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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커 씨, 사실인가요?

베스트셀러 저자 스티븐 핑커와 한스 로슬링이 말하지 않은 사실들


  • ISBN-13
    979-11-89385-48-4 (93300)
  • 출판사 / 임프린트
    도서출판 어떤책 / 도서출판 어떤책
  • 정가
    18,0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4-04-05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이승엽
  • 번역
    -
  • 메인주제어
    사회적 태도
  • 추가주제어
    사회, 문화: 일반 , 사회, 윤리적 이슈 , 빈곤, 불안정 , 사회학 및 인류학 , 사회학 , 인구, 인구통계학 , 사회연구 및 통계
  • 키워드
    #사회적 태도 #사회, 문화: 일반 #사회, 윤리적 이슈 #빈곤, 불안정 #사회학 및 인류학 #사회학 #인구, 인구통계학 #사회연구 및 통계 #신낙관주의 #스티븐핑커 #팩트풀니스 #신자유주의
  • 도서유형
    종이책, 무선제본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성인 일반 단행본
  • 도서상세정보
    135 * 205 mm, 384 Page

책소개

《팩트풀니스》와 《지금 다시 계몽》이 보여 주는 팩트와 보여 주지 않는 팩트, 그 둘을 동시에 읽으면 세상이 더 정확하게 보인다!

 

세계적 베스트셀러의 팩트 사용법에 문제를 제기하며 올바른 팩트 사용법을 알려 주는 책

 

 “대학생인 저자의 학문적 역량이 놀랍다.”

_정희진 여성학자

 

 “이 책은 데이터와 통계를 팩트라는 거짓 우상을 만들어 내는 마법의 지팡이가 아니라, 우리의 생활 세계를 깊고 풍부하게 이해하는 인식의 도구로서 회복시킨다.”

_홍기빈 경제학자

 

“핑커와 로슬링의 책에 압도당했던 독자라면, 영화 〈매트릭스〉에서 주인공이 빨간 약을 먹고 세상의 진실을 접하며 받은 충격을 겪을 수도 있을 테다.”

_강양구 과학전문기자

 

 

 

목차

저자의 말

 

서론: 팩트 시대의 탈진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팩트, 팩토이드, 사실관계, 맥락 / 팩트물신주의와 반지성주의 / 인문교양서의 팩트물신주의 / 그들이 팩트를 사용하는 방식

 

1장 팩트물신주의가 보여 주지 않는 것

《팩트풀니스》와 《지금 다시 계몽》 / 신낙관주의의 세계관 / ‘탈정치’라는 착각 / 다시, 팩트는 무엇인가: 팩트의 구성, 관련, 가치

 

2장 어떤 팩트는 만들어진다 -빈곤과 발전-

그들은 극단적 비극을 어떻게 측정했는가——— 극단적 빈곤은 어떻게 정해졌을까 / 팩트가 구성된다는 것은 / 무엇을 측정할 것인가 / 물가지수가 보여 주는 것과 숨기는 것

어떻게 측정해야 할까———  세계은행 빈곤선의 진짜 문제 / 해석자와 정치적 함의 / 풍요의 세계화인가, 빈곤의 세계화인가 / 1990년 중국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지수의 정치———  삭스와 워너의 지수가 갖는 문제 / 자본주의와 빈곤 / 200년 전 세상에 대해 알 수 있는 것 / GDP가 하루아침에 바뀌다 / GDP와 식민지 근대화론 / 1810년 극빈율이 23퍼센트라는 데이터 / 왜 빅토리안 홀로코스트를 다루지 않는가

 

3장 관련: 사실의 구조 -건강 및 수명, 사회 진보-

장수의 비결이 경제성장?——— 기대수명, 세상이 좋아지고 있다는 두 번째 지표 / 치료약이 개발되기도 전에도 결핵이 감소한 이유 / 경제성장이 아니라면? 

