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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평면표지(2D 앞표지)

저 큰 산이 숨는 날에도


  • ISBN-13
    979-11-89805-49-4 (03810)
  • 출판사 / 임프린트
    국제문학사 / 국제문학사
  • 정가
    13,0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3-12-25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김성구
  • 번역
    -
  • 메인주제어
    인물, 문학, 문학연구
  • 추가주제어
    -
  • 키워드
    #김성구 #시의 형상 #디카시 #국제문학 #시목 #서정시 #선교시인 #인물, 문학, 문학연구
  • 도서유형
    종이책, 반양장/소프트커버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성인 일반 단행본
  • 도서상세정보
    130 * 210 mm, 120 Page

책소개

시인 김성구 박사의 10번째 시집으로 
대부분 핸드폰이나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등을 통해 저장된 작품들을 중심으로 디카시 형태로 집필 된 짧은 시들이 많다.
때로는 거대한 세상을 품고 써내려가는 무거운 느낌도 있으나, 전철 안에서 일어나는 풍경들을 스케치하는 시상도 있다.
모쪼록 영상이 없으나 시를 읽다보면 한 장면이 떠오르게 될 것이다. 그 장면으로 들어가면 될 것이다. 다 함께 시의 장면으로 떠나보자.

목차

차 례


시인의 말……… 004
평설 -시목 김성구의 시세계- 유승우……… 105 

제1부 저 큰 산이 숨는 날에도

저 큰 산이 숨는 날에도 ……… 012
석류를 먹을 때 ……… 013
아버지는 퇴근하지 않았다 ……… 014
새해 아침에 내리는 눈을 본다 ……… 015
나 거기서 살고 싶다 ……… 017
별 세탁소 ……… 018
싸리꽃 ……… 020
작은 섬 ……… 021
고향 언덕 ……… 022 
내 고향 칠월은 ……… 023 
꽃사과 익는 칠월 ……… 024
숲속 작은 연못 풍경 ……… 025
아기밤송이 ……… 026
내 고향 ……… 027
송홧가루 날리는 고향마루 ……… 028
이팝나무 꽃길 사이로 ……… 029
별꽃이야기 ……… 030
꽃 주머니를 터뜨린 나리꽃을 본다 ……… 031
석류 익는 소리 ………032 





2부 바다로 가자

꽃주머니 들고 서서 ……… 034
그날 오후에 꿈을 꾸다 ……… 035
성격유형에 따른 대인관계 ……… 037
거북이는 느리지 않습니다 ……… 038
우산을 준비하지 않았다 ……… 039
잎새 뒤에 숨은 살구를 보았다 ……… 040
간식 ……… 041
비에 젖은 잎사귀 ……… 042
포도 따는 날 ……… 043
버섯아이 ……… 044
시계탑 약속 ……… 045
기다림이란 뜻 ……… 046
귀뚜라미가 찾아온 여름밤 ……… 047
폭풍전야에 대비할 것들 ……… 048
내 머물 곳 찾고 있어요 ……… 049
상사화 ……… 050
폭풍우속 사랑 ……… 051
단풍이 빨리 드는 이유 ……… 052
저 큰 산에 오르자 ……… 054
추석 달 ……… 055
바다로 가자 ……… 057





3부 올망졸망 사랑방

자취생의 냄비철학 ……… 060
연인 ……… 061
화병에 꽃을 꽂으며 ……… 062
외로운 연주자 ……… 063
돌아온 연주자 ……… 064
심산계곡에 가고 싶다 ……… 065
절구의 소원 ……… 066
84세 어머니의 독서 ……… 067
그녀가 잡아준 손 ……… 069
달빛 한 잔 ……… 070
피난 길 삼 백리 ……… 071
올망졸망 사랑방 ……… 072
절벽에서 자라는 나무 ……… 073
스크린도어 안의 자아 ……… 075
3호선 신사역 6번 출구에서 ……… 076
용기 ……… 077
제비꽃 ……… 078
동백 ……… 079
유달산에 올라서서 ……… 080
꿈꾸는 노을빛 ……… 081
새벽 명상 하나 ……… 082





4부 장미 한 송이의 꿈

거기가 종점인가 했더니 ……… 084
눈물로 채운 강가에서 ……… 085
능소화 ……… 086
장마구름 뒤덮은 산동네에서 ……… 087
풀뿌리가 큰 산을 지킨다 ……… 089
연꽃으로 피는 노래 ……… 090
뜨개질하는 그녀를 본다 ……… 091
미녀들의 외출 준비는 끝났다 ……… 092
4호선전철 충무로역 7번 출구 ……… 093
장미 한 송이의 꿈 ……… 094
내 고향에는 지금 보슬비가 내린다 ……… 095
어머니, 다녀오겠습니다 ……… 096
기다리고 있을게요 ……… 097
월출산 거북바위 ……… 098
긴장 순간 ……… 099
비 갠 오후 다섯 시 반 ……… 100
하숙생 ……… 101
책 읽는 소녀 ……… 102
구슬 하나 또옥 ……… 103

어머니 홀씨 하나 ……… 104

엄마를 위한 꽃밭 ……… 105

어머니 문학관 ……… 106

왁자지껄 작은도서관 ……… 107

작은도서관의 큰 아이들 ……… 108

작은도서관을 작다고 하지 마라 ……… 109

우리 동네 작은도서관 ……… 110

도서관에 온 우산들 ……… 112

 

 

본문인용

❙제1부❙
저 큰 산이 숨는 날에도
저 큰 산이 숨는 날에도



창밖에는 아직 어두움이 내리지 않았다.
그가 내려오려면 반나절도 더 지나야한다.
그런데도 저 큰 산들이 숨기 시작했다.

