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근원에 대해,
관계의 근원에 대해
끌림의 근원에 대해 묻는 SF 연애소설
소설가 한차현과 영화인 김철웅이 공동 집필한 SF 연애소설 『은원, 은, 원』의 주인공들이 처음 서로를 알게 되는 공간은 물류센터의 야간 아르바이트 현장이다. 남자 주인공 차연은 홀로 사는 반지하 방을 나와 두 시간을 전철과 버스로 달려 그곳에 도착해, 산더미처럼 출력된 송장을 일일이 확인한 뒤 오만 가지 물품 중 해당 품목을 ‘피킹’하는 시급 일용직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스물아홉 살의 청년이다. 그 앞에 나타난 여자 은원은 한 인터넷쇼핑몰에 소속된 서른다섯 살의 팀장. 신자유주의와 코로나 팬데믹을 통과한 이 시대의 일면을 응축한 공간에서 시작되는 그들의 소소하고 잔잔한 연애담은 어느 날 은원의 갑작스러운 실종으로 기이한 미스터리로 변신한다. 그리고 차연이 은원을 되찾고서 은원의 속사정이, 그녀의 정체가 드러난 뒤 『은원, 은, 원』은, 바로 지금 이곳에서 일어나는 SF 연애소설로 확장된다.
관계를 이야기하기에 통상적인 SF물과 문법을 달리하고, 첨단 기술을 소재로 하기에 기존의 연애소설과 결을 달리하는 『은원, 은, 원』은 존재의 근원, 관계의 근원, 끌림의 근원에 질문을 제기하는 작품이다. 마치 평행우주를 보여주는 것처럼 과거·현재·미래를 섞어놓은 입체적 시간 구성은 이 작품을 더욱 역동적인 것으로 만든다. 『은원, 은, 원』을 읽는 것은 인간에 대한 철학적 상념에 다가서게 하면서도 한 편의 스타일리시한 영화 안으로 들어가는 듯한 몰입 체험을 선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