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정말 〈한국〉을 알고 있을까?
― 한국 밖의 한국, 『새우에서 고래로』
어떤 대상을 마주하고 정확한 사실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대상〉과 〈관점〉 사이의 〈객관적 거리〉가 우선되어야 한다. 대상과 관점 사이가 너무 가깝지도, 그렇다고 너무 멀지도 않은 〈객관적 거리〉가 마련되어야 마주한 사실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학 권위자이자 국제 관계학 전문가인 라몬 파체코 파르도는 한국 밖, 〈국외자〉의 관점으로 한국과 한국인, 그리고 한반도 주변에서 일어나는 국제 정세, 사회, 문화, 경제 등을 연구해 왔다. 이번에 출간된 그의 저서 『새우에서 고래로: 세계의 눈으로 본 한국의 어제와 오늘』은 1948년부터 2023년까지, 한국의 근·현대사를 총 6장의 연대순으로 망라하고, 사회, 문화, 경제, 정치 분야 등에서 오늘의 한국을 만든 변화의 흐름과 그 역사적 〈추동력〉에 대해 천착해 간다. 저자는 약동하는 근·현대사의 흐름을 담담히 개괄하면서 역사적 변곡점에서 도출된 〈좌〉와 〈우〉, 〈진보〉와 〈보수〉, 역사적 사건이 남긴 〈명〉과 〈암〉의 경계 밖에서 한국과 한국인을 분석한다. 우리는 정말 〈한국〉을 알고 있을까? 저자는 한국인이라서 알 수 없었던, 혹은 놓치고 있었던 역사적 흐름과 사실들을 한국 밖의 〈다른 시선〉으로 포착해 낸다. 『새우에서 고래로』는 〈새우에서 고래가 된〉 한국을 단순히 소개하는 차원을 넘어, 오늘날의 한국인에게 〈당신은 정말 한국을 알고 있는지〉 묻는다.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든
그 변화의 흐름은 무엇인가?
한국은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뚜렷한 역사의 족적을 남기며 진보해 왔다. 한국은 일제 강점기의 식민 통치와 민족의식, 정부 수립과 전쟁, 민주주의에 대한 갈망과 엄혹한 독재 정권, 경제적 번영과 사회적 불평등 문제 등 약 70년이라는 〈단기간〉에 분열과 갈등, 대립과 이해를 반복하며 역동적 사회 변화와 경제 성장을 이뤄 온 것이다.
저자는 G7, 삼성의 갤럭시, 블랙핑크와 BTS, 「기생충」과 웹툰 등으로 표상되는 경제·문화 강국으로서 〈한국〉을 주목하고 한국이 어떻게 짧은 시간 동안 전쟁의 참상과 분열된 사회를 딛고 오늘날의 사회를 이루게 되었는지 짚어 본다. 책에서 저자는 한국 근·현대사의 주요 변곡점들을 담백하게 서술하면서 오늘날 한국 사회의 변화를 가져온 동력이 무엇인지 분석한다.
저자는 1948년부터 2023년까지의 역사적 흐름을 총 6장의 연대순으로 구분하고 각 장마다 정치, 사회, 문화, 경제 등에서 일어난 사건과 그 배경을 살펴본다. 먼저 저자는 1960년대부터 이뤄진 국가 주도의 〈경제 발전〉과 재벌 기업의 형성과 발전 과정을 주목하면서 한국 사회의 경제 성장과 함께 이뤄진 〈사고방식의 변화〉를 짚어 낸다. 저자는 1960년대 한국 사회에서 국가와 독재 정권의 통치를 강화하는 이념으로 〈민족〉이 사용되었다면, 1990년대 초 한국 사회에서는 전통적인 〈민족〉에서 벗어나, 〈시민 사회〉의 일원으로서의 보편적 〈평등〉과 〈가치〉를 추구하는 사고방식이 형성되었다고 주장한다. 〈민족〉에서 〈시민〉으로의 변화가 오늘날 한국 사회를 이루는 새로운 정체성이자 사회적 변화를 이루는 추동력으로 본 것이다.
저자는 산업화와 민주주의라는 역사적 흐름 안에서 한국 사회와 한국인은 개방적인 사고방식으로 〈진화〉했고,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고 수용하는 태도로 이어졌다고 보았다. 이러한 한국 사회를 이루는 개방성과 수용성이 (국가 간) 외교 및 경제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고 선도하는 국가가 되었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저자는 한국 사회 내부에 여전히 상존하는 경제적 불평등 문제, 진보-보수 간의 이념적 갈등, 성차별 문제, 다문화 사회 등 외면할 수 없는 사회 문제를 빼놓지 않는다. 하지만 사고방식의 〈진화〉는 여전히 한국 사회의 강력한 힘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유효할 것이라고 진단한다.
새우에서 고래가 된 한국, 그 너머
저자가 책에서 상술했듯, 어떤 〈대상〉과 역사적 〈사실〉을 바라볼 때 〈절대적으로 객관적인〉 관점이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새우에서 고래로』는 한국 밖에서 한국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관점〉을 제시하며, 〈이념〉과 〈지역〉이라는 경계 밖, 〈제삼자의 눈〉으로 한국과 한국인을 더 깊이 조망한다.
책에서 궁극적으로 서술하고자 하는 것은 단순히 〈새우에서 고래〉가 된 한국과 한국인, 경제 문화적으로 선망하는 국가와 그 국민의 위상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너머에 있다. 다시 한국의 근·현대사를 살펴보고 약동하는 역사적 흐름들을 짚어 내면서 〈한국인이 몰랐던 한국〉, 너무 멀리 있어서 또 너무 가까이 있어서 볼 수 없었던 〈한국〉과 〈한국인〉을 더 객관적인 〈거리〉와 더 깊은 〈눈〉으로 살펴보기 위함이다. 책에서 저자는 근·현대사의 역사적 사건을 통해 사회 변화와 그 흐름을 주목하고 앞으로 나아갈 한국의 미래를 진단한다. 저자의 주장처럼 〈민족〉이라는 개념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지만 〈민족〉에서 〈시민 민족주의〉로 나아가는 한국 사회와 한국인의 새로운 정체성은 분명해 보인다. 앞에서 언급했던 근원적인 물음으로 돌아가 보자. 우리는 정말 한국을 알고 있을까? 또 한국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이제 『새우에서 고래로』를 통해 한국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를 볼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