세상이 혼란하게 돌아가는 꼴을 보기 싫어서 숨는다고 조상님들 중 누군가가 말했다.
요즘 들어 산들이 더 깊숙이 숨어드니 나그네는 길조차 물을 수가 없다.
산들은 검은 망토 벗어던지더니 아침부터 온종일 회색 망토를 걸치고 숨는다.
덩달아서 해도 숨고 도랑 건너 철이네 집도 회색망토를 두른다.
산들이 사라지고 들도 사라지고 땅도 사라진 여기에 나만 홀로 남겨져 있다.

내 앞에 떠억 버티고 서있던 저 산이 숨는 날에도
나 노래하며 가리라
저 큰 산 너머 뜸북새 노래하는 마을로.
석류를 먹을 때



넷으로 쪼갠 석류조각에 드러난
진홍빛 보석들을 본다.
비단결같이 보드라운 살결로 감싸고 지키는
생명의 씨앗이 빛을 보고 웃는다.

선홍빛 입맞춤으로 터지는 함성이
알알이 퍼진다.
방울방울 떨어지는 선혈은
신음하는 영혼들을 소생시킨다.

나의 님이시여
당신의 석류 빛 시가 가득 담긴 시집을 편다.
한 줄 두 줄 음미할 때 솟아오른다. 정렬이

석류를 먹을 때마다.

아버지는 퇴근하지 않았다



아버지는 햇귀 열리기 전부터
마을 어귀 언덕에서 석양 짙게 보일 때까지
국가의 안녕을 보증서고 있다.
민족을 가슴에 품고 석양마루에서
긴 칼을 지팡이 삼아 어둠을 가른다.
가족의 안녕을 위해
오늘도 퇴근하지 않는다.

해도 잠들고
달도 자러가고
별들마저 잠들고
그림자도 잠든 새벽
그는 아직도 근무 중이다.





* 폐교된 초등학교 교정에 홀로 서 있는 이순신 동상을 보고 쓰다.
새해 아침에 내리는 눈을 본다



1월 1일 아침
아파트 10층 베란다에서 창밖을 내다본다.

하늘이 온통 하얗다.
연말부터 내리던 눈이 새해 아침까지 내리고 있다.
춤을 추며 내려오는 수억 개의 눈송이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무게도 없이 소리도 없이
백색의 계절을 열고 온다.

저들은 하늘의 점령군이다.
그래, 스키장하는 친구에게 큰 선물이 되겠구나.
송이송이 사연이 각각 다르리라
내리는 눈이 쌓이면서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
쌓이고 쌓인다.
폭설이다. 대설이다. 창밖엔 온통 눈 천지구나.




길 건너 서민주택은 보이지 않는다.
연립주택도 폭설 속에 숨었다.

금년 복지예산이 30퍼센트란다. 역대 최고액이란다. 재래시장의 보존과 활성화해야한다. 재래시장 현대화라는 명목으로 서민상인들만 쫓아내는 악당이 없어야겠다. 골목시장 할머니들의 정겨움을 찾을 수 있겠지.
억만 송이 하얀 눈이 창문을 덮친다. 살짝 창문을 열고 눈 터널을 뚫는다. 벌써 옆 동 15층 아저씨가 우리 집 창문 앞까지 굴을 파고 왔다. 금년은 억억 만만 눈송이 아래 터널에서 꿈꾸는 눈꽃 세상을 만들겠구나.

여보! 아침 드세요.
나 거기서 살고 싶다



내 고향에 봄비가 내리고 있다
각시물고랑에도 졸졸졸 도랑물이 흘러간다
개구리 노래하고 버들붕어 헤엄치던 도랑이 그리워진다
토끼풀 뜯으러 논둑을 헤매던 그 시절
보리수 열매 빨갛게 익어 한 움큼 입에 넣고
신맛에 찡그리던 얼굴이 선명하게 그려진다
비빕비빕 빕새가 새끼 치고 날갯짓하는
내 고향 각시물고랑에도 봄이 피고 있다
추억의 우물터에 미나리가 한길 크기로 자라고
감나무 밑에서는 멍이 잎새들이 양산놀이 우산놀이를 한다
민들레 하얀 홑씨 날리는 내 고향
어머니 계시는 곳
그곳에 다시 가고 싶다
나 거기서 살고 싶다.

별 세탁소



내 어린 시절 밤하늘에는 바닷가 모래알만큼 많은 수천억 개의 별들이 빛나고 있었다. 별들 사이에서 역사와 인생을 배웠다. 밤하늘에 무수히 많은 별들 중에 내 별 하나가 있다. 돌담에 기댄 채 밤을 지새우는 날이면 내 별은 새벽까지 내게 말을 걸어주었다. 도시로 떠나던 날 새벽하늘에 걸려있던 내 별을 따서 가슴에 달았다. 그 날 이후 내 별은 밤하늘에서 볼 수가 없다. 하늘은 지금, 구름으로 뒤덮여 있다. 좀처럼 열리지 않던 하늘에는 빌딩숲 사이로 보이는 희미한 별들 몇 개가 있을 뿐이다. 사람들이 도시로 나올 때 자기 별 하나씩 따서 가슴에 숨겨왔기 때문일 것이다. 밤하늘에서 사라진 별들은 사람들의 가슴속에서 빛을 잃어가고 있다. 요즘 도시의 밤하늘에서는 별을 볼 수가 없다. 밤거리에 가로등을 밝혀도 그것은 내 마음의 별빛이 아니다.




