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의 말
“저자가 밝힌 바와 같이《맨발의 겐》은 반전, 반핵, 평화를 기조로 하면서 군국주의 일본을 고발하고 천황제를 반대하고, 그리고 조선인을 비롯한 외국인에 대한 차별을 비판한다. 이것은 무거운 정치적 주장이다. 당연한 주장이기는 하나 자칫 감동적 공감을 이끌어내기가 어려운 주제이다. 그러나 '맨발의 겐'은 어린 소년 겐의 천진난만한 모습을 통하여 이러한 주제를 감동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이것이 바로 이 책의 뛰어남이다. 어린 소년 겐의 웃음과 눈물이 그대로 읽는 사람들의 가슴을 파고든다. 그 이유는 주인공 겐이 바로 저자인 나카자와 케이지 그 자신이기 때문이다. 그는 2차대전 막바지의 그 참혹한 현실과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투하되고 난 뒤의 처절한 폐허를 어린 소년의 몸으로 몸소 겪었다. 절절한 경험이 그 바탕에 깔려 있지 않고는 결코 그려낼 수 없는 진실들이 그러한 감동을 안겨주고 있는 것이다…“ _신영복(성공회대 석좌교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저자)
“《맨발의 겐》은 한 가족사를 통해 전쟁, 특히 핵폭탄이 개인과 가족, 그리고 인간사회를 얼마나 무자비하게 짓밟았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진정한 평화를 위해서는 핵과 전쟁의 본질과 특성, 원인과 배경을 깨우치는 것이 더욱 중요할 터인데, 이 책은 그런 소임을 십분 다하고 있다.” _황상익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국제고려학회 부회장)
“전쟁과 원폭, 그 잔인함과 어리석음을 고발한다. 몸서리칠 원폭 지옥도.” _안건모
“다른 별에 살고 있는 외계인의 눈으로 지구를 바라본다면 지구는 어떤 모습으로 비쳐질까? 음모와 배신과 살육의 범죄가 넘치는 거대한 감옥 핵무기 경쟁과 끊임없는 전쟁놀음에 취해 있는 미치광이들의 수용소처럼 보이지는 않을까?
〈맨발의 겐〉은 오염된 인류의식과 어두운 지구문명을 치유시키는 근본적인 처방이 무엇인가를 일깨워주고 있다. “이 세계는 하나의 생명이다.”라는 깨달음의 인류의식, 다시 말해 관용과 사랑이 넘치는 계명된 지구문명으로 회복하는 것 말고는 근본적인 치유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즐겨 읽을수록 인류의 집합의식 가운데 평화와 협동심의 양이 증가할 것으로 믿는다.” _전홍준(의학박사, 한서대학교 대학원 교수, 핵전쟁방지국제의사회 이사)
“〈맨발의 겐〉이 감동과 희망으로 읽히는 것은 주인공 겐의 성장 과정과 가족들, 그리고 그를 둘러싼 이웃들의 이야기를 통해 전쟁 시기 일본의 내부와 외부의 문제를 만화가 주는 재미와 함께 매우 진지하게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겐의 가족과 그의 이웃들이 패전 후 일본 사회에서 피폭자로서의 끔찍하리만치 힘겨운 역경 속에서도 끝내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꿋꿋하게 일어서는 모습과 박씨를 비롯한 재일한국에 대한 그들의 반성적 태도와 배려는 전후 내외부의 문제의식에 대한 작가 나카자와 케이지의 진지한 성찰이 있었기에 비로소 가능했을 것이다.” _유재연(동신대학교 일본어학과 교수, 광주 문화연대 운영위원)
“만화책이 아니라 마땅히 그래픽 소설이라 해야 할 ‘맨발의 겐’ 시리즈는 여러 면에서 위대한 예술작품이다. 이 시리즈는《쥐》와 함께 두 번 다시 되풀이되어서는 안 될 인류의 과오가 무엇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_아마존 서점의 독자
작가의 말
전쟁과 핵무기를 없애는 운동의 밑거름이 되길…
1945년 8월6일, 나는 원폭투하 지점에서 1, 2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열선을 받아 원폭의 방사능을 입었습니다. 그 이후 핵의 공포를 안고 필사적으로 살아왔으며, 그때의 체험이나 제 생각을 〈맨발의 겐〉이란 작품에 토로 해왔습니다. 다행히도 〈맨발의 겐〉은 호평을 받아 주간지며 월간지에 연재되어 14년이란 세월을 거쳐 전10권의 단행본으로 묶이게 되었으며, 도서관 학급문고에서는 손때가 새까맣게 묻어 너덜너덜할 때까지 읽히고 있습니다.
영어판이 번역봉사자에 의해 완성되어 출판되자 이 책의 독자층은 전 세계로 늘었습니다.
독일의 ‘라디오 특파원’이 이 영어판을 깊은 밤중 침대 위에서 가로 누워 읽다가 어느새 자세를 바로 해서 계속 읽고는 끝내 목놓아 울었답니다. 이건 내가 과장한 말이 아니고, 그 특파원이 제게 일러준 얘기입니다. 그가 독일어판을 꼭 내고 싶다고 저한테 허가를 구했습니다. 저는 기쁘게 승낙했지요.
영국의 시휠드에 사는 고등학생이 생일날에 어머니가 선물해준 영어판을 머리에 박히도록 읽고는 성인이 된 후 극연출가가 되어 연극으로 옮기고 싶다고 허가를 받으러 온 일도 있습니다.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연극이 상영될 때는 초대를 받아서 영국까지 극을 보러 갔는데 극장은 열기로 휩싸였습니다.
그 후 〈맨발의 겐〉은 프랑스어, 타가롤그어, 인도네시아어, 러시아어, 스웨덴어, 에스페란토어 등의 언어로 번역 되어 세계로 보급되고 있습니다.