프레스턴 커브: 돈으로 수명을 얼마나 살 수 있을까———  국가의 경제성장 vs 그 밖에 다른 요인 / 공시적 상관관계와 통시적 인과관계 / 교육과 수명의 상관관계

문제는 정치야, 바보야!———  정치와 진보 / 왜 중국의 기대수명이 인도보다 높을까 /  노동력의 탈상품화와 건강

 

4장 가치: 팩트에도 불구하고 -행복과 웰빙-

행복하다고 느끼지 않는 사람들 / 사람들은 정말 긍정적 변화를 금방 잊을까 / 행복의 비법 / 사회안전망과 행복의 관계

 

5장 우리 본성의 천사, 혹은 국가 본성의 악마

핑커가 폭력을 측정하는 방식 /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는가 / 거듭되는 오류들 / 국가 본성의 악한 악마? / 긴 평화인가, 반복되는 패턴인가 / 전쟁 사망자 수는 전쟁의 추세를 대리하는가 / ‘역사의 종말’은 취소됐을까 / 데이터는 스스로 말하는 법이 없다

 

6장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은 무엇을 착각했나 -환경 및 생태-

우리는 환경운동가들에게 속았는가 /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의 착각 / 맥락을 벗어난 인용 / 허수아비 공격 / 인터뷰이가 반박하는 인용 / 취소되지 않았다 / 종말은 아니지만

 

결론: 팩트 너머의 공동체

일베와 팩트물신주의 / 역사수정주의가 팩트라고 일컫는 것

 

해제——— 승엽 씨, 놀랍습니다! (강양구) 

 

본문인용

《팩트풀니스》를 읽는 동안 이만큼 재미있게 잘 쓰이고 유익하기까지 한 책은 찾아보기 어려우리라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빼어난 책조차 간과하고야 마는 인식론적 맹점이 있음을 밝히고, ‘팩트’라고 일컬어지는 것들의 중립성과 객관성에 의문을 붙이는 작업을 밀어붙일 수 있었다. _4쪽, 〈저자의 말〉에서

 

탈진실이란 무엇인가.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 직후 백악관 대변인은 취임식에 모인 인파가 “역대 최다”였다고 발표했다. 이 발언은 사진 자료를 통해 곧 거짓으로 밝혀졌다. 그러자 트럼프의 측근인 백악관 고문 켈리앤 콘웨이가 그것은 거짓이 아니라 “대안적 사실(alternative fact)이었다”라고 변명했는데 바로 이 장면이 탈진실이라는 새로운 시대정신의 상징이 됐다. _11쪽, 〈서론〉에서

 

해외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유행했던 다음의 밈은 사실관계가 결여된 단편적 사실, 혹은 팩토이드가 어떻게 부조리한 결론을 내놓을 수 있는지를 재치있게 다룬다. 신형 아이폰 모델에 비해 돌멩이가 더 저렴하고(“Affordable”), 내구성이 좋고(“Shatter Proof”), 새로운 모델의 출시로 가치가 떨어질 일도 없다(“Won’t Be Obsolete”). 하지만 그 누구도 이런 비교로 아이폰 대신 돌멩이를 선택하지는 않는다. 아이폰 소비자의 주된 관심은 통신 기능을 갖춘 장비를 구매하는 것이며, 가격과 내구성은 모두 통신장비라는 전제하에서만 의미가 있는 사항이기 때문이다. 돌멩이와 아이폰 비교에는 이러한 사실관계가 고려되지 않았다. 팩트의 형식을 취하더라도, 적절한 사실관계와 맥락이 뒷받침되지 않는 팩토이드에는 실질적 의미가 없다. _13~14쪽, 〈서론〉에서

 

얼마 전 여러분이 읽은 그 책도 팩트물신주의로부터 자유롭지 않을지 모른다. 인문사회 출판시장을 주름잡았던 익숙한 이름들에서도 팩트물신주의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아니, 오히려 팩트물신주의는 출판시장을 통해 번듯한 ‘인문교양’의 얼굴을 하고 전파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철학의 깊이, 사유의 체계보다는 지식의 넓이와 많음을 지향하는 일각의 독서 트렌드를 생각해 보면 아주 놀라운 일도 아니다. _16쪽, 〈서론〉에서

 

세상이 나아졌는지 나빠졌는지 알아보기 위해 수치를 들여다보자고 핑커가 얘기할 때, 우리는 그 수치가 무엇을 세고, 무엇을 세지 않았으며, 어떤 방식과 어떤 단위로 세었는지, 그 수치 이면의 사실관계를 더듬어 보고 해석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_55~56쪽, 〈1장 팩트물신주의가 보여 주지 않는 것〉에서

 

혹여 GDP에도 어떤 문제가 있을 수 있을까? 그토록 자주 거론되는, 가장 신뢰받는 경제 지표에? 어떤 팩트들이 사회적 과정을 통해 구성된다고 할 때, GDP 통계만큼 적절한 예시도 또 없을 것이다.