오늘부터 내 별을 깨끗하게 닦는다. 수십 년간 잃어버렸던 어린 시절에 돌담에 기대어 불렀던 노래를 다시 부른다. 내 가슴에 달린 별을 본다. 남의 별 따려고 흘려보낸 세월을 씻는다. 운암산 기슭에 별 세탁소를 개업한다.

“잊어버린 노래를 부를 수 있도록
당신의 별을 세탁해드립니다.”

싸리 꽃



해가 중천에 올랐지만
아침 운동 겸 뒷산 길을 걸었다.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정상에 다녀오는 듯
제 집으로 향하고 있다.

나도 집을 향해 방향을 틀었다.
깨알깨알 웃고 있는 싸리 꽃과 눈이 마주쳤다.
보랏빛향기로 분홍빛 미소를 초록 잎술에 담아 건넨다. 한아름 가슴에 안고 거실로 돌아왔다.
아내의 입술에서 싸리꽃향기가 흐른다.
작은 섬



마음이 꼭 그런 날에는
동해바다 작은 섬이 내게로 온다.
난 설악해변의 작은 섬이 된다

연록빛 향기 나는
이끼로 뒤덮인 바위덩어리
초록빛으로 위장하는 동해의 바위섬

그런 날이면
나, 섬이 되어
거칠 것 하나 없이 펼쳐진
수평선으로 달려간다.

고향 언덕



봄소식 들려온다
고향 언덕에

꿈 향기 퍼져난다
고향 언덕에

청춘이 익어간다
보리밭 이랑에

행복을 부른다
푸른 하늘 종달새

내 맘속에 달려가는
고향언덕에

초록빛 봄이 핀다
고향 언덕에.
내 고향 칠월은



고향집 앞 텃밭에 옥수수를 심으면
연필처럼 작은 새싹들이 별빛에 꿈꾸고
보슬한 봄비로 목욕을 하고
따사한 햇살을 받으며
날마다 쑥쑥 내 키보다 더 자란다

어린아이가 수염부터 달고 나오는가 하더니
포동포동 토실토실 알알이 풍성해지고
옷 속으로 숨바꼭질하는 알갱이들의 하얀 미소가
여물어가는 여름의 깊이만큼 단단해지는
내 고향 칠월은 옥수수 익어가는 계절이다.

꽃사과 익는 칠월



아침을 깨우는 참새들 소리에 눈을 떴다.
창문을 열고
참새들이 앉아서 노래하고 있는 꽃사과나무를 보았다.
마당가에 홀로서서 뙤약볕을 받던 꽃사과가 익고 있었다.

무더운 칠월의 뙤약볕에 볼이 데었을까
수줍어 빨개진 얼굴을 초록잎새 뒤에 숨겼을까
아기사과 예쁘니까 꽃사과라 이름하자

사람나무에 사과가 열리면 꽃처럼 아름답다
꽃사과가 예쁜 것은 사람들 사이에 있기 때문이다.
우리 집 참새들이 좋아하는 꽃사과가 익고 있다.

숲속 작은 연못 풍경




진흙을 뚫고나와 하얗게 피는 작은 연꽃을 본다

그늘진 산비탈 작은 웅덩이에서
소리 소문 없이 피는 꽃이
작다고 생각지마라

저 봉우리 속에 우주를 담고 있다
그러니까
저리도 예쁜 꽃이 피는 것이다

살포시 퍼지는 분홍빛 입은 하얀 꽃으로
하늘을 담았다
새벽이슬로 잎을 적시면
꽃봉우리가 포실거린다

내 마음의 연못에는
하늘빛 꿈꾸는 순백의 작은 연꽃이
연록빛 순백향기로 피고 있다.
아기밤송이



아기밤송이들이 운암초등학교 울타리에서 꿈틀거리며 크고 있다. 아침마다 새벽이슬로 세수하고 연둣빛 바늘을 뽐낸다. 속살거리는 아침조회는 시끄럽게 우짖는 까마귀들의 방해를 받는다. 그럴 때마다 연둣빛 가시는 더욱 뾰족해진다.

제법 큰 키를 자랑하는 밤나무아파트에 입주한 밤송이들은 태교를 한다. 세쌍둥이 네와 쌍둥이네 하나만 낳겠다는 모든 이가 가을밤이 되길 꿈꾼다.

매일 밤 아기밤송이는
가을밤이 이슬에 젖는 연둣빛 꿈을 꾼다.
내 고향



내가 살던 시골집 뒷산은
도라지꽃 만발하는 동산이다

햇살 따사한 칠월이면
포옥 포옥
꽃망울을 터트린다

보랏빛 꽃망울과 흰 눈빛 꽃망울이
마주보고 웃어가며 피고 있다

책가방 둘러메고 산길을 걸으면
하얀 손 보랏빛 손
번갈아 흔들며 안녕을 한다

내 고향 칠월은
도라지꽃 만발하는 꽃동산이다.

송홧가루 날리는 고향마루



내 고향 뒷동산은
송홧가루 퍼지는 마루
친구와 산타면서 종다리 쫓을 때

지지쫑 지지쫑 봄노래
비비종 비비종 꿈노래

황금빛 송홧가루 뿌리며
너와 나의 앞길을 축복하였네.

이팝나무 꽃길 사이로



오월 중순 해살이 뜨겁게 내리쬐는 오후
이팝나무는 가마솥 가득히 하얀 쌀밥 해놓고
모두 와서 먹자고 한다.
한 움큼 입에 집어넣고 우물거려본다.
아, 상상만 해도 행복해진다.

거리마다 이팝나무를 가로수로 심은 뜻은
나무마다 하얀 쌀밥 풍성히 피어나듯
집집마다 가득가득 이팝나무 꽃처럼
하얗게 피어나라는 것이리라.

