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도 통역이 되나요?”
어렵지만 궁금했고, 힘들고 지친 밤이면 더 생각났던
나의 오늘을 안아 주고 춤추게 만드는 철학을 만날 시간
철학은 어렵다. 검색창에 ‘철학’ 두 글자를 쳐 보면 ‘철학을 공부하는 것은 어렵나요?’라는 질문이 눈에 띈다. 누구나 ‘철학’ 하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일 것이다. 그리고 그 대답 또한 우리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다. ‘철학을 공부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사전을 찾아보면 철학은 ‘인간과 세계에 대한 근본 원리와 삶의 본질 따위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즉 철학은 #인간 #세계 #삶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관여되어 있고 매 순간 고민하고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를 연구하는 셈이다. 결국 철학은 우리의 이야기다. 2,500여 년 철학사가 쌓아온 철학의 개념과 언어, 철학자들의 오랜 연구와 사유의 최선이 다음과 같은 문장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 데카르트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 - 사르트르
“친구는 또 다른 자기 자신이다.” - 아리스토텔레스
“진리는 진리에 반대되지 않는다.” - 아베로에스
『철학이 내 손을 잡을 때』는 유명하지만 제대로 알 수 없었던 철학의 말에 담긴 역사적 배경과 의미를 통해 그 안에 담긴 사유의 핵심을 살펴본다. 철학의 말과 독자 사이에서 둘을 잇는 통역가의 역할을 자처한 셈이다. 이 책의 저자이자 철학자인 김수영은 36가지 철학의 말을 선별해, 누가 언제 어떤 이유로 이 말을 했는지 살피고, 지금 우리에게 철학의 말이 건네는 의미를 통역한다. 저자는 철학박사이자 오랜 시간 철학을 비롯한 교양서적을 만든 출판인으로서 철학을 공부하고 강의하고 철학에 관해 글을 써오며 철학의 손을 놓지 않았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어제의 철학자가 남긴 한마디가 오늘의 나에게 ‘울림 깊게’ 전해지도록 철학의 말을 ‘친절히’ 통역한다.
집에 오는 길이 때론 너무 길 때
학교에서, 직장에서, 인생에서 오늘의 성적표 앞에서 작아질 때
현실 친구보다 SNS 하트가 더 신경 쓰일 때
우리에겐 철학이 필요하다. 철학은 쉽게 다가가기 어렵지만 실은 줄곧 친해지고 싶었던 매력 넘치는 친구 같은 존재이다. 평소엔 잊고 지내다가도 생각이 흔들리고 마음이 힘들 때면 문득 철학이 궁금해지기도 한다. 철학은 우리 삶의 의미, 우리 삶에서 중요한 본질,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의 유한성에 대해 말하기 때문이다. 관계와 경쟁의 일상에 지치고, 나는 어떤 존재인가 의문이 드는 순간, 철학은 내 손을 잡고 오늘을 춤추게 하는 용기가 되고, 내 생각에 단단한 뿌리를 내리는 무기가 된다. “지금 이 순간, 철학처럼!” 지치고 힘들 때 나를 홀로 두지 않는 ‘겉차속따’ 철학을 만날 시간이다.
“철학과 나, 우리 사이에는 오해가 있다”
익숙했을 뿐, 제대로 알지 못했던 우리 사이
‘한 문장’에 담겨 도착한 친절한 철학 강의
철학은 멀게만 느껴지고 우리 일상과 관련 없어 보이지만 조금만 더 생각하면 철학의 말은 우리 가까이 있다.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또는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 같은 문장은 우리에게 매우 익숙하다. 최근에는 가수 김연자 씨의 노래가 유행하면서 “아모르 파티.”도 대중에게 익숙한 말이 되었다. 이 말이 니체에게서 왔고, ‘파티fati’는 잔치가 아니라 ‘운명’을 뜻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런데 니체가 말하는 운명의 진짜 뜻을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니체가 말하는 운명은 ‘필연적인 것’인데 그것은 이미 지나간 일뿐만 아니라 앞으로 다가올 일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즉 “아모르 파티.”가 전하는 ‘운명을 사랑하라’는 말은, 지나간 일에 대한 긍정의 태도일 뿐만 아니라, 앞으로 다가올 일을 사랑하는 태도를 뜻한다.