GDP 계산에 어떤 경제활동을 포함하고 포함하지 않을지를 결정하는 기준은 필연적이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GDP는 자의적이다. 오늘날 GDP 통계의 작성은 국제적으로 약속된 표준인 유엔의 국민계정체계(System of National Accounts)를 따르지만, 이 사실이 그 자의성을 제거해 주지는 않는다. GDP 통계의 작성은 모종의 사회적 약속과 관행을 따라 이뤄진다는 바로 그 사실 때문에 자의적이다. 사회적 약속이 변경되면 언제든 GDP 통계의 팩트도 변경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점을 염두에 두면, 문재인 정부의 재정 정책을 둘러싸고 이른바 ‘재정건전성 논쟁’이 한창이던 2019년의 다음 뉴스를 우리는 GDP 통계의 자의성과 관련한 해프닝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_121~122쪽, 〈2장 어떤 팩트는 만들어진다〉에서

 

2022년 이스털린의 저서 《지적 행복론》의 출간과 관련해 이스털린을 인터뷰할 기회를 얻었던 나는 이스털린에게 이렇게 물었다. “상당의 인구가 극빈 상태인 저소득 국가에게는 부유한 나라의 경우보다 경제성장이 더욱 중요하지 않나요?”

이스털린은 이렇게 대답했다. “경제성장이 아니라 행복이 정책 목표가 되어야 합니다. 이건 고소득 국가뿐 아니라 저소득 국가에도 해당하는 얘기입니다. 코스타리카는 비록 가난한 나라였지만 복지국가를 건설했고,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들 중 하나입니다. 한국이나 미국보다도 더 행복하지요.” _260쪽, 〈4장 가치: 팩트에도 불구하고〉에서

 

댄 넵스태드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셸렌버거의 〈포브스〉 기사가 “내 발언을 문맥을 벗어나게 인용했고 “내가 말하지 않은 것들을 내게 돌렸다”는 말을 남기는가 하면, 팩트체크 전문 매체 〈스놉스Snopes〉에 셸렌버거와의 인터뷰를 “내가 한 가장 경솔한 인터뷰 중 하나”라고 평하기도 했다. 넵스태드를 인용한 부분은 셀렌버거의 탈맥락이 분명하게 틀린 정보를 생산한 예다. _335쪽, 〈6장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은 무엇을 착각했나〉에서

 

서평

2017년 7월 28일 영국 매체 〈가디언〉에는 〈세계는 정말 이전보다 좋아지고 있는가Is the World Really Better than Ever?〉라는 기사가 실렸다. 이 기사는 몇몇 지식인들을 “신낙관주의자the New Optimists”라고 일컬으며 스티븐 핑커의 책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가 “신낙관주의자들의 레퍼런스 텍스트”라고 말한다. 

여기서 신낙관주의란 무엇일까. 우리에게는 아직 낯선 개념이다. 신간 《핑커 씨, 사실인가요?》에서 이승엽 저자는 신낙관주의를 “사회가 좋아지고 있다는 믿음을 과학적 근거에 기초해 정당화하는 입장”이라고 정의하며, “방대한 내용을 가진 사상체계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여러 저술과 담론에 걸쳐 나타나는 일관된 지향”이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신낙관주의의 대표서로 하버드대학교 심리학 교수 스티븐 핑커의 《지금 다시 계몽》과 스웨덴 공중보건 전문가 한스 로슬링의 《팩트풀니스》를 꼽는다. 둘 다 2018년에 출간된 세계적 베스트셀러다. 