서평

자연과의 영적교감, 그 시적 형상화

- 시목 김성구의 시세계

유 승 우(시인, 인천대학교 명예교수) 유승우(본명-유윤식 호-한숲)‘현대문학’지로 등단(1966년, 박목월 추천). 1939년 강원도 춘성산. 가평 초, 중, 고 졸업. 경희대학교국문과 졸. 한양대학교 대학원 졸-문학박사. 인천대학교 교수 역임. 인천시민대학 학장 역임. 인천대학교 명예교수(현). 소사제일교회 명예장로(현) 사)한국현대시인협회 이사장 역임. 사)한국기독교문인협회 이사장 역임. 사)한국문인협회 자문위원(현). 사)국제펜한국본부 고문(현). 수상-경희문학상(1988). 후광문학상(1994). 한국기독교문화예술대상(2003). 창조문예문학상(2011). 심연수문학상(2011). 상록수문예대상(2019). 시집-바람변주곡(1975). 나비야 나비야(1979). 그리움 반짝이는 등불 하나 켜 들고(1983). 달빛연구(1993). 물에는 뼈가 없습니다(2010). 숲의나라, 노래와 춤(2019) 등 11권. 저서-한글시론(1983). 몸의 시학(2005) 등 5권. 자서전 『시인 유승우』 출간(2014).





1. 들어가는 말

문학에서 서정시를 ‘신과의 대화’ 곧 신통(神通)이라고 정의한다. ‘신과의 대화’를 하려면 먼저 마음의 문이 열려야 한다. 그래야 남은 못 보는 것을 보고, 남은 못 듣는 것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남은 못 보는 것을 나만이 보고 형상화한 것이 시각적 이미지이며, 남은 못 듣는 것을 나만이 듣고 형상화한 것이 청각적 이미지이다. 후각적 이미지, 미각적 이미지, 촉각적 이미지도 마찬가지다. 마음의 문이 열려야 가능한 영적 교감(交感)의 형상화가 시적이미지이다. 서정시를 ‘신과의 대화’라고 정의하는 것은 바로 이 영적 교감을 말하는 것이며, 이를 가리켜 서정시는 영감(靈感)으로 쓰는 것이라고 한다. 시인으로서 갖추어야 할 첫째 조건이 바로 이 마음의 문 열기이다.
요한복음 1장 1절에는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 이 말씀이 하나님과 함께 계셨으니 이 말씀은 곧 하나님이시니라.”라고 했다. 그리고 창세기 2장 7절에는 “여호와 하나님이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 생기를 그 코에 불어넣으시니 사람이 생령이 된지라”라고 했다. 이것은 흙으로 빚은 육신에 하나님이 생기를 불어넣으시어 생령이 되는 과정이다. 생령(生靈)이란 살아있는 영혼이란 뜻이다. 육신만 살아 있으면 동물이고, 이 동물이 사람이 되려면 하나님이 생기를 불어넣으시어 생령이 되어야 한다. 이 생령이 곧 인간의 원형(原型-Archetype)이다. 그런데 사람은 이 원형을 상실했다. 그래서 실존철학에서는 인간존재를 없음 곧 무(無)라고 정의한다. 이 없음에서 있음이 되고자 하는 그리움이 존재에 대한 향수이며, 시를 향한 원동력이다.
시는 언어예술이다. 예술(藝術)의 예(藝) 자는 “사람이 나무를 심는 모습을 상형한 글자”라고 한다. 사람은 왜 나무를 심는가. 열매를 거두기 위해서다. 여기서 “열매는 나무에 맺힌 결실이고, 시는 사람이 지은 열매이다”라는 은유가 성립된다. 그렇다면 예술(藝術)은 나무에 맺힌 열매처럼 자연스러운 예술작품을 짓는 기술이란 의미가 된다. 나무에 열매가 열리는 것은 자연이며, 사람이 시를 짓는 것은 인위(人爲)이다. 예술은 비록 인위(人爲)이지만 나무에 열매가 열리듯이 자연스럽게 작품을 창작하는 기술이란 뜻이다. 왜냐하면 인위(人爲)의 인(人)자와 위(爲)자를 합하면 거짓 위(僞)자가 되기 때문이다. 자연의 열매가 거짓 없는 ‘생명의 창조’이듯 예술작품도 거짓 없는 존재의 구현이 되어야하기 때문이다. 인위적 예술의 3대분야가 시와 노래와 춤 곧 시가무(詩歌舞)이다. 이 중에 시가 기본이다. 노래도 시에서 나오고, 춤도 시에서 연출되기 때문이다. 시는 곧 신의 마음이다. 김성구 시인은 그의 시집 『꽃잎편지』에서, “시인은 하나님의 마음을 복사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김성구 시인이 『저 큰 산이 숨는 날에도』라는 새로운 시집을 출간한다고 한다. 그런데 김성구 시인의 아호가 시목(詩牧)이란 것이 특이하다. 김성구는 시인이며 목사라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이 시집의 머리말을 “시를 지었다고 한다.”로 시작한다. 우리말 ‘짓다’의 한자어로는 눈에 보이는 물(物)을 짓는 창조(創造)와 영감을 형상화하는 창작(創作)이 있다. 창조는 하나님만의 특권이고, 창작은 시인의 특권이다. 창작예술은 시가무(詩歌舞)인데, 시를 음성으로 연주하면 노래가 되고, 육신으로 연출하면 춤이 된다. 어쨌든 창작예술의 근본은 시라는 것이다. 그래서 시를 영혼의 꽃이라고 한다. 이제부터 김성구의 영혼의 꽃밭을 거닐며 그 향기를 만나보기로 한다.
2. 자연과의 교감, 그 시적 형상화

