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7
겨울이 와서 좋은 이유는 그저 한 가지. 내 창을 가리던 나뭇잎들이 떨어져 건너편 당신의 창이 보인다는 것. 크리스마스가 오고, 설날이 다가와서 당신이 이 마을로 며칠 돌아온다는 것.
P. 20~21
첫잠에서 깨어나 뜨거운 차를 만들면, 다음 잠에서 깨어날 때 슬픔이 누그러지리라.
“누그러지리라… 그게 좋았어. 한밤에 자다가 깼을 때 왠지 서글플 때가 있잖아? 그때 따뜻한 차를 만들어놓으면, 다시 잠에서 깰 때도 덜 슬프다는 게.”
P. 29
“들판에 저 마시멜로들 말야. 짚 발효시키는 통. 그거 진짜 이름 알아?”
순간 은섭은 묘한 표정이 되었다. 그녀를 바라보다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너 삼 년 전에도 똑같은 질문했는데.”
P. 57
“책방 이름이 왜 굿나잇인지 물어보고 싶었어.”
“글쎄… 잘 자면 좋으니까. 잘 일어나고 잘 먹고 잘 일하고 쉬고, 그리고 잘 자면 그게 좋은 인생이니까.”
“인생이 그게 다야?”
“그럼 뭐가 더 있나? 그 기본적인 것들도 안 돼서 다들 괴로워하는데.”
P. 98
연하장은 1월 중순까지 천천히 발송할 생각입니다. 기다려주세요, 굿나잇클럽 여러분. 그녀의 그림은 아름답습니다. 아직 보진 않았지만요. 굿나잇책방 블로글 비공개글 posted by 葉
P. 126
…사실 유사 아래 모든 과거는 한 번도 완료된 적이 없다.
P. 161
“사람이 아프면 옆에서 돌봐주고 좀 기대기도 하고… 그러는 거 아닌가. 서로 의지하는 거잖아. 솔직히 우리 이모, 곁을 안 주려고 할 때가 있어서 서운하긴 해.”
“대체로 두 가지 태도인 것 같아. 아플 때 위로받고 싶고, 챙겨주면 고마워하는 사람. 반면, 아플수록 동굴에 숨어서 혼자 앓는 사람. 자신을 찾는 것도 싫고 들여다보지도 못하게 하는 사람.”
해원이 그런 은섭을 바라보자 그는 부드럽게 웃었다.
“이모님은 두 번째 같은 사람이 아닐까?”
P. 189
“이 산에 소원을 들어주는 장소는 모르겠지만, 의심이 이루어지는 장소는 있지.”
P. 217
“기차역에서 해원이를 봤어. 가을 새벽이었고, 플랫폼에 단풍나무가 있었고, 그 옆에 해원이가 서 있었어. 그리고 기차가 철길을 따라 들어왔지.”
장우가 약간 얼빠진 얼굴로 되풀이했다.
“기차가 철길을 따라….”
“응. 무궁화기차였어.”
P. 291
잘 자요, 내 침대에서 잠든 사람. 인생은 그리 길지 않고 미리 애쓰지 않아도 어차피 우리는 떠나. 그러니 그때까지는 부디 행복하기를.
눈이 와. 너는 자는데. 나 혼자 깨어서 이 함박눈을, 밤눈을 보고 있네. ―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