 

신낙관주의의 대표서 《지금 다시 계몽》, 《팩트풀니스》

《지금 다시 계몽》의 주요 메시지는 세상은 좋아지고 있으며, 데이터가 이를 보여 준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데이터가 말하는 객관적 사실에 무지하거나 거부감을 보이는데, 핑커에 따르면 이는 사람들의 심리적 편향과 부정적인 사건만 보도하는 언론 때문이다. 800쪽이 넘는 지면을 통해 핑커는 데이터와 수치, 사실에 근거해 세상의 진보를 입증해 나간다. 

어떤 이들은 기시감을 느낄 수도 있다. 《지금 다시 계몽》의 메시지가 빌 게이츠가 미국의 전 대학교와 대학원 졸업생에게 선물했다는 화제의 책 《팩트풀니스》와 거의 똑같기 때문이다. 이 두 책의 메시지가 바로 신낙관주의의 기본 입장이다.

이승엽 저자는 과학에 근거해 세상을 보자고 하는 신낙관주의자들의 팩트가 정작 자신들이 강조하는 객관성과 합리성을 담보하지 못하며, 핵심 사실관계를 누락하고, 주의주장에 따라 편의적으로 배치되었다고 지적한다. 이어 그는 《핑커 씨, 사실인가요?》 2장부터 6장에 걸쳐 빈곤, 기대수명, 행복, 전쟁, 기후위기의 순서로 세계를 이루는 여러 영역에 관한 신자유주의의 팩트를 꼼꼼히 분석한다. 특히 6장에서는 환경 분야의 신낙관주의 저서라고 할 수 있는 마이클 셸렌버거의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이 비평 대상으로 등장한다. 이 과정에서 이승엽 저자는 세상을 이해하는 데 열쇠가 되는 중요 데이터들을 독자에게 균형감 있게 제공한다. 

이 책은 세상을 낙관적으로 봐야 한다는 신낙관주의의 주장에 반해, 세계에 관한 회의적 시각을 불러오는 책이 아니다. 《핑커 씨, 사실인가요?》는 신낙관주의자들의 팩트를 딛고 그 너머, 바로 공동체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주제로 나아간다.

 

두 저자를 비평하는 목적이 세상이 실제로는 나빠지고 있다고 말하는 것에 있다면, 이 책은 유치한 물량 공세로 귀결될 테다. 세상이 나빠지고 있다는 비관주의자의 그래프와 좋아지고 있다는 낙관주의자의 그래프 중 어느 쪽이 더 많은지 따위가 과연 중요할까? 《팩트풀니스》와 《지금 다시 계몽》을 공동체 커뮤니케이션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비평하려면 더 많은 카운터 팩트가 아니라, 그들이 내세우는 팩트의 사실관계와 의미구조를 해부해 그 세계관을 해체해야 한다.

_〈1장 팩트물신주의가 보여 주지 않는 것〉에서

 

한국인 대학생, 세계적 석학의 맹점을 짚어 내다

현재 서강대 재학생인 저자는 두 책이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며 널리 퍼뜨린 잘못된 팩트와 생각들을 독자에게 일깨우고, 세계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수적인 인식의 도구로서 팩트의 역할을 복원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 한국의 대학생이 세계적 석학들에게 문제를 제기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어느 정도 대결 구도를 형성한다. 이와 관련해, 저자는 핑커와 로슬링의 책을 무척 흥미롭게 읽었으며, 그렇게 때문에 “오히려 빼어난 책조차 간과하고야 마는 인식론적 맹점이 있음을 밝히고, ‘팩트’라고 일컬어지는 것들의 중립성과 객관성에 의문을 붙이는 작업을 밀어붙일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자신 또한 확증/비확증 편향에서 비롯된 오류로부터 자유롭지 않음을 일러 둔다(〈저자의 말〉). 

