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귀중한 자산을 맡겨두는 금융기관은 날이 갈수록 더 생소하게 느껴진다. 그들의 브랜드나 창구 직원들은 어느 정도 알겠지만, 그들이 우리에게 파는 금융상품은 점점 더 복잡해져 도통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금융기관들은 점점 더 독점적으로 변하고 있다. 경쟁자가 없어서가 아니라 고객이 주거래 은행을 옮기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한 은행에서 저축예금, 당좌예금, 신용카드, 주택담보대출 등에 대한 거래를 몰아서 하는 사람이라면 새로운 은행과 거래를 트기가 망설여지지 않겠는가.
이런 상황이 우리를 디파이의 핵심축 중 하나인 '무신뢰성(trustlessness)'이라는 용어로 이끈다. 그리고 종종 잘못 이해되곤 하는 또 다른 디파이 관련 용어인 '탈중앙화(decentralization)'로도 이어진다.
무신뢰 경제 시스템이란 참여자들이 누구도 신뢰할 필요가 없는 시스템을 말한다. 조금도 그럴 필요가 없다. 시스템을 만든 사람이나, 사용하는 사람이나, 남용하는 사람 누구라도. 이는 우리가 논의할 대부분의 디파이 프로젝트에 해당한다. 무신뢰 아키텍처는 모두가 서로를 속이는 상황 같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하여 이를 중심으로 설계된다. 심지어 시스템 자체도 신뢰할 필요가 없다.
-CHAPTER 2 무엇보다 신뢰의 문제다-
디파이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비트코인이다. 비트코인이 디파이의 시조이기 때문이다. 다만 비트코인이 등장한 지 얼마 안 됐음에도 이미 이에 대해 너무 많은 기록, 신화화, 주장, 분석이 난무하는 상태라 우리는 오로지 디파이로 가는 길을 비추는 부분만을 논의하고자 한다.
비트코인 창시자인 나카모토 사토시(Nakamoto Satoshi)가 2008년 발표한 기념비적 백서 〈비트코인: 개인 간 거래 전자화폐 시스템〉은 사토시 본인을 포함해 소규모 암호화폐 애호가 집단이 비트코인 블록체인을 개발하는 데 실마리가 됐다. 사토시는 백서와 그 안에 든 블록체인 소프트웨어에 대한 설명을 통해 실제 화폐에 존재하는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사람들이 디지털 화폐를 개발하고자 구상하기 시작한1970년대부터 난관으로 작용한 '이중 지불(double spending)' 문제였다.
-CHAPTER 3 암호화폐의 전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현재 많은 디파이 프로젝트가 예금과 금리 영역에서 은행들과 경쟁하고 있다. 이 중 가장 잘 알려진 프로젝트는 연(Yearn)이다. 초기 버전에서 연이 하는 일은 디파이 세계 전체를 뒤져 대출이나 트레이딩 또는 그 밖의 용도로 암호자본이 필요하고,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이자를 지불하는 프로젝트들을 찾는 것이었다. 연은 최고의 유동성 공급자를 찾아 여기저기 냄새를 맡고 다니며, 예금자인 당신은 연이 더 나은 공급자를 찾을 때까지 유동성을 공급하는 대가로 최고의 이자를 받는다. 이런 새로운 서비스를 '이자 농사(yield farming)'라고 하는데, 전통적인 금융 업계에서는 전적으로 불가능하다. 락인과 복잡한 행정 절차 때문이다.
-CHAPTER 4 디파이가 이끄는 금융의 민주화-
시가총액이 급증하는 동안 이들 중 일부는 부자가 됐다. 아울러 트럼프코인(TrumpCoin)과 푸틴코인(PutinCoin)도 있었는데, 두 암호화폐 역시 어느 정도 투자금을 끌어모았다. 이때 유명인들은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중 다수가 자신이 무엇을 팔고 있는지조차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한 채, 무료로 받은 토큰에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걸 느끼면서 새로운 ICO가 열린다는 사실을 선전하고 다녔다. 그러다가 2021년 도지코인을 지지했던 일론 머스크(Elon Musk)의 트윗을 통해 증명됐듯이, 이제 유명 인플루언서들이 시장을 움직이게 됐다.