“아모르 파티.”는 간단히 말해 “너 자신을 사랑하라.”라는 뜻입니다. 네가 가는 모든 길, 네가 내리는 모든 선택과 결정은 필연적이니 이를 받아들이고 사랑하라는 뜻이죠. 불행한 현실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는 숙명론과는 다릅니다. 숙명론은 나의 역할을 제한하고 부정적으로 평가합니다. 그러나 니체는 나의 삶을 절대적으로 긍정하자고 말합니다. -p.31
이처럼 철학의 한마디에 담긴 속내를 제대로 알지 못한 사례 외에도, 널리 알려져 너무도 익숙한 격언의 주인을 잘못 알고 있는 예도 있다. 가령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올지라도 오늘 나는 한 그루 사과나무를 심겠다.”라는 말은 많은 사람들이 인생의 경구로 삼을 만큼 널리 사랑받는 말이다. 저자는 이 한마디에 담긴 의미를 살펴보기에 앞서 이 말의 시작을 되짚으며 우리의 오해를 상기시킨다.
저도 오래전부터 참 좋아한 문장인데요, 말씀드렸듯이 스피노자는 자신의 책 어디에서도 이런 문장을 쓰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참으로 기이하게도 전 세계에서 오직 우리나라에서만 이를 스피노자의 문장으로 잘못 알고 있습니다. -p.33
이토록 널리 알려진 말이지만 퍼지는 속도 못지않게 오해도 아주 오랫동안 널리 퍼진 셈이다. 저자는 이 문장의 시작을 되짚으며 15세기 독일의 종교 개혁자 루터를 거쳐,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히틀러의 독재를 반대했던 카를 로츠 목사의 말을 살핀다. 이 과정은 반전의 반전으로 이어지며 마치 미스터리한 사건을 추적하는 듯하다. 그리고 저자는 문장의 진짜 주인을 찾는 것보다 중요한, 철학의 한마디에 담긴 오늘의 의미를 놓치지 않는다. 스피노자와 루터, 카를 로츠 목사를 살핀 뒤 그들이 처한 절망과 희망에 대한 공통점을 꿰어 사과나무에 담긴 철학적 메시지를 길어 올리고야 만다.
“10대부터 100세까지 오늘의 우리를 위한 철학”
2,500여 년 철학의 역사를 빛낸
‘생각 천재’ 철학자들의 36가지 말과 사유의 핵심을 만나다
철학은 역사가 매우 오래된 학문이다. 2,500여 년이라는, 단연코 가장 오래된 학문이다. 역사가 길다 보니 철학의 역사를 연구하는 '철학사'가 하나의 학문으로 있을 정도다. 게다가 다른 학문에 비해, 철학에서 철학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고 할 수 있다. 즉 우리는 철학의 역사를 통해 철학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역사가 매우 오래된 학문이라는 사실은 우리가 철학을 공부할 때 일종의 부담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철학을 구성하는 다양한 개념들의 기나긴 역사를 알아야 한다는 부담감이 생기기 때문이다. 현대 철학자들이 새롭게 만들어 낸 개념도 있지만, 이 또한 전통적 개념을 비판적으로 넘어서기 위한 철학자들의 사유의 결실인 경우가 많다. 즉 최근에 탄생한 개념이라고 하더라도 전체 철학의 역사에 의존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철학이 내 손을 잡을 때』는 철학이 지닌 두꺼운 역사적 지층이 가져올 부담감과 어려움이 철학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을 막지 않도록, 유명하지만 잘 알지 못했던 단 ‘한마디’에서 철학을 시작한다.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철학자의 생애와 철학적 개념이 탄생하는 과정을 살피고,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철학이 던지는 질문과 응원을 쉽고 친절하게 통역한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같은 익숙하지만 제대로 알지 못했던 한마디, “페스티나 렌테(천천히 서둘러라).” “철학은 이론이 아니라 활동이다” 같은 낯설지만 알고 싶은 한마디를 접하면서 독자는 오늘의 내 일상에 울림을 주는 나만의 한마디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10대에서 100세까지, 철학이 궁금한 오늘의 우리 존재들에게 철학의 말은 곁을 내어주고 나의 오늘을 춤추게 만드는 용기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