‘시는 신화(神話)이다’라는 말은 시의 내용적 정의이다. 시의 내용, 즉 시는 무엇을 표현한 것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이다. 그러니까 시의 내용은 ‘신화(神話)’라는 것이다. 신화는 무엇인가. 신화는 글자 그대로 ‘신들의 이야기’ 혹은 ‘신과의 대화’이다. 여기서 ‘신들의 이야기’란 서사시의 내용이며, ‘신과의 대화’는 서정시의 내용이다. 오늘날 서사시는 소설이 되었고, 시라면 서정시를 가리키는 말이다. 서정시는 영혼의 꽃이며 열매이다. 인간의 영혼은 식물성이라 생명의 꽃을 피우고, 그 결실인 예술작품이란 열매를 맺는다. 식물성인 영혼은 동물성인 육신처럼 죽어 없어지지 않는다. 육신은 죽으면 움직이지 않고, 영혼은 잠들면 활동하지 않는다. 이 잠든 영혼을 깨워 일으켜 활동하게 하는 것을 흥(興)이라 하고, 흥의 반대말은 망(亡)이다. 공자는 이 진리를 알고, “시에서 영혼이 깨어 일어나고, 그 영혼을 예(禮)라는 형식으로 세우며, 영적 교감이라는 즐거움(樂)에서 생명이 완성된다.(興於詩 立於禮 成於樂)”고 했다. 그렇다. 우리의 영혼은 시에서만 깨어나게 되어 있다. 이 영혼이 언어(言語) 속에 말씀(言)으로 잠들어 있다. 이 말씀 곧 시의 씨앗을 싹틔우면 신이 깨어나 신화의 세계가 열린다. 시라면 서정시를 말하므로 김성구의 시편들의 내용도 ‘신과의 대화’인 것이다.

창밖에는 아직 어두움이 내리지 않았다.
그가 내려오려면 반나절도 더 지나야한다.
그런데도 저 큰 산들이 숨기 시작한다.

세상이 혼란하게 돌아가는 꼴을 보기 싫어서 숨는다고 조상님들 중 누군가가 말했다.
요즘 들어 산들이 더 깊숙이 숨어드니 나그네는 길조차 물을 수가 없다.
산들은 검은 망토 벗어던지니 아침부터 온종일 회색망토를 걸치고 숨는다.
덩달아서 해도 숨고 도랑 건너 철이네 집도 회색망토를 두른다.
산들이 사라지고 들도 사라지고 땅도 사라진 여기에 나만 홀로 남겨져 있다.

내 앞에 떠억 버티고 서있던 저 산이 숨는 날에도
나 노래하며 가리라
저 큰 산 너머 뜸북새 노래하는 마을로.
- 「저 큰 산이 숨는 날에도」 전문.

   위의 시는 시집 제1부의 표제가 된 작품이다. 김성구 시인은 “시인은 하나님의 마음을 복사하는 자이다.”라고 했다. 그러면 하나님은 누구신가. 출애굽기 3장 14절에서, “하나님이 모세에게 이르시되 나는 스스로 있는 자이니라 - I AM THAT I AM”라고 하셨다. 여기서 스스로(自) 있는(然)이란 말씀은 자연(自然)이란 뜻이다. 하나님은 눈에 보이는 형상이 없으므로 시인은 하나님이 창조하신 천지자연에서 하나님의 마음을 복사할 수밖에 없다. 하나님의 마음을 보여주시는 자연현상이, “창밖에는 아직 어두움이 내리지 않았다./ 그가 내려오려면 반나절도 더 지나야한다./ 그런데도 저 큰 산들이 숨기 시작했다.”라는 시간의 흐름이다. 그러니까 위의 시 첫 연은 하나님의 마음을 복사한 시간흐름의 이미지이다.
그러면 왜 지상의 대표적인 피조물인 큰 산들이 숨기 시작했을까. 그것은 “세상이 혼란하게 돌아가는 꼴을 보기 싫어서 숨는다고 조상님들 중 누군가가 말했다.”고 한다. 마침내 “산들은 검은 망토 벗어던지니 아침부터 온종일 회색 망토를 걸치고 숨는다./ 덩달아서 해도 숨고 도랑 건너 철이네 집도 회색 망토를 두른다./ 산들이 사라지고 들도 사라지고 땅도 사라진 여기에 나만 홀로 남겨져 있다.”고 한다. 이 둘째 연은 인위문화가 무위자연을 다 망가트렸다는 이미지이다. 왜 그랬을까. 현대에는 인위문화가 무위자연을 다 망가트렸기 때문이다. 모든 자연과 ‘철이네 집’까지 회색망토를 둘렀다고 했다. 회색망토는 오염된 공기를 상징한다. 공기는 생명을 위해 하나님이 주신 하늘(空)의 기운(氣)이다. 무위(無爲)를 신학에서는 신위(神爲)라고 한다. 결국 하나님이 창조하신 무위자연을 인위가 다 망가트렸다는 이미지이다. 오직 시인 혼자만이 남아서 “내 앞에 떠억 버티고 서 있던 저 산이 숨는 날에도/ 나 노래하며 가리라/ 저 큰 산 너머 뜸북새 노래하는 마을로.”라고 외칠 수밖에 없다. 시인의 예술적 사명은 예언자의 직분이다. 이것을 상징하는 것이 김성구 시인의 아호인 시목(詩牧)이다. 그러니까 김성구의 시 창작은, 하나님과의 대화를 내용으로 한 영혼의 꽃이며 열매이다.