 

핑커와 로슬링이 사용한 데이터셋을 그대로 활용한 그래프들

 이승엽 저자는 스티븐 핑커와 한스 로슬링이 말하지 않은 팩트를 보여 주기 위해 Our World In Data, 세계은행, 한스 로슬링이 설립한 갭마인더 등 두 저자가 세상의 진보를 입증하기 위해 그린 그래프와 같은 데이터셋을 출처로 80여 개의 그래프를 새로 그렸다. 독자들은 같은 데이터에서 기간만 다르게 설정했을 뿐인데, 핑커나 로슬링의 책에서 우상향의 직선을 보였던 그래프가 《핑커 씨, 사실인가요?》에서는 우하향 그래프 또는 높낮이가 그대로인 그래프가 되는 장면을 확인할 수 있다. 공공 담론은 관련 팩트의 진위 여부가 아니라 어떤 팩트인지에 따라 다른 방향으로 전개된다는 점을 명쾌하게 보여 주는 대목이다. 

 

이스털린의 역설, 신낙관주의의 걸림돌이 되다

〈4장 가치: 팩트에도 불구하고〉에서 이승엽 저자는 ‘이스털린의 역설’을 상세하게 소개한다. ‘이스털린의 역설’은 우리나라에서 특히 오해가 많은 이론이다. 저자는 이스털린과 인터뷰한 내용을 공개하며, 소득과 행복의 관계에 관한 이스털린의 의견을 들려준다. 신낙관주의자들에게 이스털린의 역설은 큰 걸림돌이다. 만약 사람들이 부유해질수록 더 행복해진다면 이만큼 세상의 진보를 증거하는 사실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스털린의 역설은 시간이 지나며 더 부유해진다고 해도 그만큼 더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로써 신낙관주의자들 앞에는 이스털린의 역설을 매끄럽게 설명해야 하는 과제가 놓이게 됐다. 

《지금 다시 계몽》에서 핑커 역시 이스털린의 역설을 반박하는 데 많은 지면을 할애한다. 핑커는 이스털린의 역설이 “빅데이터의 시대보다 수십 년 앞선 시점”에 나왔다며 낡은 이론으로 취급한다. 그리고 벳시 스티븐슨과 저스틴 울퍼스의 2008년 논문이 이스털린에 반박하는 명백한 근거가 되는 듯 언급한다. 이에 이승엽 저자는 스티븐슨과 울퍼스의 논문에서 발견되는 오류들을 다루고, 그 논문으로 이스털린의 역설이 수정될 수 없음을 보여 준다. 

 

세상을 비관적으로 볼 것이냐, 낙관적으로 볼 것이냐는 이 책의 주제가 아니다. 이 책은 첨예하게 대립하는 두 입장이 공동체의 이익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공동체를 위해 어떤 팩트를 선택하고, 합의의 기반으로 삼을 것인지에 관한 합리적 커뮤니케이션일 것이다. 우리는 팩트의 객관성을 포기하지 않고도 이를 이룰 수 있다. 팩트를 올바르게 사용한다면 말이다. 저자의 말처럼 팩트가 구성되는 일련의 사회적 과정을 돌아보고, 팩트의 한계를 고려하는 것, 그것은 “우리가 공동체의 가치를 위해 기울여야 할 노력”이다. 

어떻게 해도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는 생각에 진 독자, 입장이 다르다면 공동의 합의를 이루기 어렵다고 회의하는 독자, 공동체의 가치를 포기하고 싶지 않은 독자, 팩트를 도구 삼아 세상을 정확하게 이해하고자 하는 독자에게 이 책을 권한다. 

저자소개

저자 : 이승엽
서강대학교 인문학부에 재학 중이다. 대학에 입학하고 논문과 학술서 읽는 재미를 알게 됐다. X(전 트위터)에서 관심 있는 해외 연구자들의 계정을 구독해 두고 그들의 최신 연구를 찾아 읽었다. 이런 시간들이 자연스럽게 연구에 인용된 데이터를 직접 확인하고 분석하는 작업으로 이어졌다.
《팩트풀니스》와 《지금 다시 계몽》도 같은 방식으로 읽었다. 두 책에 인용된 참고문헌과 통계 자료를 확인하고 분석했다. 그 과정에서 핑커와 로슬링이 강조하는 ‘팩트’와 ‘객관성’에 의문이 들었다. 결국 두 책에 대한 비판적 읽기가 이 책 《핑커 씨, 사실인가요?》의 시작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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