는 말이 있다. 뜰, 뜨락, 마당 등이 떠오른다.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한데, 이 역시 맥락에 따라 단어마다 어감의 차이가 있다. (28쪽)

 

허균은 이렇게 물었다. 아무리 누추하고 초라한 집에 산다고 해도, “그곳에 군자가 살고 있다면 무슨 문제가 있겠는가?” 

사소할지 모르지만, 작은 뜰에서 던지는 질문이 때로는 시공을 넘어 지금의 우리에게 생각거리를 던져 주기도 한다. 그 질문들이 역사에 울림을 주었고, 사람의 생각을 바꾸었으며, 세상을 흔들었다. 설령 세상을 뒤흔들 만한 대단한 질문이 아니면 또 어떻겠는가. 그렇게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소박한 질문을 던지는 모습에서 우리는 사람이 살아가는 멋진 태도를 배울 수 있지 않겠는가. (43~44쪽)

 

연경 골목 한 귀퉁이에 있는 조그만 채마밭이었지만, 이곳은 천하를 읽어 내는 터전이기도 하다. 그것은 삶의 작은 움직임을 허투루 흘려보내지 않고 깊이 생각하며 천하를 위한 질문을 던지는 이곡의 내공이 깊은 덕분이다. 이것이야말로 노자(老子)의 말을 인용하여 표현한바, ‘문을 나서지 않아도 천하의 일을 안다’(不出戶庭知天下)는 말과 정확히 통한다. (61쪽)

 

자본이 우리의 등을 떠밀고, 노골적으로 거기에 편승해서 자신의 욕망을 무한대로 넓혀 나가는 것이 미덕이 되어 버린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책을 읽으면서 욕망을 버리라고 우아하게 충고하는 일은 늘 고루하고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비판을 받기 일쑤다. 그렇지만 오랜 옛날부터 인간의 마음을 잘 다스려서 좋은 세상을 만들려는 노력은 꾸준히 이어져 왔고, 우리는 옛 성현들의 말씀을 읽음으로써 좋은 세상으로 가려는 희망을 발견하고 공부하는 것이다. 좋은 책을 읽고 우리 삶을 돌아보는 것은 현대 문명의 거센 물결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을 지키면서 마음을 다잡으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138쪽)

 

이수광은 좁은 비우당 뜰에서 은거하고 있었지만, 그의 눈과 정신은 세계를 유영(遊泳)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야말로 이수광은 좁은 방 안에 앉아서 온 천하를 유목하던, 위대한 노마드였다. 성리학이 조선 사회에 깊이 파 놓은 홈 파인 공간을 거침없이 가로지르면서 자신의 생각을 펼쳐갔던 곳이 바로 그의 작은 뜰이었다. 중화 문명의 공간을 넘어서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지역을 기록하고 상상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만들어 갔던 것이다. 그런 점에서 비우당 뜰에서 다양한 책을 읽고 정리하며 질문을 던지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지봉유설』을 써 나갔던 이수광의 삶이야말로 얼마나 자유롭고 새로운 것이었던가. 문을 닫고 세속의 발길을 끊었지만, 오히려 그의 뜰이 천하를 상상하게 만드는 무한대의 공간이었던 셈이다. (162쪽)

 

여항인들의 시사들은 역사 속에 명멸했지만 그중 빛나는 별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코 송석원시사다. 지금은 서울 도심의 확대와 함께 옛 모습을 거의 잃었지만, 불과 백 년 전까지만 해도 인왕산 인근은 서울 근교에서 가장 아름다운 명승을 자랑하는 곳이었다. 인왕산에서 흘러내리는 계곡이 몇 줄기 있지만 그중에서도 옥류동(玉流洞)은 백련봉(白蓮峰)에서 필운대로 흘러내리면서 굽이마다 승경을 감추고 있었다. 시냇물이 옥과 같이 맑아서 옥류계(玉流溪)로 불리기도 했던 이 시내를 따라 골짜기로 들어가면서 많은 명사들이 집터를 잡았다. (243쪽)

서평

옛사람들의 뜰에서 마주한

삶과 자연에 대한 아름다운 질문들

   

 

 

옛사람들의 시문에서 찾아낸 다양한 뜰

그 뜰의 아름다움을 섬세하게 펼쳐내다!

 

옛사람들이 꿈꾸고 가꾼 정원, 즉 뜰에 대한 기록을 그들의 시문에서 세심하게 찾아 읽고 그 의미를 해석한 이 책은 고려 후기 문인 가정 이곡과 조선 전기 문인 서거정의 뜰을 시작으로 안평대군, 지봉 이수광, 미수 허목의 뜰을 거쳐 조선 후기 여항문인들과 문무자 이옥, 박죽서, 유박, 여암 신경준의 뜰까지 옛사람들의 다채로운 뜰을 재구하였다. 그 과정에서 저자는 종종 자신이 소박하게 가꾸고 있는 현대의 뜰과 옛사람들이 가꾼 뜰을 대비시키며 뜰이 내포한 다양한 의미를 풀어낸다.

 

옛사람들은 자신들이 가꾼 소중한 뜰을 개성 있는 필치로 묘사했다. 그를 통해 그들은 삼라만상과 하나가 되어 자연과 대화를 나누며 자신의 사유 세계를 넓혀 나갔다. 고작 몇 평의 채마밭에서 천하의 이치를 물은 이가 있는가 하면 어떤 이는 뜰에 자신만의 이상향을 만들고자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런가 하면 뜰에서 세상으로부터 받은 상처를 치유하고자 했던 이, 꽃에 미쳐서 자신만의 완전한 화단을 가꾸려 했던 이, 이름 모를 풀들에 대한 애정을 숨김없이 드러낸 이도 있었다.