마음이 꼭 그런 날에는
동해바다 작은 섬이 내게로 온다.
난 설악해변의 작은 섬이 된다.

연초록 향기 나는
이끼로 뒤덮인 바위덩어리
초록빛으로 위장하는 동해의 바위섬

그런 날이면
나, 섬이 되어
거칠 것 하나 없이 펼쳐진
수평선으로 달려간다.
-「작은 섬」 전문.

T. S 엘리엇은 현대, 곧 20세기를 황무지에 비유했다. 황무지란 초목이 없는 땅 곧 사막이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비유이다. 그러면 도대체 무엇이 풀 한 포기 없는 사막이 되었는가. 문학의 영원한 주제는 인간이다. 인간은 동물성인 육신과 식물성인 영혼을 모은 몸이다. 문법적으로 <모으다⤍모음⤍몸>의 과정을 거쳐 몸이 된 것이다. 그래서 ‘몸’이란 말은 인간에게만 쓰인다. 동물은 ‘살이 졌다’고 하지 ‘몸이 좋아졌다’고 하지 않는다. 동물은 육신과 영혼을 모은 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면 인간의 육신과 영혼 중에 어느 것을 사막에 비유했나. 당연히 식물성인 영혼을 황무지에 비유한 것이다.
영혼의 황무함을 느낄 때에 김성구 시인은 “마음이 꼭 그런 날에는/ 동해바다 작은 섬이 내게로 온다./ 난 설악해변의 작은 섬이 된다.”고 한다. 시 창작의 첫째 요소가 상상력(想像力)이며, 상상력의 우리말은 ‘그리는 힘’이다. 이 힘은 없음을 느낄 때 더욱 강력해지며, 마음속으로만 그리면 그리움이 되고, 언어로 그리면 시적 이미지가 된다. 영혼의 목마름을 느낄 때 시인은 바다를 그리게 되고, “난 설악해변의 작은 섬이 된다.”는 시적 이미지를 형상화한 것이다. 하나님의 마음인 이 바닷가에서 “연록빛 향기 나는/ 이끼로 뒤덮인 바위덩어리/ 초록빛으로 위장하는 동해의 바위섬”이 되어, “거칠 것 하나 없이 펼쳐진/ 수평선으로 달려간다.”는 이미지로 시는 마무리된다. 하나님의 마음을 복사하는 시인의 그리움을 형상화한 이미지이다.

백두산보다 높게 출렁이는
파도에 몸을 싣고 더 큰 바다로 떠나자
아웅다웅 살아가는 세상을 떠나
더 넓은 바다로 가자
고래와 상어가 친구하는
큰 바다로 가자.

칠천만 동포가 함께 타고 갈 큰 배를 만들고
너와 내가 노를 저어 대양으로 가자.

우리들이 꿈꾸는 동산
평화가 꽃피고 행복이 열리는 세상으로
힘차게 노 저어 가자.
- 「바다로 가자」 전문.

물이야말로 하나님의 마음을 인간에게 보여주신다. 하나님이 땅의 생명들에게 주신 빛도 안 보이고, 공기도 안 보이지만 물은 보인다. 인간에게 “물을 보고 물에서 배워라”라고 하신 것이다. 물의 흐름에 숨겨 놓은 하나님의 뜻을 제일 먼저 깨우친 사람이 노자(老子)이다. 그래서 노자는 “가장 좋은 삶은 물처럼 사는 것이다.(上善若水)”라고 했다. 물은 한사코 낮은 자리로 가서 바다에 이르러 수평을 이루고, 가슴으로 하늘과 하나가 된다.
위의 시는 시집 제2부의 표제가 된 작품이다. 하나님의 마음을 그리고자 한 시목 김성구는 “아웅다웅 살아가는 세상을 떠나/ 더 넓은 바다로 가자/ 고래와상어가 친구하는 / 큰 바다로 가자.”라고 한다. 그리고 “칠천만 동포가 함께 타고 갈 큰 배를 만들고/ 너와 내가 노를 저어 대양으로 가자.”라고 한다. 물의 흐름은 사람이 본받아야 할 하나님의 마음이다. 물(氵)의 흐름(去)이 사람이 지켜야할 법(法)이란 말이다. ‘너와 내가 노를 저어’는 우리가 서로 사랑하여 헌신하자는 이미지이다. 그래서 “우리들이 꿈꾸는 동산/ 평화가 꽃피고 행복이 열리는 세상으로/ 힘차게 노 저어 가자.”로 시는 마무리된다. 평화와 행복은 사랑하는 영혼의 꽃이요 성령의 열매이다.
바다는 구별하거나 차별하지 않는다. 바닷물이 “너 어디서 흘러왔니?”라고 물었을 때, “나는 낙동강에서 흘러왔다. 혹은 나는 섬진강에서 흘러왔다.”라고 하면, “넌 경상도 새끼, 넌 전라도 새끼구나” 라고 하지 않는다. 황하에서 흘러왔다고, 중국 놈, 나일에서 흘러왔다고 애급 놈 하지도 않는다. 인구가 바다처럼 흘러넘쳐도, 인종차별, 남녀차별, 종교차별, 빈부차별이 없어야 인간의 바다를 이룰 수 있다. 하나님이 지어주신 사람이란 이름을 서로 존중해야 한다.