또한 저 자신도 90분 가량 되는 애니메이션을 만들었습니다. 미국 달라스에서는 봅호우프 극장에서 상영이 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는데, 어떤 부인은 저를 포옹하며 정말 미안하다고 사과하면서, 원폭투하의 보도를 알고만 있었다면 필사적으로 저지시켰을 텐데 미국무성이 나쁘다고 몇 번이나 용서를 빌었습니다.
그 후 〈맨발의 겐〉은 뮤지컬이나 CD-ROM으로도 만들어져 독자는 한층 더 늘어났습니다. 최근에는 뉴욕에서 뮤지컬이 상연되어 대호평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핵의 공포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
다. 저의 작품들이 어리석은 전쟁과 핵무기를 없애는 운동의 밑거름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저는 조선 사람의 이웃사촌으로 자랐습니다. 이번에 이웃 친구의 나라 말인 한국어판이 나온다니 너무 기쁩니
다. 많이 읽어주십시오. 그리하여 전쟁과 핵무기의 무서움을 재인식해 주시고 우리 함께 평화를 이룩하기 위해 손잡고 나갑시다.
_ 2000년 7월 나카자와 케이지
출판사 서평
원자폭탄과 전쟁으로 인해 지옥보다 끔찍한 삶을 살아야 했던,
어린 소년이 외치는 반전과 평화의 외침!
“평화를 지키기 위해선 모두가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야해!”
〈맨발의 겐〉은 원폭을 실제로 체험한 필자가 이 세상 사람들에게 핵의 파괴력, 인류를 전멸케 하는 핵의 공포를 알리기 위해 내놓은 작품으로서 반전, 반핵, 평화를 주제로 하는 만화이다. 아버지와 누나, 동생이 집채에 깔린 채 불길에 휩싸여 죽어가는 것을 지켜봐야 했던 저자의 체험이었기에 도저히 상상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원폭의 실제 상황이 아주 생생하게 그려지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의 주제가 반핵에만 한정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 책의 장점이 있다. 평등과 박애 사상을 생활의 신조로 삼아 열심히 사는 주인공 겐의 아버지는 몇 안 되는 부자들을 위해 대다수 가난한 서민들을 죽음과 빈곤으로 내모는 전쟁에 반대한다. 하지만 그에게 돌아오는 것은 비국민이라는 꼬리표와 이웃의 따가운 눈총, 경찰의 조사, 그리고 감옥이었다. 또 그의 다섯 아이들도 학교나 공장, 동네에서 비국민 자식으로 손가락질과 누명을 뒤집어쓰기 일쑤였다. 전쟁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도 모른 채 대일본제국이라는 허울 아래 전쟁에 미쳐가는 소시민들의 모습과 젊은이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자식의 목숨마저 천황을 위해 바치는 걸 영광으로 여기기까지 하는 전쟁의 비인간성, 그리고 아시아를 침략한 일본의 죄상을 남김없이 보여주는 데 이 책의 진솔함이 있다.
또한 히로시마의 잿더미 속에서 살아남았지만, 머리카락이 빠지고 살이 곪거나 흐물흐물 흘러내려 보기 흉한 몰골로 먹을 것을 찾아 헤맬 수밖에 없는 원폭 피해자들을 도둑으로 내몰고, 그들에게 돌팔매질을 하고 괴물 취급하는 일본인들의 박해, 그 속에서 살아야 하는 살아남은 사람들의 처절한 삶의 몸부림까지 이 책은 소화해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아주 무거운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초등학교 1학년생 겐의 천진난만함이 이 책의 감동을 어린아이든 어른이든 누구나 느낄 수 있게 해 주고 있다. 밀린 월세와 재료비를 갚지 못해 쫓겨날 처지에 놓인 유리가게 아저씨를 돕기 위해 동네방네 돌아다니며 유리를 깨다가 들키고, 엄마에게 먹을 것을 마련해 주겠다는 마음에 각설이 타령을 하며 돈을 모아 부모 몰래 던져 넣기도 하고, 엄마에게 약이 된다는 잉어를 훔치기 위해 남의 집 연못에서 낚시를 하다가 물에 빠지는 등 조금은 엉뚱하지만 순수한 그 모습에 감동 어린 웃음을 머금지 않을 수 없다. 또한 겐은 “아무리 밟혀도 꿋꿋이 자라는 보리처럼 자라라”는 아버지의 말처럼,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기꺼이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부당한 일에는 강력히 항의할 줄 아는 소년이다. 어린아이의 몸으로 삶을 적극적으로 대하는 겐의 긍정적인 태도는 아이는 물론에게 어른에게도 커다란 감동을 안겨 준다.
“죽을 정도 각오라면 그림은 손 말고 입으로도 그릴 수 있어요. 내가 곁에 있어 줄게요. 오기로라도 살아야죠. 자, 웃어요. 힘내요. 안 웃는다면 내가 억지로라도 웃길 테야.”(원폭을 맞고 고통스러운 삶을 포기하고, 자살을 하려던 화가 형에게 겐이 하는 말)
이처럼 이 책은 읽는 동안 웃음과 분노, 공포와 희망이 교차하는 가운데 주제 의식이 우리 가슴에 저절로 아로 새겨지게 만든다는 점에서 예술성과 사실성을 동시에 갖춘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는 것이다.
어린 소년의 눈으로 본 끔찍하고 생생한 전쟁의 참사 현장을 따라가며 우리에게 평화가 얼마나 소중한지, 평화를 지키기 위해 어떻게 살아야할지 커다랗고 중요한 질문을 던져 주는 작품, ‘맨발의 겐’ 소장본을 모두에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