 

옛사람들의 뜰을 재구하는 과정은 사람과 자연의 공생 문제를 비롯하여 자연의 사슬 위에 인간의 생명이 근거한다는 사실과 작고 소박한 뜰에서도 광활한 우주를 얼마든지 체험하고 상상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옛사람들의 글 안에 섬세하게 접혀있는 수많은 주름을 하나씩 펼쳐 보이는 이 책은 옛사람들의 작고 소박한 뜰이 그러나 얼마나 장엄하고 아름다웠는지를 느낄 수 있는 한편 현재에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그러한 뜰을 가꾸어 세상으로부터 받은 긴장과 상처를 다독이고 치유할 수 있다는, 나아가 사유의 지평을 넓힐 수 있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옛사람들의 뜰에서 발견하는 질문과 자연

그에 대한 마음의 지층 탐사

 

근대화 과정에서 대한민국의 많은 사람이 자연과 멀어져서 도시인이 되었다. 이들은 대부분 아파트에서 살고 시멘트 건물에서 일하며 아스팔트 위를 오간다. 자연은 그저 휴일에 잠시 쉬러 가거나 관광하는 곳이 되고 말았다. 그럼에도 도시인의 내면에는 오랜 세월 동안 자연과 함께 살아왔던 삶의 흔적이 축적되어 있다. 이 책은 그 마음의 지층을 탐사하여 자연과 함께 살았던 기억을 되짚어 보고, 그때의 삶을 실천한다면 얼마나 풍요로운 인생이 될 것인가 하는 점을 짚어 내고 있다.

 

옛사람들 역시 기회만 되면 전원으로 돌아가고 싶어 했다. 생계로 인해 마지못해 이어가야 하는 관직 생활이 주는 피로, 권력 다툼에서 비롯된 극도의 긴장과 위험, 뛰어난 재능을 가졌음에도 뜻을 펼칠 수 없는 시대적, 신분적 상황이 주는 좌절과 외로움 등. 옛사람들 역시 생활인으로서, 욕망에서 쉽게 자유로워지지 못한 한 인간으로서 자기 삶과 시대 속에서 발버둥 쳤다. 그런 연유로 옛사람들의 뜰은 그들의 이상향이 실현된 공간이 되었다. 일상 탈출이 여의치 않을 때 옛사람들은 뜰을 만들어 가꾸었고, 그것이 어려우면 한 뼘 텃밭이라도 일구었다. 이 책에서 저자가 정원이라는 말보다는 뜰이라는 말을 주로 사용하는 데는 뜰이 우리말이기도 하지만 채마밭, 즉 텃밭까지도 포함하는 뜰이 저자가 그 의미를 전하고자 하는 공간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작은 뜰에서 옛사람들이 던졌던 크고 작은 질문은 시공을 넘어와 우리에게도 생각할 거리를 던지고 있다. 역사에 울림을 주는 질문이 있는가 하면, 사람의 생각을 바꾼 질문도 있다. 그야말로 ‘뜰은 좁지만 그곳에서 질문하는 인간은 위대한’ 것이다. 하지만 세상을 뒤흔들 만한 질문이 아니라도 좋다.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사람으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묻는 것 또한 참으로 좋은 질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한 걸음만 떨어져도 새로이 펼쳐지는 

장엄한 뜰의 세계에 문 두드리시라!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세상으로부터 많은 상처를 받는다. 하지만 그 상처가 제대로 치유되기도 전에 일상은 사람을 생활 전선으로 떠민다. 그런 상처들이 누적되면 사람은 스스로 자기 생명을 위태롭게 만들기도 한다. 이 책은 우리를 험한 세상에서 잠시나마 떨어져 있게 하며, 우리가 미처 눈길을 주지 못해도 우리 바로 옆에서 우리와 함께하고 있는 수많은 생명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한다. 아파트 베란다에 놓은 작은 화분, 도시 골목 한 귀퉁이에 자리한 손바닥만 한 작은 뜰에서라도 자연을 느낀다면 우리가 날마다 마주하는 세상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 준다.

 

최근 들어 아파트를 벗어나서 자연으로 거처를 옮기는 움직임이 사회적으로 제법 크게 일고 있다. 소득이 높아지면서 나타나는 일반적인 현상으로 해석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은 도시 생활에서 지친 삶을 재설계하고 자신의 삶을 새롭게 바꾸고자 하는 결심 혹은 실천의 한 방책이기도 하다. 세상에서 한 걸음만 떨어져도 드넓고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전원생활을 꾸려 나가고 있는 독자뿐 아니라 전원생활을 꿈꾸는 독자, 도시 생활에 익숙하기는 하지만 자연이 우리에게 펼쳐 보이는 새로운 세상, 그 아름답고 장엄한 세상을 만나고 싶은 독자라면 이 책을 일독할 것을 권한다.

 

 

저자소개

저자 : 김풍기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났다. 강원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에서 석사 및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강원대 국어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는 『고전문학사의 라이벌』(공저), 『선가귀감, 조선 불교의 탄생』, 『한시의 품격』, 『선물의 문화사』, 『한국 고전 소설의 매혹』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세계 최고의 여행기 열하일기』(공역), 『옥루몽』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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