-CHAPTER 6 ICO를 통한 자금조달-
1,000조 달러에 달하는 실제 파생상품들이 디파이로 몰려들고 있다. 디파이는 파생상품처럼 복잡한 금융상품의 난해한 계산을 수행하기에 완벽한 수단이다. 수십억 개의 암호화폐 파생상품이 이미 신테틱스 같은 프로젝트에서 이더리움 블록체인 주변을 돌아다닌다. 아직 1,000조 달러까지는 아닐지 몰라도 이 액수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 정도 액수라면 데이터를 신뢰하는 편이 낫다.
-CHAPTER 11 1,000조 달러짜리 스마트 계약-
다음으로 설명할 위어드파이 프로젝트는 한마디로 '손해를 볼 수 없는 복권'이다. 이런 프로젝트들이 몇 개 있는데, 그중 풀투게더(PoolTogether)를 소개하겠다. 개념은 간단하다. 고객은 거버넌스 권한을 주는 풀POOL 토큰을 받는 대가로 다이 풀이건 USDT 풀이건 테더 풀이건 다수의 풀 중 하나에 돈을 넣는다. 그러면 풀투게더는 모은 고객 돈을 컴파운드처럼 이자를 주는 외부 디파이 프로젝트에 투자한다.
풀에 쌓인 이자는 상금으로 내걸려 시스템이 무작위로 선정하는 행운의 토큰 보유자에게 지급된다. 풀투게더 자체는 프로토콜이지만 외부 개발자들은 시스템 내에서 다양한 복권을 설계할 수 있다. 개발자들은 정해진 규칙을 따르는 한 다양한 보상과 상금 전략을 고민하면서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다. 그리고 물론 복권에 베팅한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풀토큰은 다양한 덱스에서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다.
-CHAPTER 16 기발한 아이디어로 뭉친 위어드파이 프로젝트-
핀테크와 디파이의 관계를 좀 더 명확히 정의하기 위해 핀테크 전문가인 윌 비슨(Will Beeson)의 이야기를 해보겠다. 비슨은 네오뱅크를 설립해 성공적으로 운영함으로써 유명해졌다. 네오뱅크는 오프라인 지점이 없다는 사실만 빼고는 전통 은행과 상당히 흡사하다. 네오뱅크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현대적이면서 때로는 특이하게 설계됐다는 느낌을 주는 PC와 휴대전화 인터페이스를 기반으로 한다.
비슨은 국제재무분석사(Chartered Financial Accountant, CFA)로서 씨티은행을 비롯한 트래드파이에서 은행가로서 경력을 쌓다가, 자신의 링크드인(LinkedIn) 페이지 최상단에 자랑스럽게 소개해놓은 바와 같이 “은행 업계에 싫증이 나서 뭔가 변화를 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꼈다. 은행 업계를 떠난 그는 기술로 무장한 다양한 스타트업 은행들에서 고문으로 일하다가, 영국과 미국에서 각각 알리카와 벨라라는 네오뱅크를 설립하는 데 기여했다.
-CHAPTER 19 핀테크와 네오뱅크-
우리는 지금 혁신 분야의 최첨단에 서 있다는 것이 우리의 확고한 입장이다. 1970년대 이후 성공을 위해 마이크로프로세서, 소프트웨어, 인터넷의 조합에 의지해온 '대형' 신기술 생태계만큼이나 혁신적이다. 사람들이 디파이를 모른다는 것이 수수께끼처럼 느껴지는데, 아마도 우리가 주기의 너무 앞쪽에 있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실로 놀랍다.
일부 디파이 프로젝트를 대충이라도 살펴보면, 예컨대 예금 금리를 살펴보면 트래드파이에서 주는 어떤 예금 금리보다 디파이 예금 금리가 훨씬 더 높다는 것쯤은 곧바로 알게 될 텐데 말이다.
-CHAPTER 23 디파이의 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