3. 꽃으로 피어나는 영혼의 꿈

물의 흐름은 육체에 묻은 때를 씻어주고, 시간의 흐름은 마음에 묻은 때를 씻어 주어야 한다. 육체에 때가 묻는 것은 자연이지만, 마음에 때가 묻는 것은 인위(人爲)이다. 자연을 거부하고, 하나님의 뜻을 거역하는 것이 인위(人爲)의 허물이다. 인위(人爲)는 “사람이 하다”라는 뜻의 거짓 위(僞)자에서 보듯 거짓이기 때문이다. 밤의 어둠 속에서, “아침이 되니”를 거부하고, 어둠의 성을 고집하는 것이다. 빛 속에서는 거짓을 꾸밀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새벽은 오고, 아침도 빛과 함께 반드시 오고야 만다. 자연의 밤은 낮의 짝이고, 어둠은 밝음의 배필이다. 그러나 인위(人爲)의 밤과 어둠은 마음에 덮여 있는 허물이다. 종교적으로는 죄(罪)라고 한다. 시간의 흐름과 함께 마음의 허물을 벗어야 하는데 벗지 못한다. 그래서 지날 과(過)자는 허물 과(過)자도 된다. 지난날의 허물은 벗어버리고 새사람으로 거듭나야 한다. 조선시대 양반들의 사대의식과 일본시대 친일파들의 주구(走狗)의식은 민족에 대한 죄과(罪過)이며 허물이기 때문이다. 이런 허물을 벗어야 사람의 영혼은 부활할 수 있다.

세모 네모 동그라미가
올망졸망 사랑방에 앉아
도란도란 희망을 꿈꾼다.

재잘재잘 행복타령
조잘조잘 사랑타령
방울방울 이슬방울
모여 모여서 냇물되고
흘러 흘러서 강물 되어
바다로 간다.
- 「올망졸망 사랑방」 전문.

위의 시는 시집 제3부의 표제가 된 작품이다. 위의 시 첫 연의 “세모 네모 동그라미가/ 올망졸망 사랑방에 앉아/ 도란도란 희망을 꿈꾼다.”라는 것은 어린아이들이 모여 지껄이는 이미지이다. ‘세모 네모 동그라미’는 어린이들 각자의 외모를 비유한 이미지이고, ‘올망졸망 사라방에 앉아’는 서로 다른 어린이들이 한자리에 모였다는 비유적 이미지이다. 서로 다른 어린이들이지만 ‘도란도란 희망을 꿈꾼다.’는 것은 다툼이 없이 희망을 그린다는 이미지이다. 이 첫 연의 이미지에서는 동심(童心)이 곧 천심(天心)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시심(詩心)이 천심인 시인만이 이런 동시와 같은 이미지를 그릴 수 있다. 시목이라는 그의 아호에서도 그의 시심이 곧 천심임을 보여준다. 그래서 그는 “시인은 하나님의 마음을 복사하는 자이다.”라고 말했던 것이다.
이러한 동심의 흐름이 “재잘재잘 행복타령/ 조잘조잘 사랑타령/ 방울방울 이슬방울/ 모여 모여서 냇물 되고/ 흘러 흘러서 강물 되어/ 바다로 간다.”라는 인생의 이미지로 형상화했다. 물의 흐름은 인생의 원형상징이다. 물의 흐름은 반드시 ‘냇물이 되고 강물이 되어’ 바다에 이르고, 인생의 흐름은 ‘방울방울 이슬방울’ 같은 어린아이도 반드시 바다와 같은 어른의 세계에 이르게 된다. 어른이 된 다음에도 ‘동심은 곧 천심’이라는 시심을 가진 시인이 되는 것이 시목 김성구의 꿈이라는 걸 위의 시에서 읽을 수 있다. 아름다운 시세계이다.

진흙으로 뒤덮힌 세상
빛을 볼 수 없는 침묵의 늪
꿈틀거리며 솟아오르는 동안
큰 양산을 들고
분홍 잎술을 살며시 연다
초록빛 희망으로 산다
꽃 중에 여왕이라 커다란 꽃이
- 「연꽃으로 피는 노래」 전문.

태초에 하나님이 창조하신 천지는 자연이다. 이 자연 속에 온갖 만물을 창조 하시고, 여섯째 날에, “하나님이 자기의 형상 곧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시되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시고”에서 보듯, 사람을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 하셨다. 하나님이 흙으로 지으신 육신은 눈에 보이는 자연이지만 영혼은 곧 ‘하나님의 형상’이라 눈에 보이지 않는다. 동물성인 육신은 움직임이 사는 것이고, 식물성인 영혼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것이 사는 것이다. 이처럼 영혼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것을 예술이라고 한다. 시는 시인이 피운 영혼의 꽃이며, 그 꽃이 빚은 열매이고, 그 열매가 리듬을 타면 노래가 된다.
위의 시의 시제는 「연꽃으로 피는 노래」이다. 노래의 옛말은 ‘놀+애’였으며, ‘놀’의 뜻은 신(神)이고 ‘애’는 접미사이다. 그래서 일상어에 신이 들어가 가락이 살아나면 노래가 된다고 했다. 일상어는 사람사이에서 쓰는 의사전달의 도구이다, 도구에는 물성(物性)만 있고, 신성(神性)이 들어갈 수 없다. 하나님의 마음이 숨어 있는 말씀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위의 시 「연꽃으로 피는 노래」라는 시제만으로도 이미 시어의 경지에 이른 것이다. 그러므로 “진흙으로 뒤덮인 세상/ 빛을 볼 수 없는 침묵의 늪/ 꿈틀거리며 솟아오르는 동안/ 큰 양산을 들고/ 분홍입술을 살며시 연다”는 진흙탕에서 연꽃이 피어오르는 비유적 이미지만으로도 시어의 경지에 올랐다고 할 수 있다. 특히 “큰 양산을 들고/ 분홍입술을 살며시 연다”라는 두 행에서는, 이런 것이 바로 시적이미지라는 감탄이 나온다. 그러므로 “초록빛 희망으로 산다/ 꽃 중의 여왕이라 커다란 연꽃이”라는 마무리가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
보고 싶은 사람에게 달려가고 싶다.
꿈꾸는 대로 이루고 싶다.

