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바다수세미와 새우의 애오라지 공생
14쪽/ 어린 시절엔 해로동혈 벽의 틈새를 가까스로 비집고 들락거리지만, 자라서 몸집이 커지면 옴짝달싹하지 못하고 갇혀버리니 한 발짝도 밖으로 나올 수 없다. 그 깊고 깜깜한 바닷속에서 꼼짝없이 오가도 못 하는 신세에, 애오라지 딱 한 쌍만이 늘 붙어 살아간다. 말 그대로 살아서는 함께 늙고, 죽어서는 한 무덤에 묻힌다는 해로동혈이다!
02 물고기와 조개의 불가사의 공생
34쪽/ 물고기는 알의 발생에 도움받고, 이매패류는 유생을 먼 곳까지 퍼뜨린다. 이들의 독특한 생활사(한살이) 전략은 기생일까, 공생일까? 비록 조개의 아가미 속 물고기알은 조개를 숨 막히게 하고, 물고기 아가미에 붙은 조개 유생은 물고기의 피를 빠니 그것은 기생이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서로 돕고 사는 상리공생이다.
03 사마귀를 맘대로 꼬드기는 연가시
48~49쪽/ 늦가을에 배불뚝이가 된 메뚜기나 사마귀가 엉뚱한 곳으로 길을 나선다. 다시 말해서 연가시의 숙주동물들이 아무 관계 없는 물가로 가고 있다. 평소 이들이 알을 낳는 곳은 분명히 양지바른 저쪽 언덕배기인데 말이지. 왜 메뚜기와 사마귀가 물을 찾는단 말인가. 배 속의 연가시가 메뚜기와 사마귀를 갈증 나게 하여 물 냄새가 나는 곳으로 가게끔 숙주를 꼬드기는 것이다.
04 콩과식물과 서로 없이 못 사는 뿌리혹세균
63쪽/ 콩과식물에는 땅콩, 콩, 팥, 토끼풀, 아까시나무, 싸리나무, 등나무, 칡 따위가 있는데, 뿌리혹세균(질소고정세균)은 숙주식물인 콩과식물에서 받은 영양분으로 살아가면서 공기 중의 유리질소를 고정하여 그것을 숙주(콩과식물)에게 주므로 두 생물은 서로 함께 서로 도우며 살아간다.
05 딴 새집에 알을 맡기는 기생 새 뻐꾸기
81쪽/ 자신의 알을 숙주에 맡겨 제 새끼처럼 기르게 하는 탁란은 매우 효과적인 기생 전략이다. 탁란이 얼마나 효과적인 전략인지 세계 조류 100종 이상이 이런 번식 방법을 채택한다. 기생 새뿐 아니라 벌 등 일부 곤충과 물고기도 탁란 기생을 하며, 우리나라 하천에 사는 돌고기와 감돌고기가 꺽지에 탁란한다는 사실도 알려져 있다. 아무튼 탁란은 워낙 강력한 기생 전략이어서, 하는 쪽과 당하는 쪽 사이에 창과 방패의 진화 경쟁이 치열하다.
06 내 몸은 미생물 세상!
97쪽/ 세균의 별천지요, 전시장인 대장에는 내용물 1그램에 천억에서 1조 마리의 세균이 산다. 그것들은 대부분 착한(유익한) 세균들인데, 힘을 잃으면 설사나 다른 병을 일으키는 해로운 병원균들이 맥도 못 추고 잠복해 있다가 그때 들고일어나 병을 유발한다.
07 흰개미와 트리코님파의 운명적 공생
111쪽/ 트리코님파는 흰개미의 뒤창자(후장)에 살면서 숙주의 섬유소를 분해(소화)하며, 숙주에게서 삶터와 먹이를 얻는다. 다시 말해서 흰개미는 트리코님파에게 삶터를 제공하고, 트리코님파는 섬유소를 분해하여 흰개미에게 양분을 공급한다. 사실 이들의 관계는 사람과 내장 세균이 서로 도우며 사는 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아니, 똑같다.
08 말미잘과 흰동가리의 공진화 공생
124쪽/ 그런데 촉수에 휘감긴 흰동가리는 다치지 않을까? 흰동가리는 촉수에 쏘이지 않도록 몸에 점액질의 보호막이 있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사실 흰동가리도 말미잘에게 공격을 당한다. 하지만 독침(자포)에 쏘여도 이미 몸 안에 독에 대한 내성이 있어서 멀쩡하다. 다시 말해서 말미잘이 흰동가리를 의식적으로 공격하지 않는 건 절대 아니다.
09 개미와 진딧물의 생물학적 공생
134쪽/ 개미는 진딧물이 배출(배설)하는 단물을 얻기 위해 진딧물을 지켜주어, 서로 돕는 관계이다. 이 관계를 정확히 말한다면 사람이 가축을 기르는 것과 다르지 않다. 개미 중에는 일정한 구역에 진딧물을 데려다가 키우는 종도 있고, 아예 개미집 안으로 데려와 식물 뿌리 즙을 먹이면서 기르는 종도 있다고 한다.
10 산호와 갈충조류의 에너지 공생
150~151쪽/ 산호와 갈충조류(황록공생조류)는 서로 공생한다. 갈충조류는 광합성을 왕성하게 하여 그 산물을 대부분 산호충에게 넘겨주는데, 갈충조류는 숙주에게 탄수화물, 지방, 아미노산을 주고, 대신 이산화탄소, 인, 질소 성분을 받아 광합성에 쓴다. 그리고 엽록체에서 광합성(독립영양)을 하며, 숙주(산호)를 누르스름한 갈색을 띠게 한다.
11 조류와 균류의 특별한 공생체, 지의류
155쪽/ 우리가 식용하는 석이버섯은 대표적인 지의류의 일종이다. 지의류는 단일 생물체가 아니고, 광합성을 하는(독립영양을 하는) 진핵조류나 광합성세균인 남세균과 함께 종속영양을 하는 균류가 서로 도우며 사는 공생체이다. 다시 말해서 지의류는 엽록체가 없는 하얀 균류인 곰팡이와, 광합성을 하는 녹색 조류나 청남색의 남세균이 함께 공동생활을 하는 생물체이다.
12 엽록체와 미토콘드리아의 극적 내공생
174쪽/ 1970년대부터 과학자들은 미토콘드리아가 세포 내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세포 외부의 독립된 세균이 우연히 세포 안으로 들어온 것이라 여겼다. 이처럼 진핵생물 속에 세균이 들어와 자리를 잡고 함께 살아가게 된 것을 ‘내공생’이라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