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릉부릉. 보름달 밝은 밤, 또 다른 기묘동의 세계로 여러분을 안내합니다!’
요괴버스를 타고 떠나는 다섯 빛깔의 기묘동으로의 신비한 여행, 그 첫 번째 이야기
오가는 사람이 드문드문해진 시간, 까마득한 하늘을 보고 있으면 별의별 상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곤 한다. 눈에 보이는 저 별은 내가 선 이곳에서 얼마나 멀리 있는지, 끝이 안 보이는 하늘 너머 어딘가에 정말로 외계인이, 혹은 우리가 사는 이 지구와 비슷한 곳이 있지 않은지, 그리고 이 넓은 우주에 나 혼자 남겨진다면 어떤 기분일지 하는 두려움과 외로움까지. 그렇게 허무맹랑한 생각과 기분에 사로잡혀 멍하니 있을 때 반짝! 동그란 달 너머 어디에선가 답변이 도착한다. 보름달이 뜬 밤, 홀로 서성이던 아이의 모험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달빛을 꼭 닮은 요괴버스의 운행을 알리는 첫 번째 책, 《기묘동 99번 요괴버스 1. 이번 정류장은 귀물의 세계입니다》가 출간되었다. 〈기묘동 99번 요괴버스〉 는 전체 5권으로 기획된 시리즈이며, 다섯 명의 작가가 머리를 맞대고 전체 세계관을 기획·구성했다. 김진형, 송우들, 효주, 김다해, 재돌 작가가 한 권씩 집필을 맡아 알록달록 다섯 빛깔의 기묘동에서 펼치는 모험담을 선보일 예정으로, 시작은 그동안의 책에서 꿈의 가치, 우정의 깊이를 다정하게 이야기해 온 김진형 작가가 맡았다. 인간 세계에서 잊히거나 버려진 물건들이 모여 사는 ‘귀물의 세계’가 바로 그 무대이다.
“인간의 세계는 이미 떠났어. 다시 돌아오려면 버스가 한 바퀴 돌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단 말이지.”
시작은 얼떨결, 진행은 우당탕! 무엇 하나 호락호락하지 않은 기막힌 모험의 결말은?
4년 내내 붙어 지낸 절친이 이사 간 뒤, 혼자 남은 래미의 마음에는 폭풍이 휘몰아치고 있다. 쓸쓸한 마음으로 다현이와 다니던 곳을 헤매다가 함께 돌보는 길고양이 묘묘에게 들렀는데, 이게 웬일일까? 묘묘가 평소답지 않은 행동을 보이며 공터 밖으로 휙 달려가 버린다.
묘묘를 쫓아 산 중턱 기묘동 표지석 앞에 도착한 래미의 머리 위에 오늘따라 유난히 큰 보름달이 떠올랐다. 보름달에 눈길이 홀린 그 순간, 희미하게 버스 시동음이 나더니 이럴 수가! 어디선가 보라색 버스가 갑자기 나타나 눈앞에 동동 떠 있는 게 아닌가? 어리둥절해하는 사이 묘묘는 래미에게 작별 인사를 건네고, 래미는 묘묘마저 이대로 보낼 수 없단 생각에 묘묘를 덥석 붙잡았다가 그만 버스 안으로 빨려 들어가게 된다.
그런데 버스가 왠지 이상하다. 색깔도 번호도 낯설다 싶더라니, 사람이 아니라 구미호, 뱀, 몽달귀신 같은 요괴들이 타고 있다. 묘묘가 말하길, 이건 다른 세계의 기묘동을 순환하는 요괴버스고 이미 인간 세계를 벗어났으며, 노선을 한 바퀴 돌아 래미가 탔던 정류장으로 되돌아가길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거다. 설상가상 인간인 래미가 요금도 내지 않고 타는 바람에 버스가 크게 휘청이는데……. 아무리 얼결에 휘말렸다지만 시작부터 범상치 않은 이 모험, 아주아주 난감하다!
친구에 의해, 친구를 위해!
낯설고 외로운 곳에서 더욱 단단하게 피어나는 우정의 힘
래미는 요괴버스를 계속 타기 위해 요기를 구하러 묘묘와 첫 번째 정류장에서 내리기로 한다. 이번 정류장은 ‘귀물의 세계’. 헤지고 낡은 물건 요괴 사이를 헤매던 래미와 묘묘는 뭔가에 쫓기던 저주 인형을 만나, 요기를 가장 많이 가졌다는 ‘대장장이’의 존재를 알게 된다. 둘은 요기를 나눠 달라 부탁할 셈으로 대장장이를 찾아가지만 대장장이는 인간인 래미를 보자마자 치를 떨며 잡아먹을 듯 달려든다. 저주 인형의 도움으로 겨우 도망친 둘은 대장장이의 숨겨진 사정을 듣고, 대장장이의 마음을 돌릴 힌트를 알아차린다.
자신을 외톨이라고 생각했던 래미도 결국은 혼자가 아니었지요. 투덜대면서 끝까지 곁에 있어 준 묘묘, 귀물의 세계에서 기꺼이 친구가 되어 준 저주 인형, 악당이었지만 끝내 요기를 나눠 준 대장장이까지. 요괴버스에 타지 않았다면 만나지 못했을 인연들이 래미와 함께 모험을 했지요. _‘작가의 말’ 중에서
《기묘동 99번 요괴버스》 1권의 중심에는 ‘친구’와 ‘우정’이 있다. 단짝이 떠나고 혼자 남겨진 래미는 또 다른 친구 묘묘를 따라 요괴버스에 올랐고, 새로운 친구 저주 인형의 도움을 받아 낯선 세계에서 바른길을 찾아냈으며, 오랜 친구와의 추억을 상기해 대장장이의 마음을 되돌렸다. 또한 맷손을 잃어버린 맷돌, 한쪽 귀가 없는 토끼 인형, 오래전 주인에게 아낌받은 기억을 자랑하는 낡은 옷들은 모두 자신의 쓸모를 알아주었던 친구와의 추억을 소중히 여기며 오늘을 살아간다.
다정한 글과 달빛 가루가 포르르 떨어지는 마법 같은 그림의 환상적인 만남
래미는 귀물의 세계에서 ‘친구’와의 추억을 소중히 간직한 수많은 물건을 만난다. 이는 지금 외톨이라고 느끼고 있을 누군가에게 ‘너는 혼자가 아니’라는 말을 건네려는 김진형 작가의 다정한 위로이기도 하다. 빛과 명암, 색의 조화와 대비를 다채롭고 풍성하게 사용하는 은정지음 작가의 그림은 글에 담긴 메시지를 더욱 따뜻하게 구현해 주었다. 생기 넘치고 개성 넘치는 캐릭터, 어떤 상상이 이루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특별한 밤의 풍경, 온갖 귀물들이 사는 새로운 세계의 모습을 신비로우면서도 정감 넘치게 표현했다.
두 작가의 호흡이 빛났던 99번 요괴버스는 이제 다음 정류장으로 향한다. 친구와 함께 한층 더 단단해진 래미가 내릴 두 번째 정류장 ‘요괴 식물의 세계’에는 어떤 요괴와 사연이 기다리고 있을지, 과연 래미와 묘묘는 이번에도 요기를 얻어 무사히 버스에 올라탈 수 있을지 기대해 주길 바란다.