사랑하지 않는 사람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기 싫다.
하고 싶지 않은 일에 인생을 허비하기 싫다.
바람 부는 대로 뒹구는 나뭇잎이 되기 싫다.

날마다 도전하고
행복을 꿈꾸며
빨간 장미 한 송이를 식탁에 꽂아두고 싶다.
- 「장미 한 송이의 꿈」 전문.

위의 시는 시집 제4부의 표제가 된 작품이다. 시론에서 역사적으로 공인된 시의 3요소는 <1.정서(情緖), 2.상상력(想像力), 3.형식(型式)>이다. 정서는 마음(忄)이 푸르게(靑) 살아있는 실마리(緖)이고, 상상력은 ‘그리는 힘’이며, 형식은 눈에 보이는 형상 곧 이미지이다. 동물성인 육신의 봄인 청춘은 한번 가면 다시 오지 않지만, 식물성인 영혼 곧 마음은 겨울잠에서 깨어나기만 하면 그리는 힘인 상상력이 꽃도 피우고 열매도 맺는다. 이를 가리켜 “시에서 마음이 잠을 깨어 일어난다(興於詩).”고 공자는 말했다. 꽃과 열매는 상상력 곧 ‘그리는 힘’이 그려낸 형식인 시적이미지이다. 상상력(Imagination)이란 말과 시적 형식인 이미지(Image)라는 말은 그 어원이 같다. 마음속으로만 그리면 ‘그리움’ 곧 사랑이다. 시는 곧 사랑의 꽃이며 열매인 것이다. 시에서 마음이 살아나야 그 반대인 망(亡)으로 가지 않는다. 그것이 시인의 꿈이다.
위의 시 첫 연에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 보고 싶은 사람에게 달려가고 싶다./ 꿈꾸는 대로 이루고 싶다.”는 것은 시인의 마음의 이미지이다. 이런 마음을 가진 사람이 시인이다. 그 다음 둘째 연에서 “사랑하지 않는 사람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기 싫다./ 하고 싶지 않은 일에 인생을 허비하기 싫다./ 바람 부는 대로 뒹구는 나뭇잎이 되기 싫다.”에서는 인위(人爲)의 거짓을 저지르지 않겠다는 시인의 마음을 형상화한 이미지이다. 여기서 ‘바람 부는 대로’는 세상의 풍조를 비유한 것이고, ‘뒹구는 나뭇잎’은 세상의 풍조에 휩쓸리는 인심을 상징한 이미지이다. 그래서 위의 시는 “날마다 도전하고/ 행복을 꿈꾸며/ 빨간 장미 한 송이를 식탁에 꽂아두고 싶다.”로 마무리된다. 시집 제4부의 표제가 된 이 작품은 시목 김성구의 자화상을 형상화한 작품이라고 하겠다. 그의 문학관과 인생관이 한 편의 시로 형상화 된 작품이기 때문이다.

4. 나가는 말

이제까지 시목 김성구의 시세계를 둘러보며, 그만의 시적 발상과 이미지 형상화의 실상을 살펴봤다. 그 결과 다음과 같은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그의 아호가 시인목사의 준 말인 시목이지만, 그의 작품은 기독교시인이 빠지기 쉬운 종교적 관념의 교훈적 설교에 치우치지 않고, 순수한 예술적 창작의 경지를 개척했다는 것이다.
인간 곧 ‘사람사이’라는 사회적 존재가 되는 첫째 조건이 ‘말을 쓰다’이며, 이 ‘말을 쓰다’의 명사형이 말씀이다. 이 말씀을 기독교에서는 성경의 말씀으로만 해석함으로써 성경의 말씀을 풀이하는 것이 시라는 오류에 빠지기 쉽다. 그런데 시목 김성구는 이 함정에 빠지지 않고, 시는 언어예술이라는 창작의 길을 걸었다. 그의 시를 읽으면서 성경적 관념이나 선교적 진술을 전연 찾을 수 없었다. 이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여기서 김성구의 아호가 목사시인의 준말인 ‘목시(牧詩)’가 아니라 시인목사의 준말인 시목(詩牧)이라는 것을 수긍하게 되었다.
사실 목사님이란 직분은 임기가 있다. 그러나 시인은 구약의 선지자나 예수님의 뒤를 따르는 진리의 종들이며, 인위적 임기가 없다. 그래서 시목 김성구 시인이야말로 새로운 시인목사임을 기쁘게 생각하며, 이 자리에서 ‘나가는 말’에 대하고자 한다.

저자소개

저자 : 김성구
시인 김성구 박사는 문화예술선교사역에 일생을 바쳐온 삶을 살고 있다. 어린이들의 교육과 비전을 심어주기 위해 저들의 영혼의 터치를 관여했다.
시청각 교육과 독서문화치유와 독서치료 문화예술치유의 다양한 접근 을 시도하여 그 접촉점을 찾아 내면치유의 깊은 터치를 다루고 있다.
현재는 생골문화마을에서 문화예술사역자들의 영혼 터치 사역으로 섬기고 있으며, 기독실업인회 서서울지회(CBMC)지도목사로 섬기고 있다.
출판사 국제문학사와 해와달문학관 대표를 맡고 있다.
저서로는 <나의 주 나의 하나님>을 출간 한 이래